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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

patagonia,여행지에서 만난 노부부와 송어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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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erto Octay,Patagonia CHILE
-여행지에서 만난 노부부와 송어 한 마리-



"보트 위에 놓여있는 송어 한 마리...!"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로스 라고스 주에 위치한 뿌에르또 옥따이는 10년 전에 며칠 머물렀던 곳이다. 우리는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투어를 통해 다시 그곳에 가고 싶었다. 지구반대편에 위치한 남미땅으로 가기도 쉽지않지만, 10년 전의 추억을 찾아 가보는 것은 더더구나 쉽지않은 일. 그러나 숙소(뿌에르또 몬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곳에 뿌에르또 옥따이가 위치해 있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한걸음에 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따라서 아침부터 서둘러 도시락을 장만하고 버스에 올라 뿌에르또 옥따이에 도착한 것.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우리는 10년 전에 묵었던 한 펜션의 주인 아주머니와 해후를 기대했지만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는 아주머니를 만나 반가워 어쩔줄 몰랐지만 그녀는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참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지워진다는 건 슬픈 일이자,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면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일까. 





150일간의 파타고니아 여행기 11편

-여행지에서 만난 노부부와 송어 한 마리-


우리는 그 길로 돌아서서 장끼우에 호수와 오소르노 화산이 한 눈에 펼쳐지는 옛길을 돌아보고 망중한을 즐기며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그때 이 마을 선착장으로 한 노인이 노를 저어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이 배를 저어 오는 선착장 바로 옆으로 수초들이 자라고 있는데 그곳에는 송어(Trucha) 새끼들이 악동들을 만나 목숨이 위태로웠던 곳이었다. 




녀석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미끼도 없이 송어 새끼 낚시를 즐기고 있었던 것. 노인의 작은 보트에 실린 큼지막한 송어 한 마리를 보는 순간, 녀석들도 어느새 저만큼(?) 자랐겠다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우리는 10년 전의 추억이 담긴 그 현장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있다.




연둣빛이 도는 버드나무 너머로 선착장이 위치한 곳. 아이들이 송어새끼 낚시 놀이에 열중하던 곳이었다. 호숫가 습지를 돌아가면 소풍을 나왔던 곳. 하지만 녀석들은 다 커서 어디로 사라졌는 지 봄이 절정에 이른 가운데 땡볕이 마구 쏟아져 내린다.




10년 전의 추억이 서린 선착장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긴다. 노인이 노를 저어 다가온 곳은 호수 저편이었다. 선착장으로 다가오자 눈에 띈 송어 한 마리.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 송어 여기서 잡으셨어요?"

"네,마누라 기다리면서 잡았습니다."

"이곳(장끼우에 호수)에 송어가 많아요?"

"네,엄청나게 많이 살지요."

"사진 한 장만 담고 싶은데요...^^"

"좋아요. 이렇게요...?"




노인이 배를 저어온 까닭은 금새 밝혀졌다. 한 할머니가 선착장 곁으로 다가오시길래 누군가 했더니 할아버지의 아내. 동네 수퍼에 다녀오신 할머니는 선착장에 다가서자마자 냉큼 보트에 올라탓다. 집으로 가는 지름길은 보트를 이용하는 것. 조금 전에 할아버지가 들어보여 주셨던 송어는 길게 드러누웠다. 녀석은 이날 저녁 송어구이로 식단에 올라갔을까.




두 분이 저만치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오소르노 화산) 좋고 물(장끼우에 호수) 좋은 곳에서 함께 살아온 노부부.




이분들에게 부러운게 있기나 할까...! 



저만치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니 천국에서 잠시 외출나온 천사들(흠...너무 연로하셨나...ㅜ) 같은 모습. 꿈같은 풍경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 


이제 돌아갈 시간...어쩌면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지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서운함 마저 드는 곳. 샛노란 풀꽃들이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맨 처음 우리가 걸었던 그곳은 달라진 게 없었지만, 두 번째 방문 때는 계절이 달라 이곳은 천상의 화원처럼 변해있었다.




