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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나와 우리덜

1219, 어느 블로거의 작은 고백

-수도권에 살고있는 5060 바보들에게-



12월 19일!...

필자는 죽을 때까지 이 날을 잊지못하게 될 것 같다. 이유를 묻거나 따질 필요도 없다. 12월 19일!...이날 정권교대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원했기 때문인데 결국 정권교대로 끝났다. 이틀 전 거의 하루 종일 인터넷과 방송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투표율과 정권교체 소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열망한 투표결과는 '독재자의 딸'의 몫으로 끝났다. 믿기지 않았다. 눈 앞에 펼쳐진 모습들이 마치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 허망했다.

1979년 유신독재자 박정희가 김재규로부터 총살을 당하는 날에도 전혀 슬프지 않았는 데, 그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확실하다는 보도가 나올 때는 슬픔과 외로움과 알지못할 고독이 숨을 가로 막았다.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대해 '기막힌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술 한 잔에 의지하여 잠을 청하고 날이 밝아 동네뒷산을 다녀오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화인가' 싶어 2012 대선을 복기해 봤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패인에 대한 분석이었다. 대선판세를 보니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둘것이란 전망과 달리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비해 크게 앞서지 못했다. 수도권이 문 후보를 배신(?)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패배원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세대의 참여가 높은 것을 의미하며 젊은세대는 문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2030으로 불리우는 젊은세대의 투표율 보다 5060 세대의 투표율이 더 많았던 것. 아내와 함께 대선복기를 하면서 '아차'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대략 유권자 절반이 모여사는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있는 5060 세대들은 요즘 매우 불안한 것. 이유는 간단했다. 깡통아파트 내지 부동산이 5년 내내 곤두박질 하고 있었던 것. 예컨데 강남3구의 중심가에 위치한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 30억원 정도라고 하면 30% 이상 가격이 폭락했다. 대략 9억원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떨어진 것.

 같은 계산방법으로 10억원 짜리 아파트는 3억원이 1억원 아파트는 3000만원이 떨어진 것. 특히 10억원 이상 호가하는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은 종부세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었을 거다. 잠시 생각해 보시라. 평생을 통해 모은 재산이 불과 5년 만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문재인 후보측에서 '부자감세론'을 꺼내들자 위기감이 들었을 것이라는 판단. 가뜩에나 거품이 빠져나가는 데 민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상대적으로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볼 것 같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어쩌면 이들 5060 세대들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이정희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여준 새정치 내지 정치개혁이 되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재산이 또 잘려나갈 것 같은 느낌이라도 들었을 것. 동네뒷산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우리는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수도권에 살고있는 5060 세대들 참 바보들이다.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권의 허울좋은 '경제살리기'에 한 번 속아봤으면 됐지. 색깔과 무늬만 바꾼 '민생살리기'에 또 속는가 싶었던 것. 그렇다고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갈까. 그 시간에 다음뷰에 와서 추천이나 한 방 더 때리던 지.

 



필자가 살고있는 동네는 강남 한복판이다. 앞서 언급한 아파트 처럼 지난 5년 동안 엄청 까졌다.(이런 표현이 어울릴 듯) 그냥 까진 정도가 아니라 거품이 꺼질 때 마다 아내의 속이 새까맣게 또는 마음이 더 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까지고 또 까졌다. 사정이 이러한데 블로그에 정치 돌아가는 글을 끼적거리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이겠나. 아내는 말했다. 그게 돈이 돼. 명예가 돼. 권력이 돼. 맞는 말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끼적이면 돈도 명예도 권력도 그 아무것도 안 되는 게 사실.

그나마 필자는 '맞춤형 글'을 질색하는 지라 이른바 '까는 글'을 통해 절반은 고발 절반은 팔뚝질로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작은 외침 하나를 보태고 있었던 것. 5060 세대의 한 사람인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것 밖에 없었다. 단 한사람이라도 더, 더 나은 세상에 살아보기를 진심으로 원하며 끼적그렸다. 그것도 독수리 타법으로 어떤 때는 날밤을 새며 또 어떤 때는 하루종일 인터넷에 달라붙어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스크랩 하기도 했다. 그게 최소한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친 이후부터 지금 이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귀국한 지 7개월 째 이 짓을 한 것이다.

먹고 할 짓이 없어서? 정치적 이익 때문에? 블로그 에드센스 때문에? 블로그 방문자 수 때문에?...필자의 생애에 단 한 번 만이라도 우리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강남 한복판에 살면서 아내의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수 억원 이상이 날아가고 있는 게 눈에 빤히 보이는 데도 블질을 하고 있었던 이유는,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너무 작은 5060 세대가 2030 세대 등 후세를 위한 일이었음.
 
