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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lago llanquihue

여행지에서 즐긴 '환상적인' 드라이브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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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놓고 싶었던 여행지의 드라이브 길
-여행지에서 즐긴 '환상적인' 드라이브 길-



이런 풍경이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쟝끼우에 호수 곁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점심을 먹고난 후 곧바로 '엔세나다(Ensenada)'로 이동했다.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엔세나다로 이어지는 '225번 국도'는 이곳에서도 드라이브 길로 유명하다. 좋은 드라이브 길의 조건은 어느나라나 대동소이 할 것. 우선 도로의 노면 상태가 골라야 승차감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돋굴 것이다. 그리고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시선이 좋아야 할 것.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운전자와 동승자를 기분좋게 만들어야 좋은 드라이브길 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도로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 보다, 무시로 굴곡이 이어지는 S자형 도로는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들며, 구비구비를 돌 때 마다 펼쳐지는 색다른 풍경을 보다 더 감동스럽게 만들게 될 것. 그리고 드라이브 길이 끝나는 지점 어느 곳에 맛있는 음식점 내지 휴식공간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있겠는가.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州) 쨩끼우에 호수 곁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엔세나다로 이어지는 225번 국도 입구의 모습 (차 안에서...)


이런 조건의 드라이브 길은 한 때 서울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46번 경춘국도가 각광을 받았다. 서울에서 미사리 또는 구리시를 벗어나면서 북한강을 따라 드라이브 길에 나서면 가슴이 뻥 뚫릴 뿐만 아니라, 굽이굽이 마다 달라지는 풍광은 춘천에 도착할 때까지 곳곳에서 멈추어 서게 만들곤 했다. 그냥 지나치면 서운할 거 같아 잠시 정차하여 풍광을 감상하거나 쉬었다 가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 

특히 봄날 팔당대교를 지나 정약용 선생 생가터 쪽 능내로 우회해 가는 길은, 정약용 선생이 꿈에서 그리던 고향집이 어떨 것인지 단박에 그려질 정도였다.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날리는 그 길을 가다보면, 두물머리의 잔잔한 갈대밭에 연초록 수초가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RUTA 225, Los Lagos CHILE
-여행지에서 즐긴 '환상적인' 
드라이브 길-

또 강촌에 도착하면 막 잠에서 깨어난 버들강쥐들이 솜털 가득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는 곳. 꿈 같은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게 만드는 건 북한강 주변의 나지막한 산과 배암이 기어가듯 꿈틀거리는 46번 국도변의 풍광이 주로 그랬다. 그런 곳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동하면 그야말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절로 연출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좋은 드라이브 길은 삼박자를 두루 갖추어야 제 격. 정자도 좋아야 하고 물도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그런 환상적인 드라이브 길도 이젠 사람들의 편리와 이익을 쫒아 개발한 결과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K사장 내외와 우리가 점심을 먹고 드라이브 길에 나선 곳은, 한 때 최고의 드라이브 길로 각광 받던 46번 경춘국도를 단박에 떠오르게 만들었다.
  



뿌에르또 바라스를 벗어나자 마자 절정으로 치닫는 봄이 국도변에 펼쳐져 있었다. 특이한 건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는 것. 로스 라고스 225번 국도는 자전거하이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곳곳에서 자전거 하이킹을 떠난 사람들이 눈에 띈다. 휴일을 맞아 가족이나 연인들 끼리 자전거 하이킹에 나선 것.




그 곁으로 아가들의 손 처럼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의 여리고 고운 이파리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볕을 쬐고 있었다. 




자동차들의 왕래가 뜸해 속도를 올리고 싶겠지만, 도로곁의 아름다운 풍광들 때문에 느리게 가면 갈수록 더 좋은 곳.




차창 밖은 주로 이런 풍경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세상 시름 다 잊을 것 같은 이런 분위기 때문에 K사장은 한 주가 멀다하고 내외가 이곳을 찾는단다. 장차 노후의 삶을 이런 곳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었던 것.
 



