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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CINA ITALIANA_2021

일꾸오꼬알마,이탈리아 요리의 향신료와 마지막 수업



 www.tsori.net


이탈리아 요리의 향신료와 마지막 수업
-향초와 한 인간의 운명적 만남-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일까...?)

얼마 전(24일)의 일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탈리아 요리 전문학교 일꾸오꼬 알마(IL Cuoco Alma)에서 기초조리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학생의 손바닥에 올려진 허브는 나스뜨루죠(Nasturzio-원산지는 남미 페루)로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초이다. 이날 수업은 이탈리아 본교의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 기초를 다지는 수업(3개월과정)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일꾸오꼬 알마를 졸업한 요리전문 강사(Chef, Maria 선생님)부터 진행됐는데, 서양요리의 역사를 개관한 후 이탈리아 요리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수업이었다. 

이탈리아 요리의 변천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요리는 크게 17세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었다. 전자의 경우를 고전적인 요리(La cucina tradizionale)로 분류하고, 후자의 경우를 현대적인 요리(La cucina Moderna)가 출발한 시기로 나누고 있었던 것. 오늘날 이탈리아 요리라면 빼 놓을 수 없는 토마토(Pomodoro-처음엔 토마토가 노란색이어서 '황금사과'라는 뜻으로 불렀다)가 이탈리아의 전통 식단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나 할까. 





향초와 한 인간의 운명

17세기경 남미가 원산지였던 토마토가 유럽으로 건너가 이탈리아에서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까지 파스타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게 토마토였다. 토마토가 유럽에 유입된 후 처음에는 관상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했지만, 18세기에 접어들면서 토마토는 이탈리아 요리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 것. 토마토가 대서양을 건너 미지의 대륙에 상륙하면서 토마토의 운명은 물론 이탈리아나 유럽 사람들의 식성까지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식물의 기원 등에 따르면 식물이 인간의 욕구를 지배한 것이랄까. 필자('나'라고 한다)는 우연한 기회에 인류가 이 땅에 태어나기 전부터 수억년동안 진행돼온 식물의 야심찬 계획에 의해, 한 인간의 운명을 걸게되는 희한한 일이 생기게 됐다. 이 포스트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며 한 식물의 향기로부터 발현된 유혹의 손길이 삶의 또다른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먼저 나의 후각과 미각을 사로잡은 '향초의 종류'를 영상을 통해 만나보도록 한다.




영상을 여는 순간 맨 먼저 만나게 되는 향초가 바실리코(basilico)라고 불리는 향초이다. 우리가 흔히 바질(basil)이라고 불러왔던 향초(erba)로 인도가 원산지이다. 바질은 어원적으로 'regalit,regalita(위풍,존엄)'라는 뜻이 있으며, 최초의 발견 장소가 예수의 십자가가 있던 곳이라 하여 'sacralit(sacralita,신성함)이라는 뜻도 있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이 향초는 잎과 줄기 모두를 사용하는 데 토마토 요리와 너무 잘 어울리며 닭고기,어패류,채소와 함께 샐러드,스파게티,핏짜,스튜,수프,소스 등의 요리에 널리 쓰인다. 포스트를 작성하는동안 책갈피속에서 풍겨나오는 향이 방안 가득 퍼지면서 바실리코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절로 떠오르는 것. 어느덧 15년도 더 넘은 어느날, 나는 이탈리아 요리를 처음 내 손으로 만들어 먹으면서 바실리코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나의 운명을 재촉한 바실리코





조금더 정확하게 말하면 토마토 스파게티를 만들면서 처음 맡게된 바실리코향과 올리브오일에 마늘 향을 더한 향기만으로도 파스타 요리에 매료되고만 것이다. 내가 레시피(Ricetta) 등에 따라 내 마음대로 만든 요리는 매우 심플했다. 재빨리 만들어 낸 마늘기름에 토마토홀을 넣고 토마토소스를 만든 후 고기나 바지락 등으로 스파게티 등의 요리를 만들어본 것. 스파게티의 간은 소금과 후추가 전부였고 약간의 설탕과 파슬리 및 파마산 치즈가루(요즘 알고보니 짝퉁이었는 데...ㅜ)를 더한 것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참 용감한 시도였다. 그런데 내가 만든 파스타에 대해 누구 하나 반기를 드는 사람이 없었다. 아이들은 물론 먼나라로 오랜 여행을 떠날 때 조차 이 무식한(?) 방법이 통하면서 사람들은 나더러 '셰프'라나 뭐라나.(ㅋ 다시금 생각해 봐도 웃겨! ^^) 아무튼 그렇게 용감한 시도 때문에 나의 인생은 점점 더 옥죄어 가고 있었다. 





바실리코 향을 닮은 지독한 유혹


우리 속담에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있어도, 늙어가면서 고생을 사서한다는 건 여러모로 생각을 해 봐야 하는 것. 나는 운명을 건 결심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이탈리아 요리의 향신료와 허브가 나를 '호랑이 굴'로 밀어넣고 있었던 것. 마치 바실리코 향을 닮은 지독한 유혹이랄까. 어느날 아내는 내게 다가와 이렇게 속삭였다. 


"여보! 이탈리아 요리 한 번 배워보지 그래요...한 번 알아봐바..."


