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도보행진,짜장스님의 놀라운 주먹밥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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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

-짜장스님의 놀라운 주먹밥 레시피-

"먹음직 스러운 주먹밥...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놀라기까지...?"

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여행 7편 마지막에 "행사차량을 타고 역주행을 통해 창밖으로 바라본 (세월호)도보행진단의 모습은 감동의 물결이었다. 이들은 팽목항으로 가는 염장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임회면사무소에서 짜장스님으로부터 점심 공양을 받게 될 것. 짜장스님의 지휘 아래 시작된 점심공양 준비 시간은 도보행진단의 속도 대비 대략 1시간 남짓한 여유가 있었지만, 차량의 지체로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1,200명 분에 달하는 점심 공양을 준비해야 했던 것." 이렇게 썼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1200명에 달하는 점심 공양을 불과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준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2개 대대병력(1개 대대병력 5~600명X2)에 가까운 수의 도보 행진단에 제공될 점심 공양 차림은 주먹밥 1개와 배추시래기를 곁들인 된장국이었다. 된장국만 끓이면 모를까 밥을 짓고 다시 주먹밥으로 하나씩 포장하는 공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점심 공양이 준비되고 있던 진도군 임회면 사무소 소재 서진도농협하나로마트 앞 이동 공양간에 자원봉사자가 때 맞추어 도착한 것. 저만치서 도보행진단이 다가오는 순간 점심공양 준비를 마친 것. 그 기적같은 현장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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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했던 2박 3일간의 진도 여행 8편

-짜장스님의 놀라운 주먹밥 레시피-

기적의 현장은 이랬다. 위 사진은 이날 아침 진도 군청 철마광장에 특설되었던 이동공양간의 집기들이다. 대형 가마솥과 그릇 외 짜장스님의 윙바디에는 또다른 집기들과 식재료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상을 열어보면 점심 공양 장소에 도착한 집기들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다. 무거운 집기를 나르는 일은 주로 남자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주로 여자(보살님)들이 맡았다.

#1 미션,1200명 분의 주먹밥을 준비하라

이동공양간 집기가 도착하자마자 취사도구들은 제자리를 잡으며 점심 공양 준비에 들어갔다. 필자가 타고온 차량은 경찰의 도움으로 역주행을 감행하며 달려와 합세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점심공양 준비차 오는 길에 만난 도보행진단의 걸음을 빨랐다. 그 먼길을 19박 20일동안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리를 잡은 집기들은 순식간에 정리되고 그릇은 다시 깨끗이 닦아졌다. 그 사이 부산에서 온 자원봉사자와 여수에서 취재차 들른 임현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부인(오른쪽)이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그녀는 지역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일꾼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선 모습.

기적을 일으킨 장면 하나가 발견됐다. 1200명 분의 밥은 사전에 방앗간에 맞추어둔 것으로 따끈따끈했다. 이동공양간의 도착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배달된 것. 스티로폼 상자를 열자마자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며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밥이 도착하자마자 공양간은 매우 분주해졌다. 수북히 쌓인 밥을 일일이 주먹밥으로 비비고 뭉쳐 포장을 하는 일이 남은 것.

#2 이동공양간 주먹밥 레시피

자원봉사자 한 분의 주먹밥 시범으로 공양간은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주먹밥 레시피는 대략 이랬다. 고소하게 잘 지은 밥을 펼쳐놓고 한 김 빠지게 한 다음, 그 위에 맛소금과 김가루를 뿌리고 고루 저어주는 것. 그 다음에 적당한 크기(1인분)로 뭉쳐 포장지에 담은 일이다. 그 과정은 이러했다.

두 사람이 모이면 세 사람 몫의 의견이 나온다고 했던가. 맨 처음 주먹밥 만들기 래시피는, 뜨거운 밥을 커다란 고무통(다라이)에 넣은 다음 주걱으로 비빈 후 주먹밥을 뭉쳤지만 시간이 너무 느렸다. 좁은 고무통에 몇 사람이 둘러서서 주먹밥을 만들다보니 남아도는 일손이 너무 많아 비효율적이었던 것.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브레인스토밍법'은 즉각 효과를 발휘했다. 길게 펴둔 (공양)테이블 위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밥을 올려놓은 다음 밥을 조금씩 뭉그러뜨리며 비비면서, 한쪽에서는 주먹밥을 만들어 포장하는 것. 곁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기적같은 일이었다.

