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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다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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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보다 애벌레



꽃 보다 더 화려한 보호색...


잠시 가을비가 그친 산기슭의 텃밭. 그곳은 초가을 빛이 완연했다. 며칠 전까지 만개했던 더덕은 이미 꽃잎을 다 떨구었고 참취의 작고 앙증맞은 꽃들도 꽃잎을 하나 둘씩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너무 작아 보일 듯 말듯 한 작은 보라빛 초롱의 잔대꽃도 꽃대궁이 바닥으로 길게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이들은 봄날의 꿈을 모두 접고 영면에 들어갈 준비를 마치고 있는 듯 했다.

그곳에서 
왕고들빼기 꽃의 화려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꽃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옷으로 치장한 애벌레들. 꽃 보다 더 화려한 보호색으로 위장한 애벌레가 빗물을 머금은 왕고들빼기의 이파리를 전부다 먹어치우고 있었다. 얼핏 보면 애벌레는 노란 왕고들빼기의 꽃처럼 보인다. 산기슭의 풀꽃들은 가을맞이를 하는 데 녀석들은 무슨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당시엔 녀석의 정체에 대해 알 수는 없었지만 알고보니 '곱추맵시밤나방 유충(Cucullia fraterna Butler) '이란다. 곱추맵시밤나방은 기주 및 피해  유충이 상치 고들빼기 등의 잎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녀석은 고들빼기의 천적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먹어치우는 섭식량은 의외로 많아 소수의 유충이 발생하여도 작물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한다. 관련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해충인 셈이다. 그러나 농사를 짓지않는 길손의 눈에 비친 녀석은 참 아름다운 벌레다. 초가을...왕고들빼기는 비에 젖어 볼품이 사라졌지만 녀석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꽃 보다 애벌레...




곱추맵시밤나방의 형태적 특징은 "성충의 날개편길이가. 44-47mm이고, 앞날개는 암회색 바탕으로 시맥의 주변을 따라 흑색을 약간 띠며, 기부 아래쪽은 황백색을 띤다. 유충의 몸길이는 45mm 정도이며 머리는 흑색이고 몸은 짙은 황색과 청흑색띠 부분이 규칙적으로 번갈아 나열되어 있다. 생태  유충은 5-6월, 8-9월에 발견되며, 성충은 6월 하순, 9월경에 나타난다. 5월에 출현한 유충이 6월 상순에 흙 속에서 용화 했다가 6월 하순에 우화하는 것으로 미루어 유충으로 월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한다. 녀석들은 왕고들빼기 잎을 부지런히 갉아먹은 후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듯. 풀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초가을, 녀석들은 왕고들빼기의 쌉쌀한 맛을 잊지 못한 채 이듬해 다시 부활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참 묘한 자연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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