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l Chalten/Laguna Torre

파타고니아,내가 아끼는 여행사진들



 www.tsori.net


엘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내가 아끼는 여행사진들-




"여행에서 돌아오면 남는 게 무엇일까...?"


2014년 한 해도 다 저물어가고 있다. 짬짬이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는동안 행복했던 시간들을 자주 추억하게 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이다. 이곳은 아르헨티나에 위치한 트래킹 천국인 엘찰텐의 피츠로이 산군(山群)에 속한 쎄로 또레의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 트래킹 시간을 더디게 만든 건 발 아래 펼쳐진 보석같은 풍경들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거대한 빙하와 빼어난 산세에 빠져 그저 앞만 보고 가는동안 앉았다 섰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트래킹의 목적지 보다 과정에서 발견된 진풍경들이 발목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라구나 또레로 가는 트래킹 코스를 따라 줄지어선 파타고니아 베리와, 한 뼘도 채 안 되는 키작은 식물들이 가끔씩 흩날리는 빗방울울 맞아가며 노랗고 빨갛고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곳. 때 하나 묻지않은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며 청량제가 된 것이다. 




아마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을 이런 풍경들은, 당장은 몰라도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면 아쉬움으로 남을 법도 하다. 여행을 떠나는 게 무엇을 챙기려 가는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여행지에서 만난 진귀한 풍경 등을 가슴과 카메라에 담아오면 두고두고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아직 개봉도 안 된 사진첩을 열어볼 때마다 느끼는 기분은 맛있는 음식의 맛과 향을 충분히 음미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처음엔 잘 몰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효를 거듭한 그리움들이 사진첩 속에서 삐져나오는 것. 그중 죽을 때까지 잊지못할 사진을 꼽으라면 주로 이런 풍경들이다.



내가 아끼는 여행사진들




이른 아침에 출발한 라구나 또레 가는 길은 마침내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다. 목적지 근처에서 뭉기적거리게 만든 건 키 작은 깔라파테와 파타고니아 베리가 연출한 풍경들. 마치 바다속에 깊숙히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라구나 또레에서 발원한 희뿌연 빙하물이 연신 넘실대는 뭍에서, 억만겁의 윤회를 거듭한 빙하의 향기를 들이킨 듯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숲을 지나 고개를 들어본 피츠로이 산군의 웅장한 산세. 수목한계선 위로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비구름에 가려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쏟아내릴 것만 같은 풍경들. 우리는 곧 라구나 또레의 언덕 위에서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 지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됐다. 티끌만한 한 생명을 둘러싼 대자연 앞에서 그저 묵묵부답...




먼지 한 톨없는 해맑은 트래킹 코스는 피곤을 말끔히 잊게 만든다.




세상에 천국이 존재한다면 이런 데가 아닐까.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은 트래커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앞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고, 나는 쪼구리고 앉아 파타고니아 베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길섶에는 약간은 검고 가는 모래흙 더미 위로 눈에 띌 듯 말 듯한 열매들이 익어가는 곳.




저만치 라구나 또레가 조망되는 언덕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이 작고 신비스러운 열매 앞에서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다시 한 번 더 엘찰텐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녀석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깔라파떼에 얽힌 전설처럼 바람의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작은 열매들은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마법을 지닌 요정들 같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