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TAGONIA

Puerto Varas,바둑이의 기다림과 여행길의 동반자



 www.tsori.net


Puerto Varas,Patagonia CHILE
-바둑이의 기다림과 여행길의 동반자-




"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철쭉이 흐드러진 울타리 옆에 바둑이 두 녀석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이곳은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로스 라고스 주 장끼우에 호수에 위치한 휴양지 뿌에르또 바라스. 년중 관광객들과 여행자들이 쉼 없이 찾아드는 명소다. 호수 주변의 경관이 뛰어나 아무데나 가도 시선이 너무 아름다운 곳인데 그곳에서 바둑이 두 녀석을 만나게 된 것. 녀석들을 보자마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녀석들이 쪼구리고 앉은 모습에서 '기다림'이 느껴지고, 등 뒤로는 녀석들의 환상을 그린 듯한 철쭉이 활짝폈다. 그렇다면 녀석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동영상 속에는 80여 편의 생생한 뿌에르또 바라스의 풍경을 수록해 두었다.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서 우리가 주로 느끼고 즐긴 건 대자연의 모습이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청량제 이상의 신앙처럼 다가온 것. 생전 처음 보는 풍광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는 건 죄악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처럼 짬만 나면 뛰쳐나갈 궁리를 하는 일이 여행지의 일상이 됐다. 여행지에서 숙소로 돌아오면 여행정보와 지도를 펴 놓고 다음 날은 어디로 갈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를 하는 것.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15편

-바둑이의 기다림과 여행길의 동반자-



북부 파타고니아의 최고 명소는 로스 라고스(Los Lagos,湖水群) 주(州)가 말하는 것처럼 빼어난 호수와 주변의 풍광이다. 그곳에 가면 북부 파타고니아를 비범하게 만든 풍경들이 지천에 널린 것. 어딘가 한 곳을 응시하는 바둑이 두 녀석을 만난 곳도 파타고니아를 비범하게 만든 풍경 중 하나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생전 이런 풍경을 보지못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거리의 개' 신분이지만 우리가 늘 마주치는 이웃처럼 정겹다. 아울러 녀석들이 쪼구리고 앉은 모습은 뭔가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풍경. 녀석들은 한 레스토랑 앞에서 인간들의 시혜를 기다리고, 우리는 대자연 속으로 무한 빠져드는 것. 그 과정은 이랬다.



우리가 머문 숙소의 샤워장에서 바라본 뒷뜰의 풍경. 목재로 지은 2층집에 샤워장이 시설된 것. 이날 아침은 빗방울이 흩날리고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끼었다. 작은 언덕에 기댄 목재 건축물이 정겨운 곳. 언덕엔 딸기 덩굴이 무성하다.




버스터미널로 걸어가는 길...언덕 위 집 두 채가 나란히 있는 풍경은 10년 전에 묵었던 민박집이었는데 덫칠이 됐다. 우측의 (2층)다락방이 우리가 묵었던 곳으로 독신녀 메기와 엄마가 단 둘이 살던 곳. 신축중인 좌측의 하얀집은 10년동안 짓고있는 건축물이었다. 10년 전엔 기초공사를 했던 곳. 다시 10년 후에는 완공될까...! ^^ 참 느린 풍경이다.




언덕 위에 올라서자 발 아래로 뿌에르또 몬뜨 버스터미널이 보이고 앙꾸드 만(灣)의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샛노란 풀꽃들이 가랑비를 맞고 있는 곳. 이곳에 추억이 없었다면 거들떠나 볼까. 그래서 자아 속에 감추어진 추억은 소중한 것 같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노점상 풍경 하나. 오이 크기정도 되는 큼직한 고추(chile guero)가 눈에 띈다. 녀석은 구워먹거나 자른 다음 속에 다진 고기를 넣어 요리해 먹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버스 앞 좌석은 주로 우리 차지다. 하늘이 우중충하다. 하지만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




뿌에르또 몬뜨에서 출발해 20여 분만에 목적지 뿌에르또 바라스에 도착했다. 파타고니아 투어를 위해 뿌에르또 몬뜨를 기착지로 삼은 여행자 혹은 관광객은 눈여겨 봐 둘만 하다. 짧은 거리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굵직한 풍광이 기다리고 있는 것.




우기가 끝나가는 북부 파타고니아의 장끼우에 호수 하늘은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을 것만 같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그 곁에서 (오늘의 주인공)바둑이 두 녀석을 조우하게 된 것.(ㅋ너무 귀엽다. 안됐기도 하고 ㅜ) 녀석들의 기다림 뒤로 쏟아져 내리는 철쭉의 환상은 곧 현실로 바뀐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녀석들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레스토랑 손님들이 먹다 남은 스테이크 조각이나 갈비 조각이 녀석들 몫으로 남겨질 것. 녀석들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시작되고, 우리는 대자연 속에서 해갈을 기다린다. 




레스토랑 옆에는 바둑이 두 녀석...호숫가에는 버들강아지가 살고있었다. 파릇파릇한 연둣빛이 너무 곱다.




뿌에르또 바라스의 풍광을 운치있게 만든 요트 한 척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표정이다.




호숫가에서 맑은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곳.




호숫가 언덕에 서면 아르힐라가의 달콤한 꽃향기가 머리를 어지럽힐 정도다.





물아일체의 현상에 빠져든 날


먼 데서 보면 샛노란 개나리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녀석. 가시가 촘촘히 박힌 아르힐라가 숲은 누구의 접근도 불허할 정도다. 이곳 사람들은 농토 등 토지를 넓히기 위해 굴삭기를 동원해 녀석들을 뽑아낼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그 너머로 무서운 표정의 한 여자...^^ 이날 날씨를 짐작케 한다.




