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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심각한 장수말벌 '피해현장' 직접 보니

SensitiveMedia  


말벌들이 떼를 지어 꿀벌통 앞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움찔하며 먼 발치에서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말벌에 쏘이는 날이면 그 순간 황천길로 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장수말벌의 독은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었고 일반벌의 500배 이상이나 되는 독을 지니고 있다.

장수말벌은 이상기후 탓인지 모르나 예전과 달리 도시 곳곳에 출몰하며 사람들을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중태에 빠뜨리는 매우 위험한 곤충이며, 크기는 새끼손가락 만큼 큼직하여 보통의 벌과 비교하면 곤충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고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집(영역) 근처에 발을 디딘 사람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위 사진은 장수말벌이 떼를 지어 한 양봉장을 침입하며 꿀벌세상을 초토화 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관련 포스팅 말벌에 맞선 '꿀벌'들의 위대한 투쟁 감동



The War of wasp and honeybee 2



지난 11일 동두천에 있는 한 양봉장을 다시 찾아간 시각은 오후 2시가 넘었다. 관련 포스팅에서 언급했지만 최근에는 사정으로 인해 동두천으로 가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곳에는 조모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양봉장이 있었는데 먼저 포스팅에서 좀체로 만나기 힘든 말벌이 꿀벌을 습격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 소개한 적이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 보면서 덩치큰 장수말벌들이 반드시 꿀벌들에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꿀벌들의 분화된 조직사회가 놀랍기도 했다.



꿀벌들은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루는 일이 있어도 반드시 그들의 사회와 개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정말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달랐다. 그땐 말벌에 맞선 꿀벌들의 선전을 응원하며 기분이 고조되었지만 이번에는 말벌들을 보는 순간 우선 나 부터 쫄아들었다.


 
장수말벌의 위용은 대단하여 녀석들이 꿀벌통 앞에서 비행하는 모습만 봐도 기가 질릴 판국이었다. 마치 한때 핵주먹으로 불리던 타이슨이 플라이급 선수와 타이틀 매치를 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동두천에 도착하자 마자 지인은 급히 가 봐야 할 곳이 있다며 나의 손을 이끌다 시피 빠르게 이동하자고 졸랐다. (무슨일일까?)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긴급출동'이었다. 먼저 포스팅한 지역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양봉장도 지인이 운영하는 양봉장인데 그곳에 도착하자 마자 할아버지는 입구가 커다란 잠자리채 같은 포획망을 들고 나섰다. 지난번에 파리채를 든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할아버지 뒷꽁무니를 따라가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줄행랑 칠 준비를 하며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스탠바이 시켰다. 육안으로 확인된 장수말벌도 큼지막 했는데 카메라를 줌인 하니 마치 독수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흐미...후덜덜...ㅜ)


우리가 이곳을 긴급출동 했을 때 말벌들은 꿀벌통 곁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미사일을 투여하기 전에 공격목표를 조준하고 있는듯 했다. 어떤 녀석은 꿀벌통 앞 작은 나무 작대기에 올라 꿀벌들의 빈틈을 엿보는 녀석도 눈에 띄었다.


꿀벌통 앞에는 이미 먼저 공격당한 꿀벌들의 주검이 수도 없이 나 뒹굴고 있었는데 말벌 한마리가 꿀벌통에 진입하면 꿀벌들은 초토화 된다고 했다. 따라서 양봉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서로 다른곳에 위치한 양봉장을 바쁘게 오가며 자식들 처럼 소중한 꿀벌들을 보살피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도착할 당시에도 새로 제작한 꿀벌통 다섯개를 픽업트럭에 실고 왔는데 모두 말벌들의 소행에 망가진 꿀벌들을 다시 분봉하려고 맞추어 온 것들이었다. 할아버지는 도착하자 마자 말벌 포획채를 들고 꿀벌통 앞으로 향하며 말벌들의 비행을 하는 모습을 추적하며 한마리 두마리씩 나꿔채는 한편, 미리 준비해 둔 통에 잡은 말벌을 빠뜨렸다. 그 속에는 수많은 말벌들이 말벌주酒로 환원되고 있었는데 화가난 할아버지는 몇마리의 말벌들을 병 속에 털어 넣다가 아예 잡는 즉시 발로 밟아버렸다.


그렇게 죽어간 장수말벌들이 꿀벌 통 앞에 수십마리 이상 나뒹굴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함으로 할어버지는 한시라도 꿀벌통을 떠나면 안되어 시간에 맞추어 두곳을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두곳을 오가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말벌들의 오후 식사시간(?)이었다.


할아버지의말씀에 의하면 말벌들은 하루 두차례 꿀벌들을 공격하는데 대체로 오전 11시경에 한번 나타나며 오후 2시경에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도착한 시간 또 한곳에 말벌들이 나타날 시간이 되어 긴급출동하게된 것이었다. 이렇게 동일한 시간에 두곳에 출몰하는 말벌들 때문에 한곳의 꿀벌들이 수난을 당하는데 말벌로 부터 죽임을 당한 꿀벌들의 숫자는 꿀벌 한통에 들어있는 꿀벌들 숫자만큼이나 많아 먼저 공격당한 꿀벌통 앞에는 죽은 꿀벌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정말 나쁜녀석이자 미운 녀석이었다.


