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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봉다리가 증명한 100년 역사 재래시장

  Daum 블로거뉴스
비닐 봉다리가 증명한
100년 역사 재래시장
 
-여행자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산티아고의 향기로운 풍경-



여행자들의 침샘은 언제쯤 자극 받을까.

지난 150일간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풍경과 습관이 있다. 그 풍경들은 자연스럽게 고국의 사계절이나 문화 등과 맞물려 있었는데, 특히 한국에서 가장 먼 나라 칠레의 파타고니아의 기후는 장거리 투어에 나선 여행자를 매우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와 아내의 경우가 그러했다. 지난해 가을 우리는 겨울을 피해(?) 한국땅을 떠나 봄이 절정에 이른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산티아고에 맨 먼저 도착한 직후 발파라이소 투어에 나섰는 데, 그곳에서 막 출하한 딸기를 맛 볼 수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투어에 나서기 전이었다. 봄만 되면 고국에서 늘 맛 보던 딸기였지만 칠레의 딸기는 매우 특별했다. 딸기 한 개의 크기가 아이들 주먹만한 게 몇개만 입속에 넣으면 금방 배가 불러오는 듯 했다. 특히 나는 새콤달콤한 풋과일을 좋아하는지라 첫 출하된 딸기의 빛깔만 향기만 봐도 침샘에서 침이 잴잴 나곤했다. 그러나 그때는 고국의 기후 변화 때문에 봄이 오려면 아직도 엄동설한의 겨울을 남겨둔 상태여서 별미 정도로 여겼지만,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싱싱한 과일이나 채소를 그리워 하게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다시 산티아고에서 여독을 풀고있는 동안 다시금 발파라이소에서 맛 본 딸기를 산티아고의 청과물 시장에서 다시 맛보게 됐다. 그곳은 100년된 재래시장(Vega Central de Santiago)이었고, 칠레의 유리 교민들이 주로 생업에 열중하고 있는 빠뜨로나또(Patronato) 거리와 인접해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봄에 한 번 가울에 한 번, 150일 동안 두 번에 걸쳐 딸기 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3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시 봄이 된 것이다. 150일 동안 우리는 여전히 가을 속에 갇혀 산티아고의 숲의 공원에서 잃어버린(?) 가을을 추억하며 산티아고의 재래시장의 정취에 푹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 시장에 가장 많이 출하되고 있는 게 포도와 복숭아 등 과일이다. 그 중 우리에게 익숙한 칠레는 포도는 안데스를 넘어온 따가운 볕과 20도에 가까운 일교차 등으로 포도의 당도가 기막힐 정도이다. 마치 일부러 포도에 설탕물을 주사해 놓은 듯 꿀맛을 풍긴다. 우리 돈 2000원 정도면 1kg도 더 되는 포도를 종류에 따라 맛 볼 수 있으니 가히 칠레의 가을은 싱싱한 과일 맛을 놓쳐버린 여행자들에게는 천국과 다름없는 곳이다.  


그동안 국내의 소식을 잠시 살펴보니  한.칠레 FTA로 칠레산 포도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귤 값이 오르자 수입포도가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L마트'는  2월 수입산 포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0% 증가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칠레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는 포도는 '청포도'인데,  칠레산 '씨 없는 청포도' 900 그램 가격이 대략 8000원 정도라고 하니 산티아고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나의 마음이 매우 불편한 것이다. 한.칠레 FTA 효과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청포도 가격이 칠레 현지 가격 보다 무려 4배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흠...이거 어떻게 된거지...ㅜ) 


 그래서 그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한국의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니  L마트 과일담당 상품기획자(MD)는 "최근 기상 악화로 칠레산 포도 입항이 나흘 이상 연기됐다"며 "칠레에서 주문한 물량이 제때 선적되지 않는 등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재밌는 일 아닌가. (흠...칠레에 무슨 기상악화가 있었다는 말인가. 화산폭발 또는 지진...아니면 이상 기후현상?...)

한국의 수입업자 말에 따르면 청포도 가격의 이상요인이 포도를 선적한 선박의 입항이 지연되어 가격인상 요인 등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나흘만의 입항지연이 한국인의 입맛 내지 호주머니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나 될 법한가.) 


그러나 이러한 현상과 '비슷한 현상'은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칠레 내부에서도 발생하고 있었다. 수출입 업자들 또는 상인들의 농간으로 판단된 가격인상 요인은 파타고니아에서도 비일비재 했다. 이를 테면 산티아고에서 1kg에 1000원 하는 토마토가 파타고니아의 특정 지역에서는 1개에 천 원 정도하는 놀라운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유가 분명했다. 파타고니아 땅은 청과물 재배지역으로는 부적절 하여 청과물 거의 전부를 산티아고 주변 농사가 잘 되는 지역으로 부터 공수해 먹고 있었다. 청과물 하나에 엄청난 물류비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품질도 떨어지고 맛도 없는 청과물 앞에서 서성 거리며 거의 매일 빵 내지 고깃덩어리에 의지하며 여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다수 여행자들은 식품점 등지에서 거의 날마다 싱싱한 청과물을 먹고 싶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여행자들이나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지혜가 있는데, 수퍼마켓 등지에서 물건을 고를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수칙을 배낭 처럼 머리속에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다.  



"흠...그게 뭔줄 아시나요."


딸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위 그림은 100년이 넘은 산티아고의 재래시장의 풍경이다. 1kg에 칠레 돈 1000빼소(우리돈 약 2200원 정도) 하는 자연산 딸기다. 이렇게 저울질 된 딸기는 비닐 봉지(봉다리)에 담아 고객들에게 건네진다. 참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렇게 풍요로운 모습이 초대형 재래시장 전부에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거 다 안다. 어떤 가게는 불친절 하고 또 어떤 가게는 신선한 물건만 판매하는 등 소비자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모습을 이방인들이나 여행자들이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바로 이 모습만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 봉다리'의 역사(?) 만으로 실적을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까. 100개 묶음의 비닐 봉다리를 한 개씩 뜯어낸 흔적이 역력하다.


이렇게!!...말이다.


한국의 대형마켓들이 별의 별 이유를 들어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며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동안, 100년도 더 된 산티아고의 재래시장이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가격경쟁을 통해 남미 땅 전부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미국 등 재벌들의 마켓팅에 대응하며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과 축산물의 천국인 칠레에도 대형마트들의 횡포가 극심하여 지구촌에 유일하게 남은 청적지역 파타고니아 까지 접수하며 재래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데, 산티아고에서는 100년도 더 된 재래시장이 여전히 활기를 띄며 여행자들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 등은 지난 주말과 일요일 그리고 오늘 세 번째 방문하여 취재한 내용들이다. 남미 땅을 여행하면서 여행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끄적인 포스팅이다. 여행이란, 어쩌면 '양심을 되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잠시 눈 앞의 이익에 몰두하면서 100년도 더 된 재래시장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도 청과물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대형마켓에 비해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들끓는 데 말이다. 여행자들이나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향기롭게 만드는 건 세계 어디를 가나 인간미를 폴폴 풍기는 재래시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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