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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山들/늘 그리운 淸溪山

청계골,물봉선이 빚어낸 천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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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청계골의 9월
-물봉선이 빚어낸 천국의 길-



"이 보다 더 
 황홀할 수가 있을까?..."

9월이 빚어낸 명품이 눈 앞에 펼쳐진 곳은 청계산 청계골의 등산로 곁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곳은 물봉선이 한창이었다. 청계산의 여러 등산로 중에서 사람들이 별로 찾지않는 곳.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이 등산로 끄트머리에 있는 약수터가 언제부터인가 제 모습을 잃고 말 정도로 조용한 곳. 사람들이 자주 찾지않는 이유가 있다. 

등산로 초입부터 너무 가팔라 '깔딱고개'를 형성하고 있는 것. 등산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힘에 부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9월이 되면 청계골은 온통 물봉선의 축제장으로 변한다. 물봉선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을 텐데,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핀 청계골 등산로는 천국의 길처럼 변한 모습. 그 황홀한 현장은 이런 모습들...



청계골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일부러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나뭇잎 하나...

초록색 이끼와 함께 9월이 깃든 모습.

금방이라도 물봉선의 대합창이 울려퍼지는 듯 하다.





필자의 산행에는 반드시 따라다니는 친구 둘이 있다. 하나는 '하늘같은 아내님'이고 또 하나는 카메라다. 산행은 혼자하는 분들도 적지않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산행에 나선 모습을 보면 잉꼬부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뭐...우리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 그리고 화장실만 빼고(어떤 때는 화장실에도...ㅜ) 늘 동행하는 카메라는 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찍는 걸 취미로 여기시는 분들이라면 주로 그렇겠지만, 산행 중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사물을 관조하는 방법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산행을 운동으로만 여긴 나머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헐레벌떡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특정 장소를 정해두고 '누가 먼저 도착하나' 경주라도 하는 것 같은 모습. 





그렇게 산행을 하면 눈에 뵈는 게 있을까...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고사하고 활성산소를 지나치게 흡입해 조로(早老)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관절은 또 어떻고...하산길에 무리하면 관절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산행은 기분좋은 소풍이자 출사길로 변한다. 비록 카메라의 무게 때문에 힘은 조금 더 들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세상을 좀 더 재밌게 살다 죽으려면 입만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지 말고, 눈도 행복하게 만들면서 머리와 가슴 속에 엑스터시가 철철 넘치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있어서 카메라는 그런 존재이며 친구다. 산행 중에 카메라를 소지하면 등산 속도는 촬영 때문에 느리지만 중간 중간 쉴 수 있기도 하고, 느리게 걸으면서 세상의 귀한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 청계골의 물봉선 테마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앞서 가면서 모델(?)이 된 한 여성은 조금 전에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려 찾아준 분이다. 청계골에서 옛골로 넘어갈 수 있는 이 등산로는 경사가 가파르다고 했다. 한 여성의 남편이 '빨리오라'고 한다. 절대 빨리 갈 수 없는 길인 데...아무튼 두 분이 함께하는 산행이 아름답다.




이같은 사정은 동행한 아내도 마찬가지. 

저만치 뒤에서 머리를 땅에 박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발을 옮기고 있다.




그동안 등산로에 쪼구려 앉아 물봉선의 고운 자태를 살피고 있는 것.




돌계단 곁으로 흐드러지게 핀 물봉선들...




누가 이런 비밀 스러운 정원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꽃길이자 천국을 가는 길을 연상하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아침햇살이 숲 속으로 쏟아져 내릴 즈음...





작은 등산로 곁은 온통 물봉선의 코러스가 울려퍼진다.

돌계단 틈 사이에 자리잡은 관중(貫衆,Shield fern)은 또 어떻고...

녀석들이 이 잔치에서 빠지게 된다면 얼마나 썰렁할까.




물봉선이 비운 틈바구니는 어김없이 관중이 연두빛 잎을 내놓고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다. 

등산객들이 주로 그냥 지나치는 발 아래 풍경들.




뒤를 돌아다 보니 꿈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내도 이 길을 따라 오겠지...




발 아래 핀 물봉선 두 그루...

자기를 봐 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으로 살짝 웃어보인다.


"얘들아 안녕..^^ "




이때부터 물봉선의 대합창이 시작됐다.




이런 풍경은 청계골에서 옛골로 가는 9부 능선까지 이어지며 옛약수터에서 끝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힘이 배로 들었을 가파른 길에 

물봉선의 응원에 힘입어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이라고나 할까.




중턱에 이르자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햇살이 스며든 오솔길이 황홀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뽀얀 아침햇살이 물봉선 요정을 흔들어 깨우는 그곳...




물봉선의 대합창에 황홀한 조명을 비추고 있는 놀라운 빛내림...




나는 아직도 이 황홀한 광경을 잊지못한다.

어쩌면 평생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있을, 

미치도록 아름다운 광경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쩌다 먼 나라로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게 되면 두고두고 그리워 할 풍경이 아닐까.




그날 아침 내 가슴을 가득채운 엑스터시는 그랬다.




물봉선 끄트머리에 달린 작은 꿀주머니에서 오만가지 향기가 나풀거리며 아찔한 느낌을 주게 만든 건 아침햇살이었다.




지금은 다 허물어진 옛 약수터 위에서 

사람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것 같은 

물봉선의 대합창이 얼추 끝나고 있었다.




다시 청계골 물봉선이 빚어낸 '천국의 길'을 만나려면 한 해를 더 기다려야 한다.

아니 어쩌면 해가 바뀐다 해도 이런 광경을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세상은 똑같은 장면을 연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아마도...




내가 꿈꾸는 그곳의Phot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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