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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명아주 지팡이(靑藜杖)의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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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자리 빼앗긴 청려장
-명아주 지팡이(靑藜杖)의 비하인드 스토리-




"참 곱기도 하지...!"


명아주 이파리에 알록달록 가을이 찾아오셨다. 풀잎에 깃든 단풍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고 있는 데 저먼치서 한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할아버지께선 요즘 흔히 보기 힘들어진 명아주 지팡이인 청려장(靑藜杖)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데, 도시에선 명아주 지팡이 뿐만 아니라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연로하신 분들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참 좋아진 세상. 그대신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장애인용 차량을 타거나 유모차를 밀고 다니신다. 빈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게 유행일 정도로 지팡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사라진 듯 하다. 





그런데 도회지와 달리 시골에서는 아직도 청려장을 많이 애용하고 있다. 일부러 명아주를 재배해 연로하신 분들께 선물을 해 드리고 있는 것.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눈이 밝아지고 중풍을 멀리할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질 만큼 청려장은 장수의 상징처럼 여겼다. 지팡이만 짚고 다니는 데 장수를 한다?...


그래서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왜 장수하게 되는 지 살펴보니 명아주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었다. 이맘때쯤 잘자란 명아주는 어른들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크게 자란다. 명아주는 뿌리부분이 두툼하고 줄기도 굵직해 뽑아서 손질하면, 뿌리부분 손잡이에 까칠까칠한 옹이(요철)가 많아 지압 효과를 준다는 것. 당신의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므로 손바닥의 지압효과가 컷던 것일까. 



*명아주를 잘 다듬어 건조하고 있는 모습. 명아주를 거꾸로 세워둔 모습이다.(자료사진=구글 이미지)


지난해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해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청려장은, 마치 고목 줄기를 보는 듯 하고 잘 다듬어져 매우 가벼웠다. 그렇지만 아직은 지팡이 신세를 질 형편이 아니어서 고이 모셔(?)두고 있는 데 청려장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면 선조님들은 참 멋진 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청려장도 선물하는 사람에 따라 이름이 서로 다른 것. 





나이 50세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러 자식으로부터 선물을 받게 죄면 가장이라 했고, 이순(耳順,60세)에 마을에서 선물해 주면 향장이라 불렀다. 또 고희(古稀,70세) 때 나라에서 내리면 국장이라 불렀고, 산수(傘壽,80세)에 임금이 하사하면 조장이라 했다. 요즘처럼 수명이 길지않은 때 청려장은 마치 '인생의 훈장'같은 모습이다. 


특히 나라에서 임금이 하사한 청려장은 관직에서 물러날 때부터 혹은 장수한 사람에게 내리는 큰 선물이기도 했다. 기록에 보니 안동의 도산서원에 퇴계 이황 선생이 쓰던 청려장이 남아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을 찾아왔을 때 선물을 받기도 했다고 할 정도로 청려장의 권위가 컷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가을 날 도회지에서 만난 명아주는 가을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알록달록한 풍경. 우리도 언제인가 명아주의 운명을 따라 가을 깊숙히 발을 들여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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