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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Puelo

믿기지 않는 기적의 여행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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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엘로行 버스를 기다리며
-믿기지 않는 기적의 여행 도시락-



여행자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여행자의 삶이라고 별 다를 바 없다. 낮선 길에서 평소 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다 보니, 먹고 마시는 건 거의 동물적 수준이다. 배를 곯아 가면서 여행을 즐긴다는 건 유랑민의 업보이지 여행자에게 있을 수 없는 일. 아니 그런 일이 생겨서도 곤란하다. 우리 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그것. 언제 어디를 가도 그 지역 특산물을 맛 볼 수 있다는 건 여행자의 특권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배낭여행 내지 세미 배낭여행을 오래 다니다 보면 유랑민의 흔적이 절로 몸에 배어든다. 자동차 속이나 길거리 등 어떤 장소에서도 끼니 만큼은 해결해야 하는 것. 하지만 제 때 끼니를 해결하기란 녹록치 않다. 오늘은 여행을 건강하게 지탱해 준 이동식(품)을 여행노트를 통해 소개해 드리도록 한다. 참고해 두시면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르노삐렌을 떠나면서
 




오르노삐렌 마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낸 후 우리가 이동하기로 결정한 곳은, 곧장 남부 빠따고니아로 이동하는 코스가 아니었다. 우리가 맨 처음 뿌에르또 몬뜨에서 오르노삐렌으로 갈 때 훼리호를 타고 건넜던 뿌엘체 선착장(Caleta Puelche)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그곳에서 오르노삐렌 화산 너머에 위치해 있던 뿌엘로 호수(Lago Puelo)를 투어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뿌엘로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뿌엘체 선착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던 것.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진 원시림과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시림 사이로 앙꾸드만(灣)이 오락가락 손에 잡힐 듯 친근해 보였다. 
 




이 길은 어느새 세 번을 오간 곳이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다르다. 이제 오르노삐렌을 떠나 뿌엘로 투어를 마치게 되면 곧장 남부 빠따고니아로 향하게 될 예정이었다. 
 
  
믿기지 않는 2천원짜리 기적의 여행 도시락

 



여행노트 우리는 먼 길을 가거나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늘 도시락을 준비하곤 했다. 주로 이동식으로 먹을 도시락은 삶은 계란이나 치즈와 햄과 야채 등을 곁들인 버거를 봉지에 포장해 두었다가 음료수나 생수와 함께 먹곤 했다. 이런 도시락은 도시를 떠나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설 때면 절실해 진다. 숙소를 정하거나 투어를 다닐 때 마땅히 사 먹을 곳도 없거니와 매번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즐길 여유도 없었다.




우리는 잠 자는 것 외 대부분의 음식은 셀프로 해결했다. 현지에서 식료품을 조달하고 직접 요리해 먹은 것이다. 우리와 늘 함께 이동하는 짐꾸러미 속에는 코펠과 버너와 나이프와 포크는 물론 기본적인 양념 몇 개가 동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뿌엘로로 이동할 때도 도시락이 동행했는 데 이번에는 특식이었다. 코펠 속에 가득 들어있는 건 오르노삐렌 앞 바다에서 잡아 온 조개의 살만 발라 간단한 양념을 한 조갯살 조림이다.




이 조갯살은 빵에 넣어 버거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쌀밥과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살살 녹아 없어진다. 우리나라의 백합조개와 비슷한 이 조개는 오르노삐렌 선착장 앞으로 소풍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어부에게 '자루에 든 게 무엇인가' 묻자 '조개'라며 공짜로 한 자루를 다 건네주는 것이다. 참 고마운 그 어부는 돈을 주겠다고 해도 손사레를 쳤다.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1천 빼소(우리돈 2천원 정도)를 건네주자 겨우 받아쥐고 집으로 돌아갔다. 여행은 이런 맛으로 하는 것일까.




2천원으로 만든 도시락이 오르노삐렌을 떠나는 우리에게 값진 선물로 안겨진 것이다.이번 여행의 도시락은 조갯살 조림과 함게 싱싱한 생선살을 올리브유로 만든 마늘기름에 튀긴 특식이었다. 뿌엘체 선착장 앞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퍼질러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만 보면 여행자인지 유랑민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빠따고니아 투어를 하다보면 이런 모습은 거의 귀족 수준이었다. 외국의 어떤 젊은 여행자들은 유랑민이 아니라 시쳇말로 '거지'같은 모습이다. 몇 날 몇 일을 샤워 한 번 안 한 꾀제제 한 행색에 아무 곳에나 퍼질러 앉아 끼니를 떼우는 모습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과연 여행자 답다'라는 생각이 절로들 때가 많았다. 먼나라 여행을 떠난 도시인들의 주린 배를 채우는 건 밥이 전부가 아니라 자연이었으므로, 겉모습은 어떠해도 '행복한 거지'였던 셈이다.


 


사진 몇 장을 설명하고 글을 맺는다. 우리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곳은 선착장 앞이다. 훼리호를 타고 건너온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서지역으로 이동하는 선착장과 엇비슷한 풍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굳이 발견해 낸다면 이곳은 수심이 깊은 피오르드 지형이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시작된 7번국도는 이런 선착장 여러개를 거쳐야 남부 빠따고니아까지 이동할 수 있다.




북부 빠따고니아에 살고있는 사람들이나 7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는 자동차들은 훼리호 시간을 정확히 꽤차고 있어서, 훼리호가 도착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린다. 커다란 트레일러에서부터 승용차와 도보자까지 다양하다. 뿌엘로행 버스를 기다리며 이제나 저제나 버스를 확인해야 한다. 버스를 놓치면 다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숙소로 되돌아 가야 한다.




버스는 예정 시간 보다 4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동안 성미 급한 아내는 '버스를 놓친 게 아니냐'며 발을 동동 구른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정이 생겼다고 했다. 여행은 기다림의 미학이 깃든 것인 지.




그 때마다 선착장 앞 뱃시간을 몇 번째 살펴보고 작은 가게가 딸린 휴게소(카페) 주인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선착장 주변을 배회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주변 풍경을 구경하고 있는 것.


 

만약 그때 배를 쫄쫄 곯고 있었다면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었을까. 미지의 세상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여행을 만들어 주는 건 누가 뭐래도 밥이다. 색다른 음식이다. 맛깔난 요리다. 그리고 잘 챙긴 도시락이다. 제아무리 '도시인의 주린 배를 채우는 게 자연'이고 여행지라지만 배고프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건 인지상정. 이동식을 잘 챙기면 여행의 기쁨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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