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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아름다운 '영월'에 없어도 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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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월'에 없어도 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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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는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지난 23일 강원도 영월에 있는 지인의 농장을 방문하면서 제일 먼저 떠 올린 생각입니다. 제게 영월은 두가지 이미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 이미지는 우리나라 내륙 최고 깊은 오지에서 굽이 굽이 산을 휘감고 흐르는 동강의 모습입니다. 동해안으로 여행할 일이 있으면 일부러 남원주 IC를 지나 주천강을 거쳐 영월로 입성한 후 정선으로 이동한 후 임계를 지나 동해시로 빠져나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이동하면 다소 시간은 걸릴지라도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세계 어디에 내 놔도 으뜸가는 풍광이었습니다. 마치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듯한 그 풍경들은 도시에서 찌들었던 때를 한순간 말끔히 씻어주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요즘에야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당도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영월이지만 도로사정이 나빳던 예전의 영월은 또 얼마나 오지였으면 단종을 유배시킬 장소로 떠 올렸겠습니까? 청령포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단종의 흐느낌이 절로 들리는듯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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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월의 두 번째 이미지는 전혀 다릅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산봉우리 전체를 삭둑 잘라버린듯한  이 산은 석회석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파 헤친 석회광의 최후 모습입니다. 영월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가 '시멘트'가 두번째 이미지 입니다. 그림의 산봉우리 일부는 나무를 심어 조림지를 형성해 두었지만 조림지가 무색하게 산 꼭대기에서 흘러내린 흙과 돌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 같은 분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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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경제개발을 목표로 뒤를 돌아다 보지않고 열심히 건설한 각종 빌딩과 집을 짓는데 반드시 필요한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기도 했고, 일부는 철광석을 제련하는 원료로 사용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월지역에서 생산되는 이런 석회광이 없었던들 우리는 부족한 자원 얼마간을 모두 값비싼 외화를 주고 수입에 의존하는 한편 개발 속도도 그만큼 지연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따라서 영월지역에 산재한 시멘트 공장 등은 정부로 부터 기간산업으로 보호되고 육성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환경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시멘트 산업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을 남긴 채 벌거벗은 산봉우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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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일은 늘 동전의 앞 뒷면과 다르지 않아서 좋은 점을 취할 때 반드시 나쁜점을 동반해야 하는 것일까요? 남원주에서 신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주천강을 끼고 영월로 들어가는 순간 차창 멀리 그러나 너무도 뚜렷하게 다가온 흉물스러운 모습이 카메라 셔터를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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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 들어서자 마자 멀리 한눈에 바라 보이는 흉칙한 모습은 오늘날 우리를 먹여 살린 산업의 원료로 사용되었던 석회석이라는 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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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수십년 동안 파고 또 파 낸 흔적이 이렇게 남았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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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하나가 싹 깍여나간 자리는 원래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멘트를 생산할 당시만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중금속 비산문제가 다시금 불거지면서 이 지역에 살고있던 분들의 원성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환경부나 이 지역의 시멘트 회사 등이 주민들의 내세운 오염물질 피해문제에 대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더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우리나라 중부 내륙 깊숙히 위치한 영월 땅에 쓰레기를 섞은 시멘트를 만들고 나서 부터 더 심화된 모습입니다. 고온처리되는 시멘트 소성로 속으로 태워지는 중금속들이 급기야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지면서 더 참지 못한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다음뷰의 한 블로거의 끝장취재가 이 사실을 널리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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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산적해 둔 비산먼지는 그런데로 참을 수 있었지만 인체에 치명적으로 작용되는 중금속에 대해서는 순박한 영월 주민들도 더 참지 못하며 회사측을 지지하는(산업효과) 주민과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주민들간 반목까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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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시멘트 회사 등은 이곳 소수의 주민들 항의나 보상대책 등에 대해서 '무해'를 주장하고 있었지만 삼척동자가 봐도 무해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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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쓰레기를 태운 시멘트 공장이 서울 등 도시근처에 자리잡고 있다면 지금과 같이 정부나 시멘트 공장등이 나 몰라라고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이런 일에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비단 정부나 시멘트 공장 뿐만 아니라 야당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를 문제삼는 환경단체 등이 오히려 도마에 올라 '공공의 적'으로 둔갑하고 있는 모습이지요. 적반하장도 유분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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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이곳 영월지역의 시멘트공장 등을 시찰한 후 정부나 시멘트 공장의 당위성에 동의하고 있는 동시에 사후처리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에 매달려 뒤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만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주장이 없다하더라도 환경문제를 함부로 다뤄서는 아니되며 쓰레기를 깊은 산중에서 태우는 것과 같은 소각로가 된 시멘트 공장 소성로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설과 함께 영월지역 시멘트 공장 근처에 사시는 분들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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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하나가 사라진 현장에 다가서자 이런 모습은 영월에 없어도 될 풍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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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말로 들어서는 순간 저 산이 깍이지 않았더라면 영월의 풍광은 또 얼마나 수려했겠는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오늘날에 있기 까지 온 몸(?)을 바쳐 수고한 저 산봉우리와 노동의 흔적들이 주마등 처럼 머리를 스칩니다. 하나를 얻되 반드시 하나를 잃어야 하는 개발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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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적을 늘 집처럼 등에 지고 살아야 하는 마을...시멘트 산업의 피해는 단지 육신을 괴롭히는 중금속 배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바꾼 산업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이렇게 바꾼 환경은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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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월에 없어도 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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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이 풍경을 드나들며 느낀 생각은 단 하나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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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달콤한 유혹을 느끼는 순간 내 소중한 살 한점을 뜯길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집으로 돌아와 구글어스로 내려다 본 영월에는 기괴한 모습을 한 종류미상의 악한이 동강 줄기를 삼킬 듯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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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이 장면은 최소한 영월지역이 한동안은 석회석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않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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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편으로 흘러내린 토사는 강으로 직접 흘러들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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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면은 장맛비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대부분의 석회석 침출수가 동강 줄기로 흘러드는 것을 알 수 있죠. 석회석의 피해정도에 대해 PH정도를 놓고 유무해를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석회석을 취하기 위해 이 산을 헐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석회석은 자연적으로 조금씩 녹아 흘러 들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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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림지가 개발의 흔적 얼마간을 메꿀 수 있을까요? 석회석 위에는 아무런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따라서 상공에서 바라보면 풀 한포기 찾을 수 없는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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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에 묻어 두었던 석회석 괴물이 금방이라도 동강과 영월을 삼킬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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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발된 석회석은 길다란 콘베어를 타고 시멘트로 가공되는 한편 도시에서는 빌딩과 아파트 등을 짓는 재료가 되고 황폐해진 영월지역에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보따리를 싸고 있는 모습이 과연 바람직 한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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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알려진 수수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잘도 자라고 있는 모습이 대견 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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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동안 석회석 원석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을 이 지역에서 콘베어 작동 소리가 멈추면 콘크리트로 만든 회색빛 도시가 더불어 성장을 멈추겠지만 정부나 시멘트 공장 등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산업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갈 작정이라면 영월에 없어도 될 풍경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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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영월지역으로 1박2일간의 짧은 볼일을 보러 다녀왔지만 영월하면 떠 오르는 이미지가 시멘트 공장이나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이미지를 벗으려면 우선 정부나 지자체 등이 나서서 관련산업 피해자에 등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는 한편, 시멘트산업 등으로 오염된 동강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러하지 못하면 청령포에서 흐느낀 단종과 같이 영월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쓰레기 유배지로 낙인 찍힐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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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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