그날 저녁 컴 앞에 앉아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눈에 띄는 요리학교가 있었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 요리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랐다. 이탈리아 요리 과정을 배우는 몇몇 코스 중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는 유학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셰프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디플로마를 획득하게 되고 이탈리아 요리의 진수를 배우게 되는 것. 이때부터 홈피와 관련 사이트를 뒤져가며 바실리코의 꼬드김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꾸오꼬알마,제 발로 찾아간 호랑이굴


다음날 즉시 전철을 타고 남부터미널 역 5번출구를 빠져나와 100여 미터까지 직진을 하니 일꾸오꼬 알마(IL Cuoco Alma-'요리사의 혼,정신 혹은 영혼'이라는 뜻)라는 이탈리아 요리학교가 있었다. 이때가 지난 3월 9일이었다. 그때부터 거의 매일을 기진맥진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는 건, 어쩌면 나와 아내 둘 밖에 모를 것. 모든 촛점은 이탈리아 일꾸오꼬알마로 집중됐으므로 프로젝트의 바탕은 이탈리아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날 일꾸오꼬 알마 사무장님으로부터 입학과정 등을 문의한 후 즉시 교대역 근처에 위치한 Y어학원에 등록했다. (참 성질도 급하시기도 하지...ㅜ) 동행한 아내는 어학원에 등록한 이름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부터 수업을 한 번 들어보라고 보챘다. (나의 이탈리아 이름은 프란체스코!...Piacere!...sono Fraacesco ^^) 이때부터 나는 한 때 지구별의 수도였던 로마(Roma)의 한 시민으로 동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성인의 이름을 따 프란체스코가 된 것.





나의 이름은 프란체스코


프란체스코는 바빳다. 새벽 4시 반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한 밤중이 될 때까지 바실리코의 유혹에 깊이 빠져들며 이탈리어 수업에 열을 올렸다. (무슨 넘의 동사는 웰케 자주 바뀌는 지...ㅠ) 하루가 멀다하고 외워야 할 동사와 형용사 등 문법은 몸무게를 5~7kg까지 감량하게 만들었다. 배가 부르면 졸려 공부에 지장을 줄까봐, 스스로 배고프게 살았던 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이탈리아 요리가 사람을 잡고(?)있었다. 매일 아침 새벽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매일 아침 코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다시 어학원으로 왔다갔다 하기를 반복하며 유학을 준비한 것. 아내는 농담삼아 이렇게 말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이태리 요리를 배워야 해! ㅋ "


어쩌면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지 못하거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요리에 매혹돼 셰프가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과정이랄까. 특정 나라와 시대의 요리를 연구하거나 맛보려면 동시대의 문화와 역사 등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된 요리가 만들어질 수 없을 것. 따라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이탈리어를 잘 말 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수업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이탈리아 요리를 먹는다면 셰프의 수고를 잘 기억해 주는 건 아주 초보적인 예의나 다름없는 것. 내가 해외에서 본 바에 따르면 요리가 제공된 접시는 마치 혓바닥으로 핥은 듯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요리를 잘 만들고 잘 이해하고 아끼며 즐길줄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 역사적인 배경 가운데 현대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식재료 내지 향신료가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학사일정에 따라 한 어학원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난 다음부터였다. 


내 앞에도 바실리코부터 오리가노(Origano) 및 실비아(Sivia) 체르폴리오(Cerfoglio),띠모(Timo),멘따(Menta),마지오라나(magiorana),쁘레째몰로(Prezzemolo),스테비아(Stevia),드라곤첼로(Dragoncello),리모네발사모(limone balsamo),로제마리노(Rosemarino,라벤데르(Lavender),알로로(Alloro) 등 그동안 우리가 들어온 영어식 허브가 이탈리아 옷(?)을 갈아입고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이제 영어식 발음이나 스페인어 보다 이탈리아어가 더 친숙하게 여겨지면서 두 번 다시 도전 할 수 없을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첫번째 수업이 지난 22일 Y어학원에서 종지부를 찍고 다시금 마지막 수업에 임하고 있는 것. 꿈에도 그리던 향신료(Spezia) 중 잎으로 된 '잎향신료'를 책갈피에 끼워 넣으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일까...?"


수억년동안 지구별에서 생존해 온 식물들은 그들 스스로의 삶을 통해서 이웃과 소통하며 지낸 결과 어느날 인간들의 손길에 의해 잘 가꾸어지게 됐다. 녀석들은 관상용 혹은 식용 등으로 인간들과 함께 지내오면서 그들 스스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 그렇다면 지구별의 역사 끄트머리에서 아웅다웅 올망졸망 아기자기하게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은 이웃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싶은 것.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맨 먼저 한 일이 자기가 배우고 싶은 나라의 언어를 통해 문화 역사 등을 접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이웃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고 있는 지 매우 궁금하다. 이미 적지않은 분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다시 돌아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텐데...그들이 쉐프의 이름으로 허브(erba)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지 조차 궁금한 것이다. 


모처럼 망중한의 시간을 활용해 지나온 시간들을 몇자 끼적거리고 있자니 마지막 수업에 첨부될 포트폴리오 같이 여겨진다. 이 기록들은 힘 닿는데까지 끼적거릴 것이며, 일꾸오꼬알마 이탈리아 본교의 마지막 수업과 두 번의 스테이지에 이어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기록을 더할 예정이다. 아마도 그때쯤 나는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 역사와 문화 등을 접시에 담아내거나 세상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가 반드시 오겠지...! )이틀이 지나면 다시 바실리코 향기 가득한 마지막 수업이 진행된다. 



*포스트 자료사진에 등장한 허브는 실물들로 학생들이 일일이 냄새와 맛을 본 것들이다.

*참고 자료(교재) 출처: 세프 안토니오의 이탈리아 요리(도서출판 대가)

*IL Cuoco Alma:https://www.ilcuoco.co.kr:30041/alma/main/main.asp

*http://cafe.daum.net/ilcuoco

*http://blog.naver.com/alma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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