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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 '新워낭소리' 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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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 '新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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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눔아 대가리 좀 치워라..."

"...엄니가 좀만 양보하면 되잖아요."

"...허 이눔 봐라...대가리 좀 치우라니까..."

"싫어요...엄니가 좀만 양보해요."



"...허 이눔 봐라...대가리 좀 치우라니깐!!..."

"엄니...대가리가 머예요. 못치워요."

"이눔 봐라?!...니가 함 해보자는 겨?!..."

"엄니! 맨날 이러면 지나가는 소가 다 웃어요. 엄니가 양보하.세.요...씨~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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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 이야기 제7편-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의 하루는 늘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늘만 바라보고 살았던 부연동에도 경운기가 들어오면서 밭을 갈 일이 없어진 엄마소와 송아지는 그저 주인이 주는 여물만 축내면서 신식으로 지은 작은 마구간(축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는데, 할 일 없이 여물만 먹고 자란 송아지가 언제부터인가 훌쩍 자라 마굿간이 점점 비좁아 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굿간이 비좁아질 때는 주인이 여물을 가져다 줄 때가 거의 전부였으나 마굿간 밖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리면 두 모녀는 밖을 내다보기 위해 마구간에 달아 둔 문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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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던 예전에는 체념하고 살아서 그런지 별 문제가 없었지만, 부연동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부터 외지인들이 자주 이곳을 방문 하면서 신경전의 회수가 점차 늘어나게 됐다. 그 회수는 처음 이곳을 방문한 외지인들이 길을 잘못들어 막다른 길목에 있는 마구간을 지날 때 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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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눔아 우리가 많이 살아봤자 15년인디 맨날 이러구 살아?"

"엄닌 테레비도 못보고 살았지만 인터넷 보니까 40년은 산데요."

"...덱끼 이눔아 누가 그래?..."

"요새 워낭소린가 뭔가가 외국에서 더 난리가 아니래요."

"...워낭소리?..."

"그래요 엄니...워낭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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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엄마소는 들어본지 한참되어 언제인지도 모를 워낭소리를 떠 올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부연동의 자갈밭을 주인과 함께 밭을 갈러 나간 때가 까마득 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주인이 코뚜레를 당기며 '이랴'하고 소리칠 때는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 아랫동네 몇 마지기 안되는 논을 가는 소들이 부럽기도 했다. 등뒤에서 주인이 이랴 저랴(?)하며 코뚜레를 당길 때 마다 발걸음을 옮기면 워낭이 딸랑 딸랑 소리를내며 조용한 산골에 새소리 처럼 울려퍼졌던 것이다.

"헉!...이눔아 니가 어케 워낭을 다 알어?..."

"...인터넷 보니까 다 나와요. 귀 옆에서 턱 밑으로 일케 늘여 단 방울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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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는 얼마전 주인이 세상을 떠나고 난 이후로 낡아서 갈아끼우던 나무 코뚜레 대신 굵은 철사로 만든 코뚜레를 코에 걸고 있었는데 밭 갈 일이 없어져 갈피를 잡지 못하자 주인 아주머니가 나무 코두레 대신 철사 코뚜레를 끼워 넣은 것이다. 할 일이 없어진 엄마소에게 워낭이 필요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눔아 넌 워낭을 몰라도 돼!..."

"...그래두 워낭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 거 가토...ㅜ"

"음머...철딱서니 없기로서니!..."

