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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길,과식한 생굴 직화구이 어땟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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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2박 3일이 시작된 갯가길

-과식한 생굴 직화구이 어땟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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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내 앞에는 촉촉히 젖은 생굴의 뽀얀 속살이 초겨울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녀석은 나를 위해 1년 전부터 여수의 갯가길에서 뙤약볕과 은빛가루 흠뻑 쏟아붓는 달님을 무시로 맞이하며 살집을 불려온 것. 밀물 때가 되면 무시로 바다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썰물때가 되면 갯바람과 푸른 하늘이 친구가 돼 주었던 갯가길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그런 녀석을 앞에 두고 바라보고 있자니 한 인간의 생각은 왜 이리 간사한고. 나는 걸신들린 포식자 처럼 녀석을 마구 마구 흡입하기 시작했다. 벌써 몇 개째인지도 모른다. 면장갑 낀 채로 그저 닥치는대로 집어 들고 칼집을 쑤셔대는 것. 때론 녀석들이 뜨겁게 데운 물로 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잘 까야 한다.

 

 



서울에서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서 정오 경에 갯가길에 도착할 때까지 몸 속을 채운 건 생수 몇 모금과 정안휴게소에 잠시 들렀을 때 주전부리로 먹은 어묵바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런 상태의 한 인간 앞에 굴더미가 '날 잡아 잡수'하고 잔뜩 모여있는 데 이런 건 잘 먹어줘야 예의가 아닌가. 녀석들은 어느날 여수 앞바다와 갯가길의 추억 전부를 달짝지근한 향기와 섹시한 미네랄로 두르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잘 먹어줘야 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우리 만남은 필연이었어. 여수 갯가길 곁에서 바라본 바다는 하늘색을 쏙 빼닮았다. 그곳이 어딘지 서울 촌놈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필시 그곳은 우리가 곧 만나게 될 갯가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란 건 알 수 있는 곳이었다. 곧 갯가길 답사가 시작되면 꽤 많이 걸어야 할 테고, 그때 다시 온 몸이 허기로 아우성일 텐데, 그 때를 위해서라도 잘 먹어둬야 했다. 또 먼 길을 떠난 여행 중에 맛깔스러운 음식이 없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여행일꼬. 
 

 



걸신도 따로 없었다. 생굴을 앞에 둔 걸신들 때문에 화로 위에 수북히 쌓아둔 생굴은 금방금방 뽀얀 속살을 드러내 놓았다. 이런 진귀한 장면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뽀얀...뽀오햔...속살에서는 생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동시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굴을 카사노바는 매일 50개 이상씩 먹어줬다고 하는 전설은 익히 다 학습한 사실이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5개만 먹어줘도 비타민과 무기질의 권장량을 채운다는 데 카사노바는 무려 50개씩을 매일 까 먹었다니 생굴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동물이었다. 연 중 하루 이날 만큼은 카사노바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면 도대체 얼마나 먹어줬을까. 
 

 



생굴 직화구이를 하나 씩 까 먹을 때 마다 혹은 가끔씩 들이킨 곡차 포함하여, 더 이상 먹울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렀을 때 비로소 굴 까는 작업을 그만 두었는데,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일행들이 멀쩡한 사람 '참 안됐다'는 표정으로 한웅큼을 더 공급해 주셨다.ㅋ 참 고마우신 분들이다.




이날 만큼은 생굴 앵벌이에 나서도 전혀 인격과 무관할 듯. 서울에서 이같은 대접을 받으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단 생굴의 향기부터가 달라 쉽게 손이 안 가는 데 이곳 갯가길의 생굴구이 식당은 무슨 비법이 있는지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들고 있었다. 


 

 

내 앞에 쌓인 생굴님의 '깝데기'를 보아하니 산더미 처럼 쌓여가고 있고, 이쯤에서 칼질을 멈추어야 겠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테이블 저쪽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들 칼자루를 놓는 순간 이번에는 생굴부침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래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어뿌러야제...ㅋ) 생굴부침개님 어서 오소서!...()...(공손공손)


 

기쁘다 생굴 부침개님 오셨네. 생굴부침개님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알록달록하게 등장하셨다. 이런 거 보고 그냥 지나칠 사람들도 있나. 나를 위해, 갯가길을 찾은 우리를 위해, 장차 갯가길을 들르게 될 여러분들을 위해, 알차게 리뷰를 해 주는 것 또한 '예으' 아닌감. 맛깔이 철철 흐르는 생굴부침개를 향해 줌을 살짝 들이대니 이런 모습.




꺄아악~


 



흐미...속에서 걸신들이 다시 아우성을 치기 시작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너무한 비쥬얼 투성이. 음식을 앞에 두고 욜케 오도방정을 떨 때도 흔치않았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생굴전으로 마감해야 했다. 그런데 무슨 생굴전문점이 걸신을 식신으로 둔갑시킬까. 


 

오우~마이~갓~ 오마이갓오마이갓오마이갓...오마이 생굴밥!...




