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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uerto Montt,민박집 창문이 너무 신기했던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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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rto Montt,Patagonia CHILE
-민박집 창문이 너무 신기했던 까닭-




"이런 창문 보신 적 있나요...?"

창틀 속 창문 밑에 각목 한 개를 받쳐둔 풍경을 보신 분들은 흔치않을 것 같다. 이곳은 지구반대편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의 수도 뿌에르또 몬뜨에 위치한 한 민박집 내부의 모습이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묵었던 민박집은 뿌에르또 몬뜨 원도심의 오래된 집으로 목재로 지어진 2층집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해 보여도 내부로 들어서면 겉보기와 전혀 다르게 정감이 넘친다.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측으로 주방과 거실이 있고 1층 뒷뜰로 이어지는 출입구가 있다. 뒷뜰에는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갖추고 있을 장작더미와 도끼 한 자루가 비치된 곳. 




뒷뜰로 나가면 우기때 젖었던 땔감나무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마치 오크통에서 잘 숙성된 위스키 향처럼 후각을 자극하기도 한다. 목조건물은 그런 향기가 오랜시간동안 배어있는 곳. 난방장치도 특이하다. 1층 주방의 난로에서 장작으로 군불을 지피기 시작하면, 그 열기가 서서히 목조건물 전체로 퍼지면서, 난로에 불이 붙어있는 한 뽀송뽀송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되는 것.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24편

-민박집 창문이 너무 신기했던 까닭-



우리가 묵었던 2층의 숙소는 주방 바로 위에 있어서 난로의 수혜를 맨 먼저 받게되는 곳이었다. 따라서 우기 때 목조건물을 적신 비 때문에 가끔씩 눅눅해진 방안의 공기를 환기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뒷뜰이 바라보이는 창문 옆에서 잠시 망설이게 된 것이다. 창문의 구조가 여닫이나 미닫이가 아니었던 것. 잠시 생각한 끝에 속으로 씨익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창문을 열려면 창문을 위로 밀친 후 한 손으로 창문을 붙잡은 후 각목으로 창문을 받치는 구조였다.




맨 처음 창문 앞에서 맞딱뜨린 풍경 하나...창문 앞에 나무 토막 하나의 쓰임새가 매우 궁금했는데 이게 창문을 여는 열쇠 혹은 손잡이라 생각하니 너무 재밌는 것이다. 우리가 묵은 정겨운 숙소를 찍어둔 귀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곳에 머무는동안 몇 번 마주친 우리나라 관광객들 중에는 이런 재미에 빠져들지 못하고 본전(?) 생각을 하는 분들이 적지않았다. 한국에서 생활하던 습관을 여행지로 그대로 옮겨와 단순 비교를 하면서 숙소가 형편없다는 것. 


그분들의 마음을 200% 이해한다. 그분들은 대략 한 달 기간의 펙케이지로 남미여행을 떠났던 분들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비용 속에서 숙소는 '호텔'로 포장돼있었으므로 한국에서 상상하던 호텔 내지 모텔의 규모를 떠올렸을 것. 그분들은 길라잡이(가이드)한테 불만이 많았다.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잠을 이런 데서 재우면 되겠는가 하는 불만 등이었다. 




*숙소의 창문을 열면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뒷뜰에 덤불딸기가 하얀 꽃을 피운 모습 건너편으로 낡은 목조건물이 보인다.



여행 시작부터 그런 불만이 끼어들면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정겨움 등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 조차 마음을 열어야 박장대소 할텐데, 때로는 여행지의 밋밋한 풍경들이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호텔은 몇군데 없을 뿐만 아니라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성수기 땐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란 점 일러둔다.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우리가 묵은 숙소는 펙케이지 여행자들이 지불한 비용 1/1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기억해 두시기 바란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정을 소화하려면 여행자 본연의 자세를 늘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만난 여행자들 중에는 넉넉하게 살아온 분들 뿐만 아니라 전혀 고생을 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 젊은 여행자들이 길 위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거지같은(?) 행색으로 다니곤 했다. 그렇다면 이들 여행자들은 왜 그런 고생을 사서하겠는가. 여행의 참 맛과 멋을 아는 사람들이다. 




