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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는 밀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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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는 밀뱀이 산다
-멱 감다 만난 밀뱀 두마리-


정확히 1년전 이맘때 부연동을 떠나 귀경길에 오르는 길은 많이도 서운했다. 여름끝자락에 떠난 피서가 끝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북적이는 도회지를 떠나 하늘 아래 첫 동네인 부연동의 정취는 나의 옷자락을 붙들어 놓기 충분했다. 샛노란 달맞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골짜기에는 온갖 곤충들과 물고기들과 날짐승 등이 지천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천상의 나라라고나 할까? 그곳을 떠나는 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여름끝자락을 아쉬워 했다.


그 숲에는 밀뱀이 산다 '맛보기' 영상
풀버전은 포스트 하단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부연동은 어느덧 마음의 고향 처럼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해와 달이 바뀌면 마땅히 들러야 하는 것 처럼 봄 여름 가을이면 찾아가고 있다.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를 통해 산 구비를 세 고개나 넘어야 비로소 당도할 수 있는 부연동에는 혈연도 없고 지연도 없는 곳이었지만,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히 맞이해준 휴양촌 지기 때문에 마치 혈육을 찾아 들르는 곳 처럼 친근감이 들기도 했다. 참 까마득한 산골짜기에서 산과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부연동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평생 꿈은 이 골짜기를 떠나 도회지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싶었지만, 야속한 운명은 그를 서울에서 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않았다.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한 그에게 내린 죽음의 선고는 그의 꿈을 접게 만들었다. 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그는 당뇨 때문에 오늘 내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의사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도회지를 떠나라고 했지만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리며 죽음을 맞이하라고 권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운동을 부지런히 하면 낳을 수도 있다고 하며 등산을 해 보라고 했다. 그때 그의 머리속에는 하루가 멀다하지 않고 오르내리던 오대산 자락이 눈에 선했다. 그는 그곳에서 도회지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평생의 꿈을 이루어 줄 곳이라고 믿었던 도회지는,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뒤돌아 봤던 그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산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는 고향으로 돌아오자 마자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몸 속의 당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죽어도 고향 산천에서 머리를 뉘고자 했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화전을 일구며 대를 이어 살아왔던 오대산 자락 부연동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밀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는 하루도 쉬지않고 집 뒷뜰 계곡을 따라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길도 없었지만 그가 산행을 되풀이 하는 동안 그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어렴풋이 길이 보였다. 그 만의 등산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그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당뇨와 합병증은 모두 사라졌다.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벌써 몇년째인가. 그는 도회지로 떠나 살고자 했던 꿈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집 앞에서는 취나물과 옥수수와 밭작물들이 빼곡하게 심겨져 있었고 당귀밭에서는 쉼 없이 당귀의 은은한 향기가 풍겨나고 있었다. 사방을 돌아보면 병풍같이 둘러쳐진 산과 부연동의 옥수같이 맑은 물과 티 하나 없는 공기와 함께 고개를 들어보면 드 높은 하늘이 눈만 뜨면 그의 앞에 펼져지고 있었다. 지난 8월 20 폭염이 마지막 기승을 부릴 때 지인들과 함께 부연동을 방문 하면서 하룻밤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솔깃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펜션 뒷뜰에서 돌배를 줍고 있던 지인이 내게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여기 배암이 있네?!"


그 숲에는 밀뱀이 산다 그는 뱀을 발견한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꽤 큰 녀석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그곳은 달개비꽃이 지천에 널려있는 곳이었고 오대산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쉼없이 졸졸 거리며 흐르는 곳이었다. 물 속 바윗돌에는 다슬기가 까맣게 달라붙어 있고 작은 멸치 같은 버들치 새끼들이 떼를지어 몰려다닌 곳이기도 했다. 바로 곁에는 깍아지른 산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곳이기도 했는데 이른 아침에 본 작은 개울옆 수초에는 이슬이 가득 맺혀있는 곳이기도 했다. 팬션 바로 뒤에 펼쳐진 풍경이었다.

지인의 말을 듣자마자 뱀이 출몰한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미 녀석은 사라진 다음이었다. 작년 이 맘때 귀경길에 오르며 본 로드킬 당한 꽃뱀이 문득 떠 올랐다. 녀석들은 몸을 데우려고 도로에 나왔다가 차 바퀴에 깔려 납작하게 변해 있었다. 부연동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였지만 부연동은 어느덧 시멘트 길로 포장되어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의 발길이 많이도 늘어나 동물들에게는 서서히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곳이자, 자신의 운명 보다 일찍 생을 마감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밀뱀 출현에 흠칫 놀란 까닭 뱀을 발견한 날은 금년 중에 제일 무더운 날씨여서, 폭염도 피할 겸 휴양촌 지기가 날이면 날마다 산을 오르내렸던 계곡을 따라 산행을 해 보기로 했다. 무더운 날 산행을 가능케 해 준 것은 계곡을 따라 빼곡한 밀림 때문에 그늘이 있었고,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이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처럼 온 몸을 뒤덮는 곳이기도 했다. 부연동 방문은 산행이 목적이 아니어서 뒷동산 오르듯 샌들에 의지하며 한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산길을 따라 중턱 까지만 이동한 이후 되돌아왔다. 밀림 속 그늘 밑으로만 다녔지만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좁은 산길 곁으로 옥수가 졸졸 거리며 소를 돌아 흐르고 있었다. 계곡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그곳에 밀뱀이 몸을 뉘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이 골짜기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옷을 모두 벗고 계곡물에 몸을 담궈 볼 요량이었다. 어쩌면 이 골짜기에서 몸에 거추장 스러운 옷을 두르고 있는 생물은 나 혼자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속옷 까지 모두 벗어 놓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자 말자 찬 기운이 금방 땀구멍을 막으며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계곡물은 정강이 근처 까지 찰 정도로 얕았지만 엉덩이를 물에 담그자 그런데로 멱을 감을만 했다. 이끼 낀 바위들이 눈 앞에 펼져지고 있었다. 마치 태초의 에덴동산 같은 분위기로 기막힌 풍경이 밀림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엉덩이가 계곡 물에 담궈지자 마자 우선 밀림속 삼매경에 빠져 들었는데 누군가 심산유곡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계곡에 나 말고 또 누가 있다는 말인가? 그 순간이었다. 바로 내 앞에서 밀뱀이 혀를 날름 거리며 발치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였다.(허걱!...)


