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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Hornopiren

오르노삐렌서 만난 깜찍하고 귀여운 요정들


Daum 블로거뉴스
 


오르노삐렌의 살아있는 요정들
-막 잠에서 깨어난 오르노삐렌의 넬라 판타시아-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숨통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혼돈 가운데 빠져들면 너무도 평범한 가치 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기뻐 날뛴 곳. 생각 같았으면 아이들 처럼 폴짝폴짝 발을 동동 구르며 신나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이런 광경, 이런 땅이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 얼마나 행복했는지.

사람들은 이런 곳을 낙원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그곳은 북부 빠따고니아 앙꾸드만 곁의 작은 마을 '오르노삐렌'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동화책이나 소설 속에서 등장할 법한 요정(妖精)들을 만나게 됐다. 전혀 뜻 밖의 일이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선 우리 한테 벌어진 것. 우리는 실낙원(失樂園)을 되찾은 것 같았다. 희한한 일이자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사실에 놀라고 있었던 것일까. 그 과정은 이랬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세계 3위(490명/㎢)라고 한다. 1위 방글라데시(1,142명/㎢),2위 대만(637명/㎢)에 이은 세계 최고 수준.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지구반대편 칠레의 빠따고니아로 떠나올 때,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적 지표는 아우성이었다. 그게 단순히 인구밀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저 누구 한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부대끼는 삶' 정도로 이해하고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인가 '지옥에서 다스리고 사는 게 천국에서 섬기고 사는 것보다 더 낫다'고 했던가. 우리가 살고있던 서울은 스트레스를 마냥 가중 시키는 사회적 현상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던 것이다. 잠시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그게 빠따고나아 투어를 떠난 또다른 이유였다. 숨통을 찾아나선 것이자 자유를 찾아나선 것.


 



그러나 처음부터 숨통이 트인 건 아니었다. 그저 한국을 잠시 떠나있는 것 만으로 숨통이 트일 정도라면, 어쩌면 영원히 자기 고향을 떠나 딴나라로 이민을 떠나는 게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것 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경유하여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발을 디뎠을 때도 숨통이 트인 건 아니었다.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5번 국도를 타고 봄을 따라 도망치듯 뿌에르또 몬뜨까지 도착해 두 주간을 머물 때도 '숨통이 트였다'는 표현을 쓸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늘 동행했다고나할까. 돌이켜 보니 오르노삐렌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정의 공통점은 여전히 도시 속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던 것. 사람들의 모습은 달라도 여전히 서울에서 겪던 부대낌은 그대로 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달아나는 듯한 상쾌한 느낌. 사탄의 꾐에 빠져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에덴동산을 되찾은 것 같은 희한한 경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이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 우리는 뿌에르또 몬뜨에서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정하고 맨먼저 지난번 답사 때 감동을 준 오르노삐렌 앞 바다를 찾았다.

 
막 잠에서 깨어난 오르노삐렌의 대자연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긴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분위기. 간간히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긴 했지만 비는 그쳤고 태고적 원시림 속에서 안개가 피어 올랐다. 땅는 촉촉하고 후각 속에서는 약간은 비릿한 갯내음이 풍겨왔다. 썰물 때의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황홀경(
恍惚境) 그 자체. 이런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세계최고의 갯벌을 늘 곁에 두고 봐 왔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것과 사뭇달랐다. 썰물이 시작되면 오르노삐렌 앞 바다는 연두빛으로 변한다. 마치 바다 속에 봄을 감추어 두었다가 우리가 귀환하자 짠~하고 보여주는 듯 모든 게 그저 신기할 따름. 

또 샛노란 풀꽃들은 어떻고. 이 친구들은 우리의 귀환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환하게 웃음진 얼굴에 작은 눈물방울을 빼곡히 남기고 있었다. 그게 황홀경에 빠진 여행자의 심정. 빠따고니아에 서서히 우기가 끝나가는 모습은 그랬다. 그 때였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우리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봤지만 바닷가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아저씨~아줌마~"

아직 앳된 모습의 예쁜 소녀들은 우리곁에 다가오자 마자 덥썩 품에 안겼다. 볼에 뽀뽀를 나누고 반가운 인사.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아이들 또는 조카나 딸래미 같은 아이들은, 한 사람씩 차례를 기다려 정답게 우리 내외의 품에 안겨 볼에 입을 맞추었다. 얼마나 귀엽고 깜찍하고 해맑은 모습인지. 그건 그렇고 이게 무슨 조화인지 얼떨떨...

