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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설날]기러기 군무가 만든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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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불은면의 겨울 철새
-기러기 군무가 만든 연하장-

 

길조로 알려진 기러기들이 무리지어 내 앞에서 군무를 펼쳤다. 
 



행운이었다.




얼마 전(구랍舊臘 22일), 아내의 수채화 사생(寫生) 때문에 강화를 다녀오는 길에 불은면 들판에서 우연히(필연이겠지?...^^) 기러기떼를 만나게 됐다. 저만치서 떼를 지어 비행을 하던 기러기를 바라보며, (혹시나)가까이 다가오면 카메라에 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러기의 비행 궤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심전심이 기러기 무리에 전달되었던지 먼 하늘을 비행할 것만 같은 기러기 무리들이 점점 더 내 앞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카메라 셔터음이 기러기들의 날개짓 만큼이나 분주해졌다. 기러기들은 고양이들의 울음처럼 앓는(?)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며 편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편대는 이윽고 내 앞에서 군무를 펼쳐보였다. 생전처음 본 기러기의 군무. 너무 황홀해 가던 길을 멈추고 제자리에 서서 망부석처럼 굳은채 셔터만 눌러댓다.


 



요즘은 보기 드물어졌지만 기러기는 연하장을 수 놓던 길조였다. 기러기 편대 한 쪽에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 써 두고 복을 빌었다. 기러기는 사람들에게 복을 부르는 길조였다. 오래전 누님께서 시집가던 날 전통혼례상에는 기러기가 놓여져 있었다. 기러기가 왜 혼례상에 놓였는지 그땐 몰랐다. 그러나 세월이 채 얼마 흐르기도 전에 기러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전통혼례식에 등장한 기러기는 혼례식 맨 처음에 시작되는 전안례(奠雁禮)에 등장한다. 전안례란 '신랑이 기럭아비와 함께 신부집에 가서 신부의 어머니에게 기러기를 드리는 예'라고 한다. 신부의 부모는 집안의 웃어른과 함께 좌정한 가운데 신랑의 배례를 받게 된다. 이때 신랑이 신부의 양친께 나무 기러기를 드리는 의식이 전안례이다. 

 

 




전안례를 올린 후 신부의 어머니가 치마폭에 기러기를 안고 신부가 있는 방 안으로 던지게 되는 데 나무 기러기가 서게되면 아들을 낳고, 누우면 첫 딸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엄니께서 던진 나무기러기는 자빠졌나 보다. 누님은 첫 딸을 낳았다. 아무튼 칠남매의 맏이였던 엄니같은 누님의 전통혼례 장면은 하객들 틈에서 바라봤는 데, 그 때만 해도 나무 기러기의 존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어른들이 행했던 예식장면 속의 한 소품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해가 거듭 할수록 그런 풍경들이 귀한 풍속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전통 혼례식에 등장한 기러기의 모티브는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매우 컷다. 길조로 불리우는 기러기의 습성 속에는 인간들이 쉽게 잊거나 놓치기 쉬운 덕목이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 안유사덕(
雁有四德)이라는 덕목이다. 널리 알려진 글을 옮겨보니 이러하다.
 


 




첫째, 遵時宜(준시의)하니 信이요.  기러기는 어떤한 경우라도 가을이면 돌아온다 (남편은, 밖에서 일을 하고서 반드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
둘째, 行有序(행유서)하니 和라. 기러기는 날아가는데 질서 있게 간다. 큰 것은 앞에 가고 작은 것은 뒤를 따르면서 (八자 또는 V자 모양을  그리면서) 꽈악~ 소리를 내는 건 대화를 하며 날으는 것이라 한다. 가끔은 대오에서 약간 이탈한 외 기러기는 '짝을 잃은 기러기'라고 한다. (남편이 앞서고 부인이 뒤 따르면서 화목하게 살자는 뜻)
셋째, 不再匹(부재필) 하니 節이라. 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두 번 다시 다른 짝을 맺지 않는다고 함 (부부는 한 번 맺은 인연을 바꾸지 않고 정조를 지키며 오래 살자는 뜻)
넷째, 雁奴群宿(안노군숙) 하니 義라. 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한곳에서 잠을 자는데 반드시  한 마리는 보초를 세우고 망을 보게 하여 모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한다.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의리와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뜻)



 


기러기 군무가 만든 연하장

-상편-
 



















































































기러기는 다른 조류에 비해 수명이 길지만 한 번 짝을 잃게 되면 다른 짝을 찾지않는단다. 재혼은 꿈도 안 꾸는 것.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풍속도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 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비행을 할 때도 상하좌우 각자의 위치를 흐트리지 않는다고 한다. 예컨데 앞서 날으는 리더가 '편대를 잘 유지하라'는 등의 신호로 꽈악~거리면, 편대 뒤에서 꽈악~하고 화답을 하며 편대를 유지하며 대오를 유지하는 것. 장유유서(長幼有序)의 근본이 기러기 무리에서 발견 되는 것.(그 장면은 영상으로 담아두었다.)
 
 


 



갑오년 새해, 기러기 무리같은 길조가 늘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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