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서울 첫눈,영화처럼 아름답고 극적이었다



 www.tsori.net


첫눈,영화처럼 아름답고 극적이었다
-1편,서울에 내린 아름다운 첫눈-




"서울에 내린 첫눈, 너무 아름답고 극적이었다...!"

첫눈을 보면서 이런 표현을 하면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은 흔치않을 것. 무엇이든 처음 본 풍경이라든지 처음 만난 사람이라든지 처음 느낀 사랑이라든지 처음이란 수식어가 포함된 건 기억에 오래토록 남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 겪은 사고라도 그러할 것이지만, 첫눈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설렘으로 다가오는 것. 그게 반드시 무슨 까닭 때문이 아니라 그냥 좋은 것.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서울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불상사 혹은 꼴불견 등을 덮어버리고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서울에 '첫눈'이 예고돼 있었다. 얼마전에 내린 눈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미약했지만, 시작은 주로 그랬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부터 창밖을 살펴봤지만 일기예보는 빗나가는 듯 했다. 그런데 응달진 곳에는 눈이 떡가루 뿌린 듯 꽤 내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마실출사를 다니며 자주 봐 왔던 '첫눈의 명소'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영화처럼 아름답고 극적이었던 서울 첫눈



바람은 매섭게 불고 갑자기 뚝떨어진 영하의 온도. 새벽에 흩날린 눈은 차창에 남아 서서히 얼어붙고 있었다. 이곳은 최근에 마실을 자주 다녔던 서울 강남의 ㄱ아파트단지. 오래된 이 아파트단지는 지은 지 30년도 더 넘어 허술해 부분이 많지만 관리가 재대로 안 된 덕분(?)에 단지 전체가 매우 친화경적으로 변한 곳이었다.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아파트단지 혹은 아파트들은 관리가 너무 잘 된 게 흠이었다. 




경비아저씨들이 매일같이 쓸고 닦은 그곳은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정감이 없는 곳.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불과 며칠 전까지 알록달록한 이파리를 달고 살던 단풍들이 대략 열흘 전후 잎을 모두 떨군 것. 비와 바람의 등살에 못이긴 나뭇잎들이 아파트단지 한켠에 수북히 쌓여 정취를 더해주고 있는 곳이었다.  




나는 그런 곳이 좋았다. 아무때나 시도 때도 없이 들러도 자연스러움이 가득 묻어있는 곳. 사람들의 손길이 덜 간 곳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이런 데서 어느 순간 함박눈이라도 내리는 순간을 맞이한다면 첫눈의 기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장갑을 안 끼고 나온 게 후회될 정도로 날씨는 추워지기 시작했다.




사진 한 장을 찍고나면 이내 두 손을 호주머니에 푹 질러넣아야 할 정도로 매섭게 변한 겨울 날씨. 그것도 12월 초하루(양력)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가을내내 수 없이 들락거렸던 한 곳에서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첫눈의 명소에서 첫눈을 맞이하다




국화꽃이 눈가루를 머리에 이고 촌스러운 모습으로 피어있는 이 곳은 서울 한복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곳. 지난 가을내 국향을 날리더니 머리 속에 그린 풍경 일부를 간직한 채 이방인을 반겨주는 게 아닌가.


"(나를 사랑한) 당신이 나타나 주길 오래토록 기다렸어요...!"




촌스럽게 무리지어 핀 국화가 그렇게 말을 거는 것 같았는 데 절묘하게도 그때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것. 




이때부터 걸음걸이를 좀 더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첫눈이 아름다운 작은 단풍나무 숲


첫눈이 오실 때 마지막 남은 단풍이 흰눈과 어우러지면 붉은 색과 흰 빛깔의 묘한 대비로 인해 장엄한 종교의식을 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될 게 뻔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면서 하늘이 어두워지며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했다. 잠시 잦아들었던 눈발이 다시 흩날리기 시작한 것.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바람은 조릿대 숲을 마구 흔들며 마지막 남은 붉은 잎새를 미친듯이 춤추게 만들었다.




"아...이 순간 나뭇잎이 다 떨어졌으면 얼마나 황량했을까?..."




행운이었다. 단풍잎이 고운 이 숲은 사람들이 별로 눈여겨 보지않는 외딴 곳에 위치해 있어서, 일부러 눈도장을 찍어두지 않으면 찾기쉽지않은 곳.




그곳에 떡가루를 흩뿌려놓은 듯 기막힌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참 희한한 일이지?...첫눈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휘날리는 현장으로 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면서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참 아름다운 장소군요."


그녀는 첫눈을 동영상과 사진에 담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말을 건 것이다. 그녀의 입에서 묻어난 건 영어였다. 그리고 자기 소개를 하며 유럽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새삼스럽게 한국이 좋다는 것. 한국의 뚜렷한 사계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흠...내가 외국인처럼 보였나?...^^)




"그렇지요. 우리나라의 사계는 뚜렷하기도 하고...

그것 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선을 가진 게 참 좋은 데 

아주머니가 그런 시선을 가지셨군요."


"아구구...고맙기도하셔라...ㅎ

사람들은 머리로(이성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데 

아저씬 참 특별한 감성(취미)을 가지셨습니다. 혹시 연락처를..."




그녀는 촬영을 방해(?)하며 곁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졌고 눈발도 덩달아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아파트단지 한켠의 작은 언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조금 전까지만 해도 첫눈을 만나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단풍이 아름답던 명소에서 첫눈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느낌이 남아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반증이지요.

도시의 허름한 아파트단지 한켠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요."




조금 전 그녀는 도시인들이 삶에 쫒기고 부대끼며 잊고 살거나 잃어버린 '자기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첫눈의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어릴 적 첫눈을 만나 강아지처럼 무조건 날뛴 모습들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면, 아직은 때를 덜 탄 구석이 남아있는 것.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이 오그라 들고 찬바람이 볼을 때리는 첫눈 내리시는 현장. 폭풍우처럼 미쳐 날뛰는 눈보라를 보고 있자니, 그냥 영화의 한 장면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하다. 서울에 첫눈이 오실 때, 그런 극적인 풍경을 연거푸 두 번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포스트 작성을 끝마친 현재 서울은 바람이 많이 불고 간간히 눈발이 날리는 매우 추운 날씨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안전운행 하시기 바란다.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