 

오르노삐렌에서 만난 깜찍하고 귀여운 요정들
 



이 아이들은 오르노삐렌에 살고 있는 또래의 아이들이자 나이 14살의 (어린)중학생들. 우리가 오르노삐렌에 도착하는 걸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친구들과 함께 일부러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일어난 것. 기뻣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 어린 친구들은 낮선 동양인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이다.

"ㅋ 아저씨,아줌마 어디서 왔어요?...^^*"
"흠...꼬레아 델 수르...남한이지.^^ "
"ㅋ 아줌마...(빨간 레인코트)넘 이뻐요. ^^* "
"ㅎ 너희들이 더 이쁘단다. 마치 요정들(Las Chicas Hadas)같아. ^^"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운 친구들은 우리 옆에 착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며 아양을 떨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표정에 조금의 거리낌도 경계심도 없는 그야말로 순진한 여학생들. 이 친구들을 보자마자 사람들이 살고있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건 물론이다. 




티 없이 맑고 고운 대자연 속에 살고있는 아이들은 대자연의 모습을 쏙 빼 닮은 것. 우리는 오르노삐렌의 향기를 맡고 자란 살아있는 요정들을 만난 것이다. 오르노삐렌에 도착하자마자 숨통을 틔어준 건 오르노삐렌의 태고적 전설같은 풍경과 해맑은 미소를 고이 간직한 요정들이었던 것. 오르노삐렌의 살아있는 요정들 모습은 이랬다.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오르노삐렌의 바닷가에 시설된 작은 공원의 정자 곁에서, 아이들과 키득 거리며 궁금증을 풀어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이 친구들의 소박한 부탁 한마디.

"ㅋ 아저씨, 우리 사진 찍어주면 안 돼요?...^^* "
"ㅎ 안 돼긴? 당근이지...(한국에 돌아가면)니들 모습 블로그에 담아 자랑할 거야. ^^ " 

이 친구들은 '좋아라' 펄쩍 뛰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 생김새를 보니 다국적인 모습.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가 섞인 모습부터 유럽 각국의 이주민들의 피가 고루 섞인 모습이 개성만점. 자세히 살펴보면 스페인,영국,포르투칼,독일,프랑스,노르웨이,네덜란드 등지의 혼혈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착하고 이쁘면 그만. 이때부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곳은 태고적 전설이 연두빛 갯벌에 주저리 주저리 담긴 곳.


오르노삐렌의 전설이 담긴 연두빛 갯벌













오르노삐렌이 잉태한 살아있는 요정들































(흠...넘 귀엽고 깜찍하죠? 이그...이뿐것들 ㅋ ^^)
 




(그리고 나...전설 속에 살고있는 낭만 덕구...^^ )




오르노삐렌 바닷가는 모처럼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요란했다. 아이들과 우리가 행복해 하는 표정들. 지금은 파도소리 조차 들리지 않지만, 밤마다 은빛 고운 가루 흩뿌린 달님은 태고적부터 이 바닷가를 들락거리며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을 것. 그리고 달님이 보낸 요정들. 빠따고니아가 우리에게 보여준 '넬라 판타시아(Nella Fantasia)'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오르노삐렌이 펼쳐보인 황홀경 속에서 알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덜어낸 기적 같은 첫날을 보내게 됐다.

"오르노삐렌에서 만난 요정들...티 없이 맑은 동심과 자연. 원시와 문명(의 만남)."

여행수첩에는 이렇게 기록됐다. 그리고 이튼날 아침, 전혀 뜻밖의 일이 다시 일어났다. 누군가 우리를 찾고 있었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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