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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rto Montt

시크한 여학생과 거리의 개 두 마리



 


시크한 여학생과 '거리의 개' 두 마리
-비를 피하지 않는 사람과 거리의 개-



"여학생과 거리의 개 두 마리가 있는 풍경...!"


이곳은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뿌에르또 몬뜨 시내 중심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 우기가 끝나갈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우산을 쓴 사람이 눈에 띄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여학생과 거리의 개 두 마리는 전혀 비를 개의치않는다. 자연의 현상 앞에서 공평한 모습이랄까. 


길냥이와 거리의 개들의 천국인 이곳에서는 동물과 사람들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이웃에 있는 반려동물들을 챙기기도 한다. 그래서 녀석들은 기꺼이 자기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한테 가까이 다가가 아는 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어떨 땐 그게 지나쳐 낮선 자동차에 달려들며 위협을 가하다가 실수로 발을 다치는 녀석도 있다. 


한 여학생 곁에서 다리를 절고있는 누렁이 한 마리가 그런 꼴. 몸이 자유로운 대신 자기의 먹거리는 자기가 챙겨야 하는 번거러움 이상의 운명이 이들 앞에 놓인 것. 녀석들은 이웃을 잘 만나면 포식을 하게 되고 그러하지 못한 녀석들은 가끔씩 하늘을 바라보며 풀을 뜯어야 할 경우의 수도 생긴다. 




비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우산장사' 이야기를 듣고 배꼽을 쥔 적이 있다. 산티아고에서 뿌에르또 몬뜨로 사업장을 옮긴 후 이곳의 기후를 살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산을 안 쓰고 다니드라는 것. 그래서 '옳다. 우산장사를 하면 대박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가게에 우산을 잔뜩 들여놓은 것. 그리고 우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우산을 사 가는 사람이 있어야지. 이들은 비가 오면 그냥 비를 맞고 다니거나 상점 앞으로 길에 뻗쳐둔 처마 밑으로 가는 것. 비가 주룩주룩 내려도 누구 하나 바쁜 걸음걸이가 없고 우산을 보기 힘들다. 지인의 우산장사는 즉각 망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우기(겨울)동안 겉옷을 입고 다니다가, 귀가하면 난로 곁에 널어두고 말린 후, 다음날 다시 입고 다니는 걸 반복하다가 우기가 끝나면 버린다나 뭐라나. 





이곳에서 옷장사를 하는 교민들이 우기가 끝나면 옷이 잘 팔리는 이유를 그때 알았다며 키득거리곤 했다. 그러나 그건 인간들의 사는 이야기. 거리의 개들은 사정이 달랐다. 똑같이 비를 맞아도 난로 곁에서 몸을 추스린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 녀석들은 잠시 길동무가 되었다가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털고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우기에 거리에서 만난 녀석들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던 것. 어쩌면 녀석들은 그 때마다 자유와 구속의 경계선에서 지독한 유혹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게 나은 지...아니면 그냥 거리를 떠도는 게 나은 지...!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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