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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MERICA

'보물선'을 찾아서 떠나는 남미여행


'보물선'을 찾아서
떠나는 남미여행

제1편 뿐따아레나스의 보물선

내가 처음 바다를 보았을 때 나는 바다 건너 저편에 살고있는 세계를 늘 동경해 왔다. 어린 내가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은 뒷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 바라 본 바다와 기회가 닿아서 버스에 몸을 싣고 바다내음이 물씬 풍기는 바다 가까이 가 보는 일이었지만, 바다 가까이에서 본 바다 보다 높은 산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가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그곳에서 본 바다는 도시보다 더 높아 보여서 언제고 바닷물이 범람할 것 같아 보였다. 은빛처럼 빛나던 그 바다는 집으로 돌아온 내게 세계지도를 펴 보게 했고 어린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다건너 저편에 있는 나라로 가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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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뿌에르도 몬뜨 앙헬모에 정박된 전마선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현해탄을 건너서 우리땅과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에 먼저 발을 디뎠고 그 첫발은 이역만리 센트럴아메리카로 나를 내려 놓았다. 그곳은 내가 늘 꿈꾸어 왔던 곳이지만 막상 나의 발이 그곳에 당도했을 때 내가 꾼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어릴적 꾸어온 꿈들은 나를 낮선땅에 내려 놓기만 했을 뿐 이방인이 그곳에서 이룰 삶의 모습은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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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생긴 모습이 조금씩 다르듯 나의 사고방식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들과 동화할 생각은 커녕 짬만나면 뒷동산에서 내려다 본 은빛 바다처럼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다시금 떠 올랐다. 새로운 땅의 모습에 심취했을 뿐 그 땅에서 삶을 이어갈 마음의 준비가 덜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내 꿈을 키웠던 뒷동산을 그리고 지도를 펼쳐든 그곳에는 반백의 한 남자가 못다 이룬 꿈을 두고 다시금 꿈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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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따아레나스에서 25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곽사장(이하 'K'라 함)은 많이도 흥분되어 있었다. 그가 우리땅을 떠나서 낮선땅 남미로 떠날때만 해도 80년대의 우리나라는 격동기였고 그에게 우리땅은 기회를 박탈하는 땅이었으나 다시금 인수봉 아래에서 약수를 마시며 신식아파트에서 하루 하루 생활을 거듭하자  그가 먼 나라에서 홀홀단신 고생하며 살았던 시간이 후회가 되는듯 그는 우리땅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했다.

"...여건만 된다면 여기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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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가 살고 있는 남미땅 끄트머리에 있는 뿐따아레나스의 생활에 많이도 지친모습이었다. 빠따고니아 안데스의 바람과 눈이 그의 머리카락을 어느새 하얗게 말렸고 천국과 같은 산하를 누비며 다닌 그의 몸은 살이 찔 겨를도 없이 마른몸을 하고 있었다. 김치만두를 한입 베어 먹으며 그는 이방인들이 침탈한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끄집어 들었다.  


남미땅 칠레는 아메리카 땅이 다 그렇듯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다.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는 칠레정부가 마젤란해협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1848년 12월 16일 건설한 도시며 본래 칠레정부는 뿐따 아레나스시市가 건설된 남쪽 60 km지점의 요새 뿌에르떼 불네스Fuerte Bulnes를 건설했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뿐따 아레나스'를 건설했는데,  이 도시를 건설한 이민들 가운데는 크로아티아(유고슬라비아) 이민들의 힘이 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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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최소한 160년전 그들이 이루어 놓은 터전에서 몸만 옮긴셈이었는데 잊고살던 '향수병'이 불현듯 도진 것이었다. 그의 향수병을 자극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노모의 건강이 악화되어 겸사겸사로 그가 떠났던 고향땅을 밟았던 것인데 귀국후 처음 나를 만나 자리에서 내게 준 선물은 그가 눈과 바람의 땅 뿐따아레나스에서 줏어(?)들은 '보물선'에 관한 이야기였다.