그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문득 이런 길이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대박일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주말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도변의 정체 사정은 고사하고 국도변에 별 다른 시설이 없는 한적한 풍경 속으로 드라이브에 나서면 해 묵은 찌꺼기 내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단박에 치유될 것 같은 평화롭고 분위기 넘치는 길. 멀리 오소르노 화산을 바라보며 핸들을 잡고 음악을 들으며 두 사람이 함께 이 길을 바라보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이브 길이 너무 아름다워 K사장에게 잠시 차를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자전거 도로 위에서 덤불딸기 나무 너머로 피어오르는 미루나무의 향기에 코를 내맡긴다. 옅은 갈색의 이파리가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지. 그 때였다. 분위기 깨는 한 마디.

"머하셈?...얼릉 타지않고..."




아내는 괜히 미안했나 보다. 남의 차를 타고 호강을 하면서 마치 자기 차 처럼 정차를 하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목적지를 돌아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갈 때까지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참 괜찮은 풍경이 이어졌던 것. 225번 국도변의 풍광은 그야말로 윈도우 배경화면 처럼 넉넉한 아름다움이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동안 무시로 차창 밖의 경치에 몰두한 것.  




로스 라고스 주 쟝끼우에 호수 곁은 225번 국도변의 모습은 주로 이런 목가적인 풍경이 널려있다. 정신없이 피어나는 미루나무 이파리 근처에 너와지붕 엮듯 만들어둔 오래된 축사와 목조건물은 연초록 풀밭과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또 녹슨 양철지붕이 내뿜는 질감은 자연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곳. 그런 곳을 한 마리의 젓소가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건 그림으로 변한 이런 풍경들 때문 아니겠나. 그래서 225번 국도를 통째로 우리나라 어딘가에 옮겨 놓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풍경들이 드라이브 길 옆으로 자연스럽게 펼져져 있는 것이다. 그냥 그림 그 자체...!




그렇게 드넓은 목초지에서 젓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데, 그 곁에는 샛노란 풀꽃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꽃밭에서 노니는 젓소...이런 풍경은 천국에서나 가능할 일 아닌가. (내가 졌소...ㅜ) 




그리고 쟝끼우에 호수 곁에서 달 보다 더 익숙했던 오소르노 화산이 굽이치는 국도변에서 얼핏 스쳐 지나간다.




가까이 다가서면 설수록 더 커지는 산은 225번 국도의 드라이브 길의 목적지 근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한 폭의 서양화...이 풍경 속에서 점점이 박힌 풀꽃들이 없었다면 앙꼬 빠진 풀빵같은 풍경이 아니었을까. 작은 오솔길 옆으로 엄청나게 크게 자란 거목에도 봄은 찾아왔다. 멋을 아는 사람들이 잘 가꾸어 놓은 거목이 여행자를 행복하게 만들다니. 이런 풍경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칠레라 할지라도 로스 라고스 만이 가진 특별한 봄의 풍광이었다.




"K사장님...요기 잠시 쉬었다 갈까요..."

자동차를 세워 달라는 것 보다 더 얄미로운 부탁이 입에서 절로 툭 튀어 나왔다. 생각 같아선 이곳에서 꽤 오래 머물면서 풍경을 카메라에 더 담고 싶었다. 드라이브 길 옆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따라 언덕 위에 서면 더 말 할 나위없는 풍경이 펼쳐질 게 뻔했다. 그러나 한 두컷만 담고 차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아내의 경고음이 뒤통수에서 경광등처럼 번득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




이곳이 지구반대편이었기 망정이지 우리나라 같았으면 난리가 아니었을 것.