따끈한 밥덩어리는 순식간에 주먹밥 재료로 변하면서 고소한 향기를 폴폴 풍기는 것. 영상을 열어보시면 놀라운 주먹밥 달인들을 만나보게 될 것. ^^

한쪽에서는 비비고 한쪽에서는 돌돌 말아 주먹밥을 완성시키면 또 다른 손길은 포장지에 담아 다시 스티로폼 박스에 옮겨담는 공정.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손길 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바쁜 순간에 시식에 나선 짜증스님 곁으로 여수에서 취재차 들른 임현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는 모습. 

그사이 이동공양간에는 주먹밥 만들기에 나선 시민참가자들까지 합세해 훈훈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날 시민참가자들 일부는 자가용으로 도보행진단 곳곳에서 합류하고 있었다.

#3 저만치서 위대한 우리 형제자매들이 다가온다

희한한 일이었다. 그 일을 필자는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짧은 시간동안 바쁘게 힘을 모은 점심 공양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저만치서 도보행진단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며 안산 분향소에서 팽목항에 도착해 만난 '어미의 한'을 들추게 되는 것. 기억하시는 지...!

"2014.4.16 

이날의 하루 전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을 꼭안고 

절대로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거야 

정말 미안해…"

-엄마의 노란손수건

그 먼길을 걸어오면서 표정은 밝았고 걸음걸이는 힘찻다. 공양간 곁에서 점심 공양을 지켜보다가 도보행진단이 다가오는 소리에 한걸음에 달려간 곳. 그곳에 위대한 우리 형제자매들이 노란 깃발을 들고 공양간 곁으로 다가오는 것. 누가 일부러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처럼 여기며 발품을 보탠 사람들. 이틀동안 이 분들을 볼 때마다 고맙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아...지금도 그러네...ㅜ)

여러분들이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건만, 우리는 왜 이렇게 외딴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통한의 길을 걸어야 하는 지...!

도보행진단이 임회면사무소 이동공양간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들끓었다. 안산 분향소에서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이어지는 450km의 대장정에도 피곤한 기색없이 힘차게 이어온 도보행진의 마지막 기착지에 다다른 것. 이곳에서 주먹밥 하나와 시래기국 한 그릇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 다시 최종 목적지로 나서게 될 것.

2015년 2월 14일 오전 11시 44분경, 진도는 유사이래 최대의 도보행진단을 맞이하고 있었다.

#4 짜장스님의 주먹밥 공양이 시작됐다.

도보행진단이 어떤 고통을 감수하며 걸어온 지 모르듯이 이동공양간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첫 점심 공양이 시작됐다. 정말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간직한 점심 공양 준비과정이 있었건만, 전혀 놀랍지 않은 평범한 풍경. 우리는 일상에서 늘 겪던 일을 그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월호 도보행진단의 19박 20일의 마지막 이틀을 취재하면서 느낀점은 세상사 모두가 기적이었다. 

일상의 시공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면 행운이었고, 뜻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곳은 불행이 닥치는 현장이었다. 세월호 참극이 그랬다. 그 먼길을 걸어온 도보행진단은 참극의 원인을 파악해, 두 번 다시 불행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온 시민들이자 우리의 형제자매들이었다.

기다랗게 질서정연하게 줄지어서 점심 공양을 기다리는 도보행진단...얼굴들을 자세히 살피면 모두 우리 형제자매들.

밥은 삶과 죽음의 매개체였던가. 밥을 나누는 게 왜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지 모를 일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앞 두고 이웃의 아픔에 동참한 시민들의 발길이 아름답고 조용한 저항이 슬프기만 한 것.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자 '갑'인 우리 형제자매들이 왜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이동공양간 한켠에서는 이날 마지막 저녁 공양 준비에 한창이다. 진도 봄동 배추를 물에 깨끗이 씻어 겉절이를 만드려는 것.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 의해 다듬어지고 있었다. 이분들은 부산의 혜일암(주지 우신스님)에서 오신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날 이 분들이 없었다면 점심 공양에 차질을 빚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어르신 공양에 남다른 노하우를 간직하신 고마운 분들. 이날 저녁 공양 끝까지 책임지셨다.

끝 없이 밀려드는 도보행진단...!

이같은 상황에서 점심 공양 준비에 한 치의 오차가 있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까...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일이었다. 우리가 늘 이웃을 배려해야 나 또한 배려를 받을 수 있는 매우 평범한 이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런 걸 '기적'이라고 말해야지 어떤 걸 기적이라고 말할까.

