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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

어릴때 그토록 무섭던 '사천왕' 지금보니...

어릴때 그토록 무섭던 '사천왕' 지금보니...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입니다.
제가 국민학교(초딩)도 들어가기 전에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와 할머니는 바빳습니다.
목욕재계하고 머리를 단정히 빗으시며 고운 한복을 골라입은 다음 가까운 산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오래된 작은 사찰이 있는 곳입니다.



그 절은 갈 때 마다 너무도 조용하고 숲이 우거졌으며 기암괴석이 계곡과 잘 어울렸습니다.
지금은 고사한 소나무가 사찰 입구에 커다랗게 높게 솟구쳐 있어서
볼 때 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것은 머리가 꽤 큰 다음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찰입구에 들어서면 종루가 있는데 그 종루 아래 커다란 문짝 옆으로
바로 문제(?)의 사천왕이 날이 시퍼렇게 선 커다란 칼을 들고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 높이들고 부릅뜬 눈은
어머니나 할머니의 치맛자락 뒤에 숨게 만들었는데 저는 주로 할머니를 더 많이 따라 다녔습니다.



그때 본 '사천왕'은 어린 저를 얼마나 놀래켰는지 할머니께서 저와 동행을 원하시면
그 다음부터는 어떤 핑게를 둘러대서라도 사천왕을 피했습니다.

그때는 사찰입구에 있는 무서운 그림의 용도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림의 이름이 사천왕이라는 소릴 나중에 들었지만
그 이름 조차도 하필이면 '사천왕'이라는 기괴한(?) 이름 같아서 싫었고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한번 본 공포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이라 상상조차도 싫었습니다.



어떻게 얼굴의 형상이 그토록 살벌하게 생겼는지...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뒷산에 있는 그 사찰로 소풍을 갈 때면 억지로 그곳에 시선을 두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나를 놀래킨 그 모습이 궁금도 하여 저만치 가서 친구들과 돌아 본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게 왜 자꾸 돌아다 보고싶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머리가 큰 다음에 스스로 내린 정의는 그가 나쁜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



사찰과 같은 곳에 저런 흉칙하게 생긴 사람을 그려서 세워둔 이유가 있었을 것인데
당시 아이들은 저 사천왕이 '귀신'을 쫒는 역할을 한다나 뭐라나 하면서
알지도 못하는 줏어들은 이야기들을 해대며 서로 박박 우기기도 했던적이 있습니다.

저는 불자가 아니라서 사천왕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천왕은 동서남북 사방에서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는 신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천왕에 대한 이야기를 나중에 알게되면서 어릴 때 알지도 못하면서 나불댄 이야기들이
 전혀 사실무근한 이야기는 아닌듯 합니다. ^^

오늘 남한산성을 방문 하면서 성 내부에 있는 '국청사'를 방문하며 그곳에 있는 불교미술들을 보러 갔는데
문간에서 사천왕을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를 이 자리에 모시게 된 것입니다.



어릴때 무시무시한 추억을 남긴 그 사천왕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눈까풀이 없는 모습하며
미간을 맘껏 찌푸린 모습들이나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칼하며 그림을 보는 순간 예전 생각이 떠 올랐던 것입니다. 
아마도 이 사천왕은 자나깨나 눈을 뜨고 '깨어 있어'서 부처님의 법을 지키라는 엄명을 받았나 봅니다.
잠도 들지 못하고...ㅜ


어릴때 초파일 전후해서 뒷산에 있던 사찰에 불공을 드리며 등을 달던 그 모습들은
자나깨나 '새끼들' 잘되게 해달라는 부모님들의 기도였는데 오늘 만난 사천왕이 그 추억을 일깨우며
혼탁한 세상에서 '늘 깨어 있기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오늘,...사천왕은 무섭기는 커녕 마치 친구같이 반가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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