이건 또 무슨 식물일까...파타고니아에 널린 식물들을 보고있노라면 마법의 나라에 가 있는 듯 하다. 




이때부터 호수곁에 지천에 널린 풀꽃들이 카메라를 자극시키며 매우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 비범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




어쩌면 평생을 통해서 이런 경험은 처음있는 일일 듯. 세상이 온통 아름다움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꽁꽁 언 몸둥아리가 해동되는 기분이랄까. 작은 풀꽃들이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현상(경지라면 좀 그렇고...^^)이 장끼우에 호수 곁에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 눈에 익은 감성들이 스물스물 육즙처럼 흐른 곳. 스트레스와 분노에 가려진 오감이 원시의 호숫가에서 생명을 되찾은 것 같은 모습이다.





호숫가에서 만난 증기자동차


보기드문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 녹쓴 증기자동차가 전시된 이곳은 뿌에르또 바라스에 위치한 한 호텔 펜션의 야외 뜰이다. 비록 녹이 쓴 증기자동차이지만 원형이 거의 그대로 잘 보존됐다. 우리가 학습한 증기기관은 연료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이때 발생한 고온의 수증기(물이 기화하여 수증기가 되면 부피가 약 1,244배나 증가)를 밸브로 내 보내 그 힘으로 실린더를 움직이는 것.


<이미지 출처: http://soonmai.tumblr.com/post/17203362188>


대략 100년 전쯤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오늘날 자동차의 할애비(?)가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 인류는 지구별 역사 끄트머리에서 눈부신 업적을 쌓아오고 있었다. 인터넷을 열어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증기자동차는 위의 자료 그림처럼 작동되고 있었던 것. 




그러나 불과 100여 년만에 고철덩어리가 되고만 것이다. 당대에는 위대한 발명품으로 떠들썩 했겠지만 100년의 세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과학은 풀밭에 드러눕고 말았다. 녀석이 드러누운 곳은 식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듯한 펜션의 한 모퉁이. 그곳에서 억겁의 세월을 변함없이 지켜온 희귀식물들이 우리를 반긴다. 




까마득히 오래된 양치식물(羊齒植物,Pteridophytes)이 태연하게 잘 자라고 있는 곳.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잠을 청하면 어떤 꿈을 꾸게 될까. 인간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 땅에 살아온 식물들이 지구별의 오래된 전설을 알려줄 것 같은 아름다운 펜션이다.




필자가 아는 몇 안되는 식물군에 우리에게 너무 낮익은 철쭉이 은하를 닮았다. 저 멀고 먼 은하계에서 지구별까지 날아온 빛들이 꽃으로 잉태된 것 같은 풍경이랄까. 꽃 한 무더기가 이렇듯 극적인 모습으로 피어있는 모습도 흔치않은 광경이다.




그 곁에서 언덕 아래를 굽어보면 이곳이 왜 유명해졌는 지 단박에 알 수 있는 것.




펜션을 둘러보는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식물들.




파타고니아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찰스 다원이 창조론을 부정하고 진화론을 펴게된 이유가 지천에 널린 곳. 인류의 역사는 미천하지만 식물의 기원은 까마득 하다.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시시때때로,호시탐탐, 지지고, 볶고, 헐뜯고, 속이며, 착취하는 등 가난한 시민들을 힘들게 하는데...이곳은 어찌 이렇게 조용하며 운치가 넘칠까. 




그런 생각을 말하기도 무섭게 아내가 한 마디 한다.


"부모와 조국은 못 바꾼다잖아요...!"

"할 수 없지...그럼 다시 태어나는 수 밖에...ㅜ"




농담이 아니었다. 그게 불가능해 보여도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아닐테지...할 수만 있다면 꼭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 




눈 앞에 펼쳐진 각종 식물군을 보고 있노라면 영장류로 태어난게 마냥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지구별에서 멸종된 동식물들 다수는 인간 때문에 일어난 대참사였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뭇 생명들까지 모두 죽게 만든 것. 특히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침탈자들의 살륙 행위는 영장류 최대의 수치가 아닌가. 




그러나 조금은 이해가 간다. 황금과 향신료를 찾아 떠났던 침탈자들이 처음 본 이 땅은 천국처럼 여겼을 것이며, 천국을 차지하기 위한 모순된 노력으로 바이블을 앞세워 살륙을 감행했을 것. 그리고 침탈행위인 엥꼬미엔다(encomienda)는 20세기 초까지 아시엔다(hacienda)로 변형돼 남미땅에서 자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증기자동차의 운명처럼 멈추어 선 역사 앞에 희귀식물들이 그 자리를 꽤차고 있는 곳. 파타고니아를 비범하게 만든 고귀한 풍경임에 틀림없다.




뿌에르또 바라스를 돌아보며 가장 긴 시간동안 서성거렸던 곳.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아담한 펜션 곁으로 봄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발걸음을 붙든 곳이다. 여행지에서 돌아서면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풍경들...! 




맨 처음 우리를 기분좋게 만든 바둑이 두 녀석과 호숫가로 펼쳐진 풍광들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기나긴 여정의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인간이 만든 과학은 물리적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여행길의 동반자는 영감(靈感, inspiration)이었다. 인간이 만든 종교의 힘이 아니라 대자연이 선물한 초자연적인 힘이 우리를 이끌고 긴 여정동안 함께 했던 것.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