누군가 '고기도 먹어본 놈이 더 잘 먹는다'라고 말했다. 좋은 것을 누려본 자 만이 좋은 걸 알 수 있다는 말. 필자는 삶을 통해서 아픈 경험도 많았지만 행복한 추억이 훨씬 더 많다. 그 행복한 추억을 젊은세대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시쳇말로 '지랄발광'을 떨며, 동네 어귀에서 머리끄댕이 잡아 뜯는 싸움질과 다름없는 짓을 인터넷 '정치 카테고리'에 끼적이고 있었던 것. 참 부끄러운 짓이었지만, 나 하나 '쪽팔림' 무릎쓰면 젊은세대가 행복해 질 것이라는 데 왜 그짓을 하지 않겠나. 미래는 5060세대가 주인이 아니라 젊은세대들 몫.

그런데 수도권의 다수 5060세대들의 선택은 전혀 달랐다. 그들은 유신독재를 경험한 세대들이자 당시의 시대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박물관 같은 세대들이다. 그런 세대들이 대거 투표장에 몰려 투표율을 높인 결과 독재자의 딸을 선택한 것. 정말 허망했다. 이런 바보천치들. 어디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그들이 누군줄 알고. 또 알면 어떻게 할 건가. 그 시각 <다음뷰>에서는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라는 아우가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냥 삼킨 정도가 아니라 통곡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기가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린 것 이상으로 반성<문재인의 넥타이를 풀어드리겠습니다.>하고 있었던 것. 그 아우님은 전업블로거로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 정치 블로거'다. 세상이 상식이하라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일까. 인터넷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열심히 글을 썼다. 그냥 글을 쓴 게 아니라 두 아이의 미래와 몰상식이 횡행하는 정치판의 못 된 모습을 고발했다. 그는 그런 모습을 '주석 달 듯'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글을 보면 시사에 감추어진 비밀이 돋보기로 들여보는 듯 자세하다. 어설픈 기자들은 흉내도 못 낼 정도.

또 그는 다음뷰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필자는 그렇게 판단) '시사의 창(窓)'이 닫혔을 때 유일하게 시사의 문을 열고 있었던 블로거였다. 일당백의 역할을 블로거 '아이엠피터'가 도맡고 있었던 것.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유신독재를 경험한 세대가 유신독재를 다시 추억하는 세대들도 있다는 것. 또 그들이 선택한 건 자기 목숨처럼 여겼던 부동산이 전부. 자기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 아닌가. 물론 5060 세대 전부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 원인 하나를 지목해 보니 그렇다는 것.


사진 몇 장은 필자가 7개월 전 산티아고에 머물 때 'Cerro Pochoco'와 'San Cristobal'에서 촬영.


필자는 귀국 후 (또는 그 전까지) 정치 카테고리를 통해 반(이명박)정부 글을 끼적거렸다. 그러나 향후 블질은 색깔이 정반대일 것. 12월 19일!...이 날을 기준으로 아내와 한 약속 때문이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파타고니아 여행기'에 매진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그 때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남한땅'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산티아고에서 귀국한 지 7개월 만이다. 아이엠피터님은 전업블로거이자 정치블로거이기 때문에 다시 정치 글을 써야할 지 모르겠지만(솔직히 그만 두라고 말 하고 싶다), 필자는 향후 5년동안 정치글을 끼적이며 블로그를 더럽히지(?) 않을 생각이다. 혹 몇 편의 글은 더 끼적거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묵시적 동의로)침묵하고 있는 '천안함의 진실' 몇 편이 더 남았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민들이 그토록 원해도 달라진 것 아무것도 없었다. 그 많은 언론과 방송사 거기에 인터넷까지 덤벼들어도 세상 안 바뀐다는 거 모르면 그게 바보. 그렇다면 정권교대를 한 독재자의 딸 시대는 달라질 것 같나. 인터넷을 향해 아무리 글을 끼적거려 봤자 세상 안 바뀐다. 그대신 '나꼼수 고발' 처럼 정치판 바뀌자마자 보복하는 독재시대의 서막을 울릴 뿐. 차라리 그 시간에 천혜의 자연이 무엇인지. 왜 그런 자연이 남한땅에는 사라지고 있는 지 등에 대해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
 
그게 필자나 여러분들께 더 나은 선택일 것이며, 지난 2009년부터 시사의 창을 닫은 <다음뷰> 등 인터넷 포털의 선택이었을지 모르겠다. 향후 5년 조차 광대들이 더 필요한 세상이지 정치인 하나 더 늘려봤자, 부동산 밖에 모르는 세대들에겐 소 귀에 경 읽기. 부동산 확 망가져야 그 때 정신 차릴 것.(아내가 안 봐야 한다.ㅜㅜ) 대한민국이 아직 망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한 정치 블로거 같은 의인이 있기 때문이며 정권교체를 열망한 49%의 시민들 때문에 가능했다. 소돔과 고모라성의 비밀이다.

그동안 정권교체를 위해 힘써준 위대한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어느덧 50%에 가까운 새정치 희망세력을 간직한 것이다. 비록 새벽이 더디게 올 지 몰라도 민주의 날은 하루 하루 시간을 돌리고 있다. 대선 기간동안 독재자의 딸이 내 뱉은 거짓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굴욕의 역사에서 벗어 날 것. 그 때까지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자. 울면 바보!! 좌절금지!!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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