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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갤러리/도시락-都市樂

물과 색 어우러지다_MESCOLARSI L'ACQUA E IL COLORE



 



MESCOLARSI L'ACQUA E IL COLORE
-물과 색 어우러지다


한희은作 수채화 "오르노삐렌의 나른한 오후" 10호(53cm×41cm)



대자연 속에서 나(我)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평원을 질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 것이다. 차창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차에서 내려보고 싶지만, 그냥 지나치고만 오래된 경험들..


어느날 거울 앞에선 내모습 속에는 그 풍경들이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얼핏 스쳐 지나간 풍경 속에는 코끝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꽃들과 세포를 깨우는 먼지내음들과 바람에 흔들리던 무수한 이파리들. 그리고 밤새 평원을 달리면 은빛가루를 쏟아붓던 달님과 여명 속에서 다가왔던 발그래한 일출 등


그때는 내 앞가림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엊그제 같았던 지천명의 세월을 지나 이순을 접어들면서, 그게 그리움으로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그렇다고 마냥 회한만 붙들고 있기엔 내 가슴 속 열정이 나를 용서치 못한다.


어느날 거울 앞에서 그리움의 흔적을 쫓다보니 그게 하얀 종이 위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게 내 가슴속에 오래토록 자라고 발효되고 있었던 그리움이라니..그리움의 실체가 그토록 아름다운 색과 형체로 내 앞에 나타나다니..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다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리움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언제인가 내가 꿈꾸던 세상이 하얀 종이 위에서 바람이 되어 별들이 마구 쏟아지던 안데스 속으로 사라지는 그날까지..

-아내의 작가 노트 中



FOTO DA "물과 색 어우러지다"(MESCOLARSI L'ACQUA E IL COLORE) Prima esposizione, gruppo l'acquarella del centro cultura di gaepo a gangnam-gu seoul in Corea del sud. dal mercoledi 6-al 10 la domenica 2018. 한희은作 "기다림" 10호(53cm×41cm)



아내의 작가노트를 들여다 보며


이틀 전(10일) 여러분들을 설레게 했던 첫 전시회 "물과 색 어우러지다"가 막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 내외는 방콕(?)을 통해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오뉴월에는 강쥐도 안 걸린다는 감기로 집밖을 나다니지도 못하고 휴대폰이나 컴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 전부였다. 그리고 대략 4년 전에 써 두었던 아내의 작가노트를 뒤적이며 출품한 아내의 작품을 살펴봤다. 아내는 부쩍 성장해있었다. 그런 한편 성장하는 게 나은 것인지 등에 대해 반문해 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랬다. 아이들은 성장하지 못해 안달이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어 하고싶은 거 전부 다 하고 싶은 것.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나면 성장이 점점 더 무서워지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시공에 대한 느낌은 아이와 어른이 서로 다른. 세월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해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들면 시속 50km/h 이상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내의 수채화 솜씨가 성장했다는 건 상대적 책임감과 자기 스스로 공포 혹은 자유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일까. 아내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퍼 올려도 퍼 올려도 다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리움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언제인가 내가 꿈꾸던 세상이 하얀 종이 위에서 바람이 되어 별들이 마구 쏟아지던 안데스 속으로 사라지는 그날까지.."


전시장 한쪽에 걸린 아내의 작품 "오르노삐렌의 나른한 오후"의 배경은 남미 북부 파타고니아의 한 조용한 마을 오르노삐렌이며 빨래가 널린 마을의 배경은 안데스산맥의 한 줄기이다. 아내의 노트에 따르면 자기를 흠뻑 적시고 있던 그리움 전부가 빨래가 마르는 속도로 화폭에 옮겨지면 바람처럼 가벼워져 당신이 사랑한 안데스로 홀로 떠나겠다는 것인 지..차마 표현할 수 없는 애잔함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물과 색 어우러지다

누구인가 전시회의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이런 거 때문에 생떽쥐베리(Antoine de Saint-Exupéry)는 작품 '어린왕자(Le Petit Prince)'를 통해 이렇게 말했을까.

"어떤 별에 사는 꽃을 좋아한다면, 밤에 하늘을 쳐다보는 게 즐거울 거야. 어느 별이나 다 꽃이 필테니까."




서로 다른 개체가 어우러진다는 건 스스로 당신의 자세를 크게 낮추거나 배려가 있어야 가능할 것.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아내로부터 지도 선생님의 성품에 대해 무수히도 들었다. 누군가 우격다짐으로 가리치려 든다면 당장 거부감이 들겠지만, 선생님은 천번만번 단 한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으며 자기의 전부를 제자들에게 내려놓는 분이라 말했다. 지도자 스스로 물과 색으로 변해 학생들과 어우러지고 있었던 것. 참 드문일이었다. 과연 그럴까. 영상으로 확인해 본다.^^


 


  
조경아 선생님의 지도 철학

적지않은 분들을 만나봤지만 이구동성으로 한결같이 지도 선생님을 자랑하시는 분들은 이분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조경아 선생님의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사전에 각본도 없이 즉석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마치 프롬프트를 읽는 듯 하나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사람들. 그렇다면 조경아 선생님의 지도철학은 어떨까. 지난 6월 6일 전시 준비가 한창일 때 카메라로 급습(?)했다.  

