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 쳐도 인간의 길은 맨땅이다. 어쩌다 하늘로 솟구쳐 본들 때가 되면 다시 디뎌야 할 땅. 그 땅에 길게 그어둔 선 하나. 진도를 다녀오는 길에 해남땅 황산면 연당리의 땅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돌렸다. 아내는 마치 아이들처럼 보챘다. 국도에서 빠져나와 농로를 가던 중에 만난 우중충한 하늘은 하루종일 빗방울을 날리고 있었다. 붉은 황토와 새파랗게 핀 보리밭 사이로 맨질맨질 길게 이어진 길. 그 길 옆에는 숱한 친구들이 봄비를 맞으며 파릇파릇 떨고있었다. 하늘은 하늘대로 땅은 땅대로 사람은 사람의 길을 따라 유유자적 했던 삼월 초하룻날 연당리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