*숙소의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장소가 돋보기 안경 알 속에 들어있다. 여행지의 정보(지도)는 현지에서 구했으며, 챙겨간 여행노트에는 여행지의 느낌을 메모하거나 일정 등을 끼적거린 곳. 남아 도는 침대 한 곳을 이용해 장차 이어질 여행지를 매일 머리속에 담아두는 것.



남미여행을 한 달만에 다녀오고 싶은 사람들은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한다. 페루의 잉까유적지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호수 등을 둘러보고 이과수 폭포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파타고니아의 유명한 여행지 뻬리또 모레노 빙하와 또레스 델 빠이네 등을 둘러보려면 현지에서 사진 몇 장 찍자마자 허겁지겁 이동해야 하는 것. 평생 지구반대편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허겁지겁 다녀온 여행지가 가슴에 무엇을 남기겠는가. 그분들이 여행지에서 샤워만하고 돌아갔다면 우리는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고 할까. 


남미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눈여겨 봐 두어야 할 게 여행지의 문화와 풍습 등이다. 할 수 없이 펙케이지 여행을 다녀올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아니라면, 여행에 필요한 준비를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여행의 3박자라면 비용과 체력과 시간이다. 돈이 재벌급에 이르러도 체력이나 시간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체력과 시간이 왕성하고 남아돌아도 비용이 없다면 그저 입맛만 다셔야 할 것. 




*지구 반대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버스터미널에서 뿌에르또 몬뜨 행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한 장. 우리가 가져간 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대략 40Kg을 웃도는 짐은 대부분 필자가 짊어진 것들. 배낭과 세미배낭을 앞 뒤로 매고 큼직한 '에어포스' 가방을 손에 들었다. 20kg이 더 되는 이 가방 속에는 여행노트와 스케치북 등이 담겼고, 서브배낭 속에는 카메라 렌즈와 외장하드 등이 빼곡히 담겨져 있고, 주 배낭 속에는 고추장부터 시작해 코펠과 버너 등 갈아입을 아웃도어가 꼭꼭 눌러진 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 150일의 파타고니아 여행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한 고마운 녀석들이다.



우리가 볼리비아에서 만난 한 부유한 여행자는 걸음을 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노쇠한 몸을 위탁해 가며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본 적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기로 마음 먹었겠지만 체력이 전혀 따라주지 못했던 것. 우리는 남미일주 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꿈을 꾸게 됐다. 처음 본 파타고니아가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준 것. 




*숙소에서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에서 여행지의 최고 도시락이었던 삶은 계란이, 창가에서 한 김 식기를 기다리고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삶은 계란은 만들기 쉽고 휴대가 간편하며 영양가 높은 알뜰 도시락이었다.



그때부터 작심을 하고 산행으로 체력을 비축했고 여행정보를 챙기며 장차 만나게 될 여행지를 머리 속에 그려놓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여행기간을 아예 1년을 작정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것. 그곳이 요즘 끼적거리고 있는 여행기에 나타난 우리의 모습이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안전한 여행을 해야 했고, 건강해야 했으며 알뜰한 지출로 여행지를 챙겨봐야 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여행자의 눈 앞에 나타난 풍경들은 하나같이 다 귀했다. 오죽하면 생전 처음 만난 창문 하나가 다 신기해 보였을까. 


우리가 묵은 숙소의 침대는 언제 만들어졌는 지 모를 정도로 쿠션은 제로였다. 침대 위에 드러누우면 마냥 푹 꺼져들어 가는 것. 그런데 그런 침대에서 숙면을 도운 건 하루종일 싸돌아 다닌 여행지의 습관 때문이었다. 아울러 알파카 이불 다섯장(침대 하나가 비었으므로 이불을 걷어온 것)을 덮으면 누군가 꼭 안아주고 있는 묵직하고 아늑함 속으로 빠져들며 날이 밝는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서게 되는 것. 오늘은 여행지의 일상을 잠시 돌아보고 우리가 떠났던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 준비 모습 일부를 챙겨드렸다. 첨부된 동영상은 이렇게 준비한 결과물의 매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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