곱기도 하지...! 샛노란 풀꽃 삼매경에 빠진 아내의 옷차림을 이해할 수 있을까. 볕은 따갑고 바람은 차가운 희한한 날씨. 우기가 끝나가는 북부 파타고니아의 날씨는 주로 그랬다.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길이자 10년 전에 걸었던 길에 풀꽃들이 자지러진다. 안녕~




잠시 서브배낭을 내려놓고 쉬어가기로 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보면 볕이 얼마나 강한 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때였다. 바둑이 한 마리가 성큼 성큼 다가왔다. 녀석은 칠레 어느곳에서나 눈에 띄는 거리의 개 신분이었다. 녀석은 한 번 점 찍은 손님(?)은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녀석의 표정은 이런 것.


"뭐 좀 없수...?"




녀석의 능청스러움 때문에 빵 한 조각을 주지않을 수 없다. 나중에 안 일이다. 녀석들한테 음식을 나누어주기 시작하면, 녀석들은 악착같이 새로운 주인(?)을 따르게 된다는 것. 여행지에서는 함부로 친할 녀석이 아니다.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녀석의 모습을 확인하셨는가. 빵 한 조각에 멀리까지 배웅에 나서는 착한 바둑이. 안녕~




터미널로 가는 길에 만난 자두꽃이 너무 아름답다. 처음엔 무슨꽃인가 했는데 이 지역에 흔한 가로수로 자리잡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얼마나 화려한 지...파타고니아 투어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산 까를로스 바릴로체에서 만난 녀석들은 열매를 빼곡하게 매달고 있었다. 한 입 베어물면 단물이 입안에 가득한데 어쩐 일인지 그곳에선 (생과일을)먹지않았다. 주로 잼을 만들어 빵에 발라 먹곤 하는 것. 이끼를 잔뜩 매달고 우기를 견뎌야 하는 가로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뿌에르또 옥따이의 중앙공원에서 만난 명품 향나무가 인상적이다. 




이곳으로 이주해온 이민자들의 역사를 기억하는 나무이자 이곳의 명물. 뿌에르또 옥따이의 주민 수는 1만 여명으로 알려졌는데 사람 구경하기가 무척이나 힘든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의 기념수와 가로수는 얼마나 잘 관리되었는지, 우리와 단박에 비교되며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만난 진귀한 풍경 하나. 한 아주머니가 신발을 손질하고 있는 작은 수선점의 모습에서 귀한 장면 하나를 발견하고 양해를 얻고 두 컷의 사진을 남겼다. 아주머니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분이자 이곳에 유일한 신발수선점의 주인이었는데 수선을 기다리는 신발들 사이에서 낮선 장면이 보인 것.




(확인해 보셨는가...^^) 구두라기 보다 운동화에 가까운 낡은 신발 한 켤레가 수선을 기다리고 있는 것.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요즘 우리나라 풍속도는 웬만큼 사용하기도 전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헌신짝도 아닌데 통째로 버린다. 어쩌다 분리수거장에서 만난 신발들은 멀쩡해 보이는데 전부 폐기시키는 것. 그래서 한 수선점에 놓인 신발을 통해 이분들의 검소함을 단박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폐기물도 줄이고 지출까지 덤으로 얻는 소비문화가 눈에 띈 현장이다.




그리고 기적같은 장면이 연출된 곳...!




뿌에르또 옥따이 성당을 떠받치고 있는 축대를 수 놓은 수 많은 풀꽃들.




우리나라 쑥부쟁이꽃과 흡사한 녀석들은 신의 은총을 받았는 지, 아니면 그냐말로 '신의 그림자'인 지...! 




흙 한 점 안 보이는 축대 곳곳에 뿌리를 박고 사는 것.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세계의 청정지역 파타고니아는 생물도감 같은 곳. 어디를 가나 처음 만나는 풍경과 식물들 때문에 여행자의 시선이 편한 곳이다. 또 이 마을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 하나. 호수 주변에 농장(축사)들이 널렸지만 호숫가를 산책하는동안 오염된 물을 만날 수 없는 것.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됐다. 축사 폐수나 도시의 정화조는  칠레 정부가 요구하는 표준에 딱 들어맞아야 하는 것. 이곳 공무원들은 청렴하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도시 주변으로 흐르는 강에서 오염 흔적을 발견하기란 쉽지않다. 한 노인이 아내를 기다리는동안 잡은 송어 한 마리를 통해 이곳 사람들의 준법정신 내지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파타고니아 투어에 나서면 부러움 투성이로 변하게 된다. <계속>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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