 



영상 속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조경아 선생님의 지도철학은 매우 심플했다. 전혀 꾸밈이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달란트를 나누어 주는 일이 행복한 사람. 이런 분들이 넘쳐난다면 이 세상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곁에 있으면 스스로 행복에 전염될 수 밖에 없어서인지, 전시 준비를 하는 제자들의 손길은 바빳고 표정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이랬다.




예술가의 십계명과 우리

필자('나'라고 했음 ^^)는 세상의 예술작품들 앞에서 늘 한 사람의 가르침을 떠올리곤 한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작가인 가브리엘라 미스뜨(Gabriela Mistral)의 <예술가의 십계명>을 소개해 드린다.





예술가의 십계명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너의 가슴 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리울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줄 것이다.
여떫째,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 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리움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 할 것이다.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혼돈과 질서, 물과 색 어우러지다

나는 예술가의 십계명 중에서 첫째 계명을 제일 좋아한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간파한 건 우리에게 부족하기 쉬운 '아름다움'이란 선물이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신의 그림자'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위대한 표현인가. 어쩌면 우리는 먹고 살기 바빠서 아니면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신의 그림자로부터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게 아닐까. 


다행히도 여러분들은 한 전시회를 통해 세상의 신들을 모두 초청해 놓고 기뻐서 어쩔줄 모르는 것. 전시장 가득 신들이 여러분들을 다독거리며 위로해 줄 때 수채화와 함께 여러분들 또한 하나로 어우러졌음을 안다. 역설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부터 멀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며, 여러분들은 이제 돐잔치에 초대된 젖내나는(?) 귀한 존재들인 것 같다. 사랑을 듬뿍받는 신의 딸과 아들들..




맨처음 전시장을 찾았을 때 남성 회원분들이 텅빈 전시장에 작품을 하나 둘씩 내 걸고 있었다. 태초의 세상도 이랬을 것.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혼돈 가운데 있다가 질서를 찾아가는 것이다. 높고 낮음도 없고, 좌도 우도 없으며, 무겁고 가벼운 것, 그리고 더 세고 더 약한 것도 없으며, 더 추할 것도 없고, 더 아름다울 것도 없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자리를 잘 지키면 하나로 잘 어우러지는 세상. 아내의 수채화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도 이와 다름없었다. 어둠이 있으매 빛이 도드라져 보이며, 빛 때문에 어둠의 존재까지 소중한 것.






"물과 색 어우러지다" 첫돐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드린다.

전시장에서 독특한 그림 소재 때문에 빈이 맘(이은주 님)께 나의 페북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짬짬이 소통을 하던 가운데 전시회 작품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드렸다. 이렇게..!

TANTISSIMI AUGURI..!!





그랬더니 답신금방 떳다. 일케..!! 

"번역기 돌리니 "생일축하해"로 뜨네요. 첫 전시 탄생의 의미로 받아들일께요. 감사합니다. 사모님의 전시도 축하드려요~^^"




가끔씩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땐 쑥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빈이 엄마로 불리우는 그녀는 참 매력있는 여성이었다. 첫 전시회가 '탄생의 의미' 또는 '첫돐'로 생각한 나의 의중을 단박에 알아차려 즈윽이 나를 놀래킨 것. 이날 전시장에 작품을 선보였던 여러분들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로, 신의 그림자가 당신의 삶 깊숙히 관여하게 될 것 같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인가. 요즘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신을 만나기 어려운 세상에 늘 신과 함께 동행하다니..그저 놀라울 뿐이다. 







오늘 몸 상태도 괜찮아보여 컴을 챙겨 가까운 도서관에서 혼자만의 뒷풀이를 하고 있다. 전시회 첫날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고 오래된 블로그의 먼지를 털어 신의 그림자를 드리우니 생기가 폴폴 묻어나고 있다. 이같은 일은 흔치않은 사건으로 아내의 작가노트에 묻어있는 다짐과 다름없어 보인다. 여러분들 가슴 속 가득한 그리움들이 하얀 종이 위에서 물과 색으로 어우러져 매 시각 신의 그림자와 동행하기 바란다. 초대해 주신 회원 여러분과 조경아 선생님 그리고 전시장을 찾아주신 귀빈 여러분들께 감사의 머리를 조아린다. 첫돐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드린다.


사족: 아전인수격으로 아내의 사진을 주로 사용한 점 용서바란다. 아님 한 대 쥐어박으시던지 ㅋ 또 영상 가운데 정신줄 놓은 장면이 있는 점 옥에 티..아울러 영상과 사진에 못 담긴 분들께 죄송한 마음 전해드린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거 아니란 거 아시면서..ㅜ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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