인터넷 검색 1위에 오른 '드라이브 하기 좋은 길'이 225번 국도였을 것이라는 것. 아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드라이브족들 때문에, 또는 그들만을 위해 따로 통행료를 받아도 누구 하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또 방송사들은 대박을 터뜨릴 프로그램을 위해 손 쉽게 헌팅 장소를 물색할 수 있을 것이며, 몇 군데만 돌아봐도 몇 개의 시퀀스와 콘티는 보너스로 챙길 수 있을 것 같은 곳. 그곳이 225번 국도의 드라이브 느낌.




또 드라이브가 아니면 어떠랴. 하루종일 이 길을 따라 걸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질릴 것 같지도 않은 데...K사장의 차 속에서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왜...이런 거 있잖아요. 재밌는 영화 보면 금방 시간이 가고, 맛 있는 음식 먹으면 너무 적은 듯한...ㅜ) 
 



그런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드라이브 길이 225번 국도였다. 국도 주변에 펼쳐진 풍광에 빠져 허우적대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가까워 진 것이다. 3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은 시간. 그런데 포만감은 3시간도 더 넘은 듯한 배부른 느낌이 든 드라이빙...그 끝은 오소르노 화산이 떡~하니 버티고 선 맞은편 언덕 위였다.

오소르노 화산을 그리운 눈으로 바라보는 엔세나다 




눈을 머리에 하얗게 인 오소르노 화산은 마치 듬직한 아부지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드라이브 마지막 길은 비포장 도로 얼마간을 따라 언덕 위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카페겸 레스토랑이 주말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참 얄궂다. 밥은 뿌에르또 바라스에서 근사하게 먹고 이곳에선 그저 제일 쌈직한 커피 몇 잔을 시켜놓고 마지막 트림을 기다릴 요량.ㅎ




언덕 위로 이어진 초원에서 오소르노 화산을 바라보면 해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듯 하다.
 




박물관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증기자동차 뒷편에 카페겸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명소도 쉽게 찾기 어려울 듯 하다.




그곳에서 해 떨어질 때까지 조용히 쉬다가 다시 오던 길을 따라 뿌에르또 몬뜨로 돌아갈 예정.




뿌에르또 옥따이에서 전설 속의 풍경으로 남았던 오소르노 화산을 가까이서 보니 이런 모습.




이런 풍경은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바라보는 게 낫다. 괜히 저 산꼭대기까지 찾아 나서면 볼 수 있는 건 눈 밖에 없다. 신비로운 자연은 신비로운대로 놔 두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며, 가까이 다가서면 설수록 그 신비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때와 같은 모습일 것. 그래서 사람들의 그리움은 해갈 상태 보다 갈증 상태가 제 맛 아닌가. 무엇이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낫다는 것.
 



그런 명당에 작은 레스토랑이 드라이브족을 맞이하며 주말을 보내고 있는 곳이 225번 국도가 끝나는 지점의 엔세나다라는 곳이었다. 마치 북한강변의 아담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게 충분한 곳.

우리나라의 46번 경춘국도 끄트머리에 춘천호반이 있었다면 이곳은 쟝끼우에 호수와 오소르노 화산이 정중동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환상적인 드라이브 길 조건 전부를 갖춘 로스 라고스 주의 225번 국도를 
 달랑 떼 내어 우리나라에 옮겨놓고 싶었던 것. 여행지에서 이런 드라이브를 즐기다니...(드라이브 끝내고 원두커피 마신 곳은 이래요. ^^ )
 












해가 뉘엿 거리자 225번 국도변에 자동차들의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국도 끄트머리에는 아직 포장을 하지 않은 게 오히려 정취를 돋군다. 돌아가는 길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쟝끼우에 호수 곁 225번 국도에 이어 칠레 남북을 잇는 5번 국도변은, 다시금 환상의 드라이브 길을 연출해 놓고 있었다.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에 당도한 봄꽃이 터지다 터지다 더 갈 곳 없어진 절정의 모습을 여행자 앞에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 그 모습은 다음편에 준비했다. <계속>


베스트 블로거기자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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