"...잠수부가 자멱질만 하면 도자기는 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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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어스 속 뿐따아레나스 위치

그가 보물선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자신이 그 보물을 채취하지 못하여 안달을 한 것 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방인들이 남미땅을 침탈하기 전 인디오들의 수난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가 본 칠레 남부의 군도들 사이 협곡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원시 모습을 아이들 처럼 신나서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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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까마 인디안들이 10세기경에 이곳에 정착하였으나 15세기에 북부지역은 잉카제국에 정복되고 16세기에 들어와서는 에스파니아(스페인)의 정복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남부에서는 아라우깐 인디안들이 19세기까지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1520년 마젤란의 신대륙탐험으로 서방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1540년에는 스페인의 발디비아 장군이 인디안들을 정복하여 식민화 시켰다. 그 과정에서 침입자들은 남미 인디오들의 제거를 위해서 그들의 목을 잘라오면 특혜를 주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전해 지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기전 마젤란해협을 돌아서 항해하던 뱃사람들은 뿐따아레나스에 세워진 인디언의 동상 발가락을 만지작이며 안전한 항해를 빌었다고 한다. 뿐따아레나스는 동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마젤란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그렇게 못된짓을 한 발디비아는 1541년 칠레 중앙 평원에 '산띠아고'시를 건설하고 초대 식민총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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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들은 남미땅에서 그렇게 야금야금 금은보화를 본국 에스파냐로 실어 나르는 동안 그들이 이용항 항로는 마젤란해협이었으며 협곡 사이로 항해를 하며 뱃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장소가 뿐따아레나스였는데, 19세기에 접어들자 프랑스혁명으로 내정이 느슨해진 틈을 타 칠레를 통치하던 '버르나르도 오 히긴스'는 1810년 9월 18일 산티아고의 공중집회에서 자치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국민의회를 구성후 칠레의 독립을 선언하고 1810년 부터 9년에 걸친 독립전쟁을 치루었다. 이 과정에서 대서양을 건너온 스페인 정부의 병참선들과 남미전역에서 수탈한 물자들을 실은 범선들이 대거 마젤란해협 곳곳에 침몰된 채 수장되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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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비빔냉면과 내 그릇의 냉면은 국물만 남았다. 나는 K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은 배 위에서 바다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잠수부들이 호흡을 할 때 마다 수면위로 떠 오르는 공기방울과 함께 너무 투명하여 바다속 까지 훤히 보이는 빠따고니아의 맑은 바다가 있었다. 빗방울이 간간히 흩날리는 선상에서는 17세기의 도자기들이 간간히 내리쬐는 볕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K를 인수봉 아래에 남겨둔 채 집으로 돌아와서 오래전 뒷동산에 오르던 버릇처럼 바다건너 남미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어릴적과 다른점이 있다면 뒷동산에 오르지 않아도 '구글어스'를 통하여 뿐따아레나스의 구석구석을 꽤뚫어 보고 있는 것이었다. 예전 마젤란 같았으면 본국에서 이곳까지 항해를 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것이고 첫항해에 미비한 것들은 항차를 거듭하며 보완해 나갔을 것인데 지금은 컴 앞에 앉아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만 하여 떠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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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어스로 본 뿐따아레나스 시가지

솔직히 나는 K가 말하는 보물선에 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세계 도처에 수장된 보물선들은 이미 수집가들에 의해서 인공위성 까지 동원되어 탐사된 마당에 그 보물선을 찾아내고 보물선 속에 숨겨진 수장품들을 발굴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역사적 가치로 보더라도 내게 큰 유익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뿐따아레나스는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관문에 있으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원시의 비경이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 단 한차례도 알려지지 않은 원시비경의 발굴이야 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동안 꿈꾸어 왔던 일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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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뿌에르도 몬뜨 앙헬모에 정박된 전마선...
한때 '뿌에르또 몬뜨'는 너무도 가고 싶었던 곳이고 마침내 그 꿈은 이루어졌었다.


그곳에는 오래전 인류들이 발을 딛고 살면서 부터 보았던 '태초'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곳인데, 에스파냐 인간들이 금은보화는 가져갈 수 있었지만 원시비경에는 관심도 없이 버려(?)진 채 빠따고니아 주변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었다. 그 자연들은 태초로 부터 인간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게 처녀림을 내주지 않을 것인데 나는 그렇게 인간을 거부하고 인간으로 부터 외딴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비경들이 내게는 보물선 같아서 K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사장님이 출국하시면 함께 보물선 발굴에 나서기로 하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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