"...엄니 워낭 하나만 사 죠잉...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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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는 워낭 소리가 죽기 보다 더 싫었지만 새끼 송아지가 워낭 타령을 하는 통에 귀에서 워낭 소리가 들리는듯 하며 한참 밭일을 하던 당시 모습이 떠 올랐다. 워낭은 놋쇠나 동으로 만들어 잔등에 걸쳤고 어떤 소들은 워낭을 한개만 단 것도 있지만 쌍으로 달아 이웃의 소들과 구별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늘 듣던 워낭소리는 풀 먹이러 나간 아이들이 멱을 감다가도 워낭의 방울 소리만 들어도 누구네 소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어서 워낭은 소에게 필수품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유럽 등지에서는 워낭을 예쁘게 치장하기도 했는데 그쪽도 부연동 등지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필요없게된 워낭을 상품으로 작게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고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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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과 함께 소 잔등에 짐을 싣던 '갈마'도 부연동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뒷뜰에 버려진듯 쳐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밭갈이 할 때 입을 덧씌워 풀을 뜯지 못하게 하거나 딴 짓을 하지 못하도록 짚으로 만든 장치인 '부리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엄마소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새끼 송아지가 워낭 하나 사 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러고 보니 쇠 코뚜레로 코를 뚫어야 할 송아지 코는 멀쩡해 마치 귀공자를 보는듯 엄마소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니가 코뚜레 맛을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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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는 코뚜레를 끼기 위해 주인과 동네사람들이 자신의 머리를 꽉 붙든 채 쇠꼬챙이로 콧구멍을 가로 찔렀던 아픔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핑~돌 판이었다. 뾰족한 송곳도 아닌 쇠꼬챙이를 불에 빨갛게 달궈 코 앞에 들이미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콧구멍 속으로 확 들어오는 순간 지독한 아픔 때문에 그저 음머 음머 하고 소리만 질렀는데, 그 고통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노간주나무로 만든 코뚜레에 연결된 줄을 주인이 당기는 순간 마다 콧구멍을 뚫을 당시 아픔이 되살아나 죽을 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밭일을 했다. 그때 마다 자신을 위로해 준 것은 풍경소리 같이 은은하게 귓전을 울리던 워낭소리였는데 워낭소리를 들을 때 마다 코뚜레의 악몽이 주마등 처럼 스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눔의 새끼 뭐...워낭 하나 사 죠잉?...ㅠ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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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소는 철딱서니 없는 새끼 송아지가 내 뱉은 말을 되새김 하듯 나무라는 한편, 밭을 갈 일이 없어진 대신 달라진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다. 코뚜레를 끼기 위해 코를 똟는 아픔은 사라졌지만 어느날 따끔한 통증과 함께 모녀의 귀에는 노란 귀걸이가 걸렸다. 그 귀걸이는 미국에서 온 '주저앉는 소'와 워낭소리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뇌를 갉아먹는다는 광우병 파동 때문에 '바코드'로 산지 표시를 해 두고 사람들은 그동안 죽도록 충성한 소를 식품으로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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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새끼 송아지가 말한 게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좁은 마구간에서 할 일 없이 여물만 먹다간 금새 몸이 불어 15년은 커녕 몇년만 되면 사람들의 식탁에 오를 판국이니 죽을 힘을 다하여 자갈밭을 갈며 주인과 함께 오래토록 살 수 있는 게 더 나을 것인지도 몰랐다. 아울러 엄마소는 가혹하고 몹쓸 일과 다름없어 보이는 코뚜레가 새끼 송아지에게서 볼 수 없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경운기 때문에 할 일이 없어지고 갈 곳이 없어진 우리네 한우들은, 그래서 눈만 뜨면 쓸데없는 구경거리 하나를 두고 아웅다웅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허 이눔 봐라...대가리 좀 치우라니깐!!..."

"엄니...대가리가 머예요. 못치워요."

"이눔 봐라?!...니가 함 해보자는 겨?!..."

"엄니! 맨날 이러면 지나가는 소가 다 웃어요. 엄니가 양보하.세.요...씨~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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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에는 지나가는 소를 구경할 수가 없었고 밭을 가는 소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다만 나 처럼 산 좋고 물좋은 곳을 오랜만에 찾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칠 뿐이며, 그때 마다 그들을 구경하기 위해 좁은 마구간에 고개를 서로 내미는 한우 모녀만 있을 뿐이었다. 달맞이 꽃이 흐드러지게 핀 하늘 아래 첫 동네 부연동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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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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