갑자기(?) 출현한 뱀 한마리 때문에 흠칫 놀랐다. 유난히도 몸이 반짝거리는 갈색 밀뱀이었다. 녀석은 바로 코 앞에서 개울의 바위에 몸을 의지한 채 두 팔 남짓한 개울을 이동할 심산으로 보였다. 녀석은 연신 혀를 날름 거리며 이동할 방향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비명같은 외마디가 흘러 나왔다.

"저리 가!...ㅜ"

녀석이 인간의 말귀를 알아챌 리가 없지만 나는 녀석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계곡물에 몸을 담궈 더위를 잠시 잊으려는 찰라 녀석 때문에 더위 따위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까 부터 누구인가 나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녀석은 일찌감치 나를 발견하고 바라보며 외부인의 출입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었던 것일까? 저리 가라고 한 비명같은 외마디를 들은채 만채 녀석은 내 발끝에서 건너편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저리 가라니깐!...ㅜㅜ"

그 순간 녀석은 작은 바위 위에서 건너편으로 이동하며 나를 더욱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점프를 할 수 없는 밀뱀은 순간적으로 몸을 개울물에 담그며 뛰어(?) 들었다.(허거덩! ㅜㅜ) 녀석은 내 발을 스치듯 S자로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건너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이곳에서 멱을 더 감을 수 있을까?...ㅜㅜ) 밀뱀이 사람을 공격할 리가 없었고(또 독이 없다) 엉덩이를 물에 담군 자리가 마치 가시방석 같았지만 멱을 감을 요량이었다. 내 발 끝을 스치듯 지나간 녀석은 도망 갈 생각은 하지않고 건너편에 당도하여 호흡을 고르는듯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계곡 밀림 사이로 스며든 햋볕이 녀석의 몸에 기름을 바른듯 윤기로 철철 넘치게 했다. 뱀은 참 깨끗해 보이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일이 발가벗은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거의 서곡에 불과 했다. 녀석이 개울을 건너 숲으로 몸을 감춘 것을 확인한 이후 본격적인 멱을 감을 찰라였는데 나는 녀석이 처음 출현한 개울가를 살피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말이다. 역시나 였다.ㅜ  



그 숲에는 밀뱀이 산다 풀버전 영상

찬찬히 고개를 돌려 녀석이 출현한 곳 부터 갈색 자갈이 있는 개울옆을 살피다가 시선을 얼어붙게 만든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곳에는 조금전 내 발끝을 지나간 녀석의 몸집 두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밀뱀이 한가롭게도 몸을 길게 늘어 뜨리며 조용히 누워있었다.(허걱! 이건 또 모야? ㅜㅜ) 내가 만난 밀뱀 중에서 제일 큰 녀석 같았다.(나...아까 부터 다 훔쳐봤지롱...^^)하며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는듯 했다. 그곳에는 한줄기 햋볕이 숲을 헤치고 밝은 빛을 쏟아내고 있는 장소였다. 녀석은 그곳에서 햋볕에 몸을 데우고 있었던 것이다. 저리가라며 소리칠 이유도 없었다. 나는 녀석의 존재를 발견하자 마자 꼬리(?)를 내리고 살며시 일어났다. 녀석의 망중한을 훼방놓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이곳은 녀석의 삶의 터전이자 인간의 출입을 금하는 장소였다. 나는 어느새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있었다.  


처음 숲으로 들어갈 때는 밀뱀의 존재에 대해 전혀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어쩌다 심산유곡에서 몸을 담그려다 발견한 녀석들의 모습 때문에 오대산 자락의 밀림이 마치 아마존 숲 처럼 여겨지며 그 때 부터 발 밑이든 숲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언제 또 대책없이 덤벼드는(?) 녀석들 때문에 흠칫 거릴지 모를 일이었다. 계곡에서 밀뱀 두마리를 발견하고 펜션으로 이동하면서 평소에 늘 끼고 살던 카메라가 손에 없었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대자연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으면 싶었다. 그리고 발길을 재촉했다. 숙소로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온 나는 카메라를 들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갔다. 빨리 가면 한가로이 몸을 뉘고 있던 녀석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나 혼자 생각일 뿐이었다.

숲을 헤치고 다시 찾아간 그 장소에는 녀석들이 자취를 감춘 후 였다. 처음 몸을 담궜던 그 장소 주변을 살피며 계곡을 따라 물을 첨벙이며 녀석들의 존재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영상에 잡힌 밀뱀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 숲에는 밀뱀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침입자로 돌변한 한 인간 때문에 맨 처음 한가로이 조우했던 밀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상에 담긴 녀석과 내가 눈을 마주치자 마자 녀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을 치는 모습이었다. 태초의 에덴 동산과 닮은 천국같은 숲 속에 인간의 발길이 닿는 즉시 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미안했다. 아마도 펜션 지기가 평생의 꿈이었던 서울 생활을 접어야 했던 까닭도 도회지가 발산하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건강을 되찾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 준 것도 이 숲이었는데 그 숲에는 밀뱀이 살고 있었다.    


...그 숲에는 밀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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