나는 말벌들이 늘 이렇게 출몰했는지 궁금했다. 한곳도 아닌 두곳 이상의 양봉장을 운영하려면 최소한 양봉장 마다 관리인이 있어야 될 것이었지만 인건비를 들여가며 운영할 처지는 못돼 바쁘게 오가는 동안 꿀벌들의 수난만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양봉을 하면 늘 말벌들 때문에 고생 하세요?..."

"아녀...예전에는 가끔 나타났는데 요즘 부쩍 늘었어요...왜 그런지 몰라"



나는 요즘 부쩍 늘어가는 말벌들의 개체수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온대기후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말벌들의 개체수가 기하급수학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면 말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우리가 기후탓만 하는 동안 급속히 증가하는 말벌들을 방치할 경우 양봉농사를 짓는 농가는 말할것도 없고, 도시 곳곳에 출몰하는 말벌들 때문에 인명이 사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사후약방 처럼 말벌에 쏘인 후 119요원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할아버지의 양봉장이 위치한 곳은 동두천의 은현면 소재지에서 가까운 곳이고 그곳은 크고 작은 공장들과 주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논농사와 더불어 비교적 숲이 많은 지역이다.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30년 동안 양봉업을 해오고 있는데 지금처럼 말벌의 출현이 많았던 때가 없었다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벌들은 단지 이곳에 양봉장 때문에 개체수가 늘어났다기 보다 이상기후가 한몫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드는 것이다.

도시의 아파트 등지에서도 요즘은 숲이 많아졌고 곤충들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져 감에 따라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아울러 드는 것이다. 따라서 말벌에 쏘이지 않게 조심하라는 등 소극적인 방법에서 민가 근처의 말벌을 찾아나서 박멸하는 적극적인 방법은 산속에 살고있는 꿀벌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에 큰도움을 줄 것이므로 말벌에 대한 예방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입구가 큰 유리병 속으로 떨어진 장수말벌을 촬영하는 짧은 순간 나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었다.


유리병 속에 갇힌 말벌이 금방이라도 날개짓하며 날아 오를것만 같았고 엄청난 크기의 말벌의 위용은 마치 쥐라기 때  살던 조그만 곤충이 돌연변이로 비대한 몸짓을 가진것 처럼 무서운 존재로 보엿다.


말벌들이 해친(할아버지는 이 광경을 두고 말벌이 '빠순(빠수다,빻다)' 꿀벌 무더기라 했다.) 꿀벌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꿀벌통 앞에 수북히 쌓여 있는 모습이다. 또 한곳의 양봉장을 다녀온 사이 장수말벌들이 꿀벌들을 초토화 시킨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화가난 할아버지는 말벌을 포획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발로 밟아 버렸는데 처음에 얌전히(?) 말벌들을 병속에 털어 넣는 장면과 다른 모습이었다. 정말 화가 날만도 했다.


이곳은 그나마 꿀벌들이 선전한 곳이지만 말벌에 맞서 전사한 꿀벌들의 모습을 보초꿀벌들이 처연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듯 하다.


꿀벌통 앞에는 수십마리의 말벌들이 죽어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오전에 방문하여 말벌들과 일전을 벌인 흔적이다.


녀석들은 단지 꿀 몇 모금을 얻기 위해 꿀벌들이 열심히 모아둔 꿀을 노략질 하는데, 꿀벌사회를 공격하는데 그치지 않고 꿀벌사회를 지키려는 꿀벌 다수를 무참하게 공격하여 죽게 만드는 난폭군으로 떼를 지어 꿀벌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니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침탈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양봉장 한편에는 버려진 밀랍위에 한마리의 장수말벌이 죽어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장수말벌 한마리만 침투해도 꿀벌들과 꿀벌통은 초토화 되는데 할아버지는 장수말벌 때문에 텅빈 꿀통을 점검도 할겸 내개 보여 주었다.



새로 마련한 벌꿀통에는 장수말벌의 침입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곳에는 장수말벌에 맞서 싸우다 죽어간 꿀벌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또 한편의 꿀벌통 앞에는 보초 꿀벌들이 꿀벌통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고 떼를 지어 나타난 말벌들 때문에 꿀벌들의 축제인 '낮놀이'는 볼 수 없었다. 꿀벌들의 사회나 우리 인간들의 사회나 강자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노리는 침탈행위는 지탄받을 일이고 어떠한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도 막아야 할 공공의 적이었다. 장수말벌의 늘어나는 개체수를 바라보다가 우리 사회에 증폭되는 불만들은 단지 조금 더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가진 것 까지 빼앗으려 드는 집단들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여겨지는 것은 비단 나 만의 생각일까?...아무튼 장수말벌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게 느껴진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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