이날 점심 공양은 짜장스님의 판단을 조금 웃돌아 공양간을 긴장시켰다. 따라서 비상용 밥이 다시 주먹밥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주먹밥은 생각보다 조금 남아돌아 공양간을 기분좋게 만들고 있었다.

여러분들을 대접 하기란 쉽지않은 일. 하지만 진심을 다해 타인을 공양하면 그건 신(神)을 기쁘게 하는 일이 아닐까. 비록 나(我)는 보잘 것 없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남을 대접하는 순간부터 나 또한 성자(부처)가 되는 것. 나는 도보행진단의 점심 공양을 바라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이 간파한 '신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감격했다.

우리는 밥을 나누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그 일은 남원의 천년고찰 선원사 주지(운천스님-'짜장스님'으로 널리 불리운다)가 즐기는 불사(佛事)였다. 당신은 이웃에게 '밥을 퍼주는 일'이 그렇게 행복하시단다. 

짜장스님의 점심 공양을지켜보면서 즈윽히 걱정되기도 했다. 공양간의 형편과 길게 줄지어선 도보행진단을 비교해 보는 것.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스님은 개의치 않으셨다.

이심전심...그 같은 상황은 도보행진단도 다르지않아 보였다. 도보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진실을 인양하면 됐지 밥은 걸러도 좋다'는 표정이랄까...!

이날 준비한 점심 공양은 적당히 남아 도보행진단에게 보너스(?)를 제공할 정도로 조금은 남아돌았다. 기막힌 공양 현장이었다.

#5 질서정연한 도보행진단과 대학생들의 깜짝쇼

대략 1시간 여동안 이어진 점심 공양은 서서히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도보행진단이 사용한 1회용 스푼과 젓가락이 가지런히 쌓인 모습에서 선진 시민의식을 잃게 된다.

뒤늦게 공양에 참여한 한 어린이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유대감을 읽는 한편 세월호 실종자.유가족의 슬픔까지 느끼는 것.

그같은 일은 연로하신 참가자 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신의 울분을 도보행진으로 착하게 치유하고 있는 사람들.

점심 공양이 1시간차로 길게 벌어지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점심 공양이 부족하면 어떡하나 싶은 부끄러운 심정들.

공양간 앞에서 철마공원 앞에서 마났던 최연소 도보행진 참가자를 다시 만났다. 녀석은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았다. (안녕~^^*)

뒤늦게 점심 공양을 받아든 도보행진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우리 이웃의 표정을 읽는다. 참 고마운 오누이들이다.

이동공양간 주변을 돌아보다가 피곤한 도보행진단이 머리를 뉜 모습을 발견했다. 19박 20일동안 450km를 걸으며 얼마나 피곤했을까.

다시 공양간에 들러보니 이번에는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이 짜장스님께 공양의 감사 표시로 수제 뱃지를 선물하고 있었다. 두 분을 기념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참 귀한 인연인 것 같다.

이동공양간 철수가 시작됐다. 이날 아침부터 점심공양에 이어 저녁공양까지 이어진 진풍경이었다.

이날 도보행진단의 공양을 적극적으로 자원 봉사한 몇 분을 카메라 앞에 모셨다. 힘든 일을 하고도 환한 표정들. 여러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프로필은 생략하도록 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신 분들이었다.

도보행진단의 점심 공양이 끝난 후 깜짝쇼가 펼쳐졌다.

서울에서 급거 도보행진단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도보행진단을 위한 위로공연을 펼친 것.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도보행진 참여자들은 이들의 율동에 박수로 화답하며 응원했다. 그 장면 일부를 영상에 담아봤다. 대학생들의 율동을 도와준 노래의 가사 일부 "...모든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가 마음에 와 닿는다.

 

세월호 도보행진단의 19박 20일이 마무리 되던 이날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 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광속(?)으로 움직인 하루였다. 이른 아침부터 아침 공양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참관했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불편한 잠자리를 지켜봤다. 수 백명에서부터 수 천명까지 이어진 도보행진단의 바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이제, 진도 군청 철마공원을 출발한 도보행진단은 점심 공양을 끝으로 최종 목적지인 진도 팽목항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기적의 현장을 만나게 되었으며, 수 천명의 도보행진단을 촉촉히 적신 눈물바다가 연출됐다. 이동공양간은 도보행진단 보다 먼저 현장으로 출발했고, 필자는 다시 자원봉사자의 차량에 동승했다. 저만치 앞서가는 짜장스님의 윙바디 차량이 눈길을 끈다. <계속>

Boramirang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