그 생굴밥을 한 웅큼 집어 올리니 이런 포스!... 서울에서 큰 일 한답시고 아침밥을 잘 차려 먹고 여수 갯가길에 나섰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다. 여태껏 먹어 준 것만도 적지않은 양인데 거기에 생굴밥을 양념장에 쓱쓱 비벼먹게 만들다니. 뽀얀 생굴이 영양밥으로 거듭나 양념장을 두르는 순간 식욕이 다시 고개를 쳐드는 거 있지. 그리고 세 숟가락만 먹고 주인장을 불러 여수 갯가길의 맛집으로 탄생한 비밀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여수에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생굴 삼매경에 빠뜨린 곳은 <정우 굴구이, 061-643-6125>라는 굴구이 전문점. 그곳에서 만난 사장님의 인터뷰는 세 번 만에 성공했다. 카메라 울렁증도 없어 보이는 착한 사장님은 손님이 많은 이유에 대해 "1년산 굴을 손님들에게 직접 물에 삶지않고 직접 직화로 구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게 많이 찾아주는 이유"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그런데 갯가길을 찾은 여행자 1인의 눈에 비친 이 맛집의 비결은 딴 데 있는 것 같았다. 첫 째 비결, 생굴직화구이는 서울에서 어디든지 널려있다. 그런데 생굴산지의 바닷가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먹는 맛은 도시 한가운데서 느낄 수 없는 맛 아닌가. 두 번째, 생굴직화구이를 많이 먹을 수 있었던 비결은 굴 속에 (바닷물의) 짠 맛이 없었다는 점이다.


 

 

** 정우굴구이 전문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불순물과 짠물 해감 시스템(위에서부터 해감을 기다리는 생굴-원심분리기-깨끗하게 새척된 생굴-직화구이용으로)

굴 속에 남아있는 불순물과 짠물은 원심분리기를 통해 모두 제거하여 깨끗한 상태로 식탁에 오르게 되는 데 그 굴들의 나이는 전부 1년 산이라는 것. 짧은 인터뷰를 마치자 이번에는 대접 하나가 곁으로 조용히 다가왔다. 굴죽이 마지막으로 상 위에 올랐다. 이것도 먹어줘야지.ㅜㅜ 세상에 아무리 불만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이렇게 먹어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누군가가 여행을 떠날 때 없어서는 안 될 조건 하나를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그게 명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를 통째로 보여준 게 점심으로 먹은 생굴 요리였다. 더 이상 먹을 자리도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굴구이점 뒤로 나섰더니 하늘이 청명하고 바닷물은 멀찌감치 물러나 있었다. 그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 행복한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도 포만감 때문일까.




먼 길을 떠나 배를 곯고 있으면 그저 평범함 이상의 풍경일지라도 밥만 먹고 나면 세상은 달라져 보이는 것. 육신의 포만감이 일차원적이라면 이번에는 나와 또다른 나를 잇는 점(點)과 점을 잇는 작업과, 그 점을 이은 선(線)들을 이어 면(面)으로 만들고, 다시 면을 이어 공간을 만드는 보다 한 차원 높은 예술적 걷기에 돌입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갯가꾼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을 일러 여행자라 부를 수는 없는 법. 여행은 육신을 살찌우는 밥을 먹기 위해 소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더 이상 비울 수 없는 정신적 공간을 통째로 털어내는 퍼포먼스. 




세상에서 자기의 의사나 의지에 관계없이 꽉 채워진 스트레스를 조금씩 덜어 내는 일이 여행을 통한 힐링 과정이라면 이제 비울 수 있는 공간 내지 대상을 만나야 할 차례. 여수의 갯가를 디자인 하여 세상에 내놓은 [사단법인 여수갯가] 사람들은 갯가꾼들이 걷던 그 길을 '갯가길로 떠나는 힐링여행'이라 불렀다.




그 행복한 나들이가 생굴구이 전문점에서부터 시작됐고 필자는 언저리의 작은 풍경에 시선을 놓기 시작했다. 세상은 그런 거 같다. 한 쪽이 불행하거나 모자라면 또 한쪽은 행복하거나 풍족한 것. 그러나 작은 만남 하나 만으로도 자기가 행복해지는 법을 모른다면 하늘의 달이나 별을 따 줘도 행복할 수 없는 게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갯가길 곁 굴 양식장에는 꽤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던 도구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지!...누군가에게 쓸모없이 버려지는 생활쓰레기가 어떤 이웃들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는 게 아닌가. 녀석들은 악착같이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끈을 놓지않고 갯가길 한편에서 이방인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갯가길의 힐링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은 만남을 통해 큰 행복을 깨닫게 되는 길. 그건 삶 전부를 걸고 오체투지를 하는 구도자의 길이 아니라 그저 갯가에 나를 내 맡기기만 하면 행복해 지는 것. 그 단순한 법만 깨닫게 되면 갯가길은 세상 그 어떤 길 보다 행복한 힐링여행의 성지가 될 게 아닌가.


 
 
조금 전까지 필자가 머물렀던 작은 어촌 마을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땐 생굴이 나의 육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굴향기 가득 머금고 갯바람에 몸을 맡기면 여수 갯가길에 널린 부산물들이 스토리텔링을 요구하며 손을 흔든다. 어느날 2박 3일의 일정으로 다가온 갯가길 투어의 시작은 그랬다.
<계속>
 
*여수 갯가길 관련 포스트
☞ 갯가길,여수 토박이가 안내한 힐링로드 / 갯가길,과식한 생굴 직화구이 어땟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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