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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이야기

도시인 유혹한 까칠한 금단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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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개포동 이야기
-도시인 유혹한 까칠한 금단의 열매-




"사과 

 두 알의 

 행복!..."


도시는 바쁘게 돌아간다. 

도시 사람은 바쁘다. 

바로 코 앞에 있는 사과나무 조차 못 보고 지나친다.

그래서 사과나무에 매달린 탐스러운 사과들이 보일 리 없다.

그런데 느리게 살아가는 도시인의 눈은 다르다.

서울 한복판의 오래된 아파트단지...

그곳에서 도시인을 유혹하는 금단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었다.

이틀 전, 그곳에서 두 알의 사과를 획득했다.

수확이 아닌 획득!...

대략 보름만에 일어난 일이다.



2014년 7월 6일





해가 뉘엿거리는 오후 7시 30분 경 도시인을 유혹하는 한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금단의 열매가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신기했다. 아파트 출입구 바로 앞에서 열매를 매단 사과나무.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았다. 먹을 게 넘치는 세상인 지 너무 바빠 앞만 보고 다니는 지...녀석들은 주인을 기다린 듯한 표정들. 





이때부터 금단의 열매를 눈여겨 보기로 했다.

누군가 이 열매를 따 먹는 순간부터 '눈이 밝아져' 부끄러움을 알게 될까...



2014년 7월 10일




다시 가 본 그 자리...금단의 열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저녁 햇살이 금단의 열매 위로 황금빛을 쏟아부을 즈음 행복한 상상이 시작된다.


"(카톡!)...나 조물주거든..."

"무슨 일로..."

"제발 그 사과 좀 따 먹어라!..."

"왜?..."

"왜냐고 묻지마라! 제발 좀 따 먹어라!..."

"싫거든!..."





바람이 꽤 살랑거린다. 

금단의 열매도 휘청~

그건 그렇고 조물주님은 왜 금단의 열매를 '따 먹으라' 할까.

오리지널 버전은 '절대 따 먹지 마라'였지.




사과나무 아래 서성이며 오리지널 버전과 2014버전을 비교해 보니 조물주님이 왜 카톡을 날렸는 지 넌지시 알게됐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왜 사과나무 곁을 지나치며 눈길 한 번 안 준지도 알게 됐다. 사람들은 청개구리로 변해있었던 것.





어느날 당신 앞에 나타난 금단의 열매에 눈길을 주고 따 먹는 순간부터 '눈이 밝아져' 부끄러움을 알게될 텐데...그렇게 되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크나큰 장애가 생기는 것. 세상이 요구하는 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뻔뻔스러움이었다. 남들이 다 부끄러워 할 때도 '하나님의 뜻'이라며 뻔뻔스럽게 버티며 사는 것. 그게 세상을 이기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인간들에게 조물주의 가르침은 '말짱 꽝'이었다. 조물주가 인간들에게 주입한 프로그램은 실패를 하고 있었을까.



2014년 7월 12일



"(카톡!...까똑. 까까똑 까똑!!...) 나 조물주..."

"먼 일인 데?..."

"하나 물어볼 게 있거든..."

"먼 데?..."

"요즘 대한민국에서 나를 믿는 인간들을 개독교인이라메?..."

"그래. 목사는 목레기라고들 하지. 목사+쓰레기를 합친 말이래."

"왜 그렇게 부르게 됐지?..."

"그걸 나 보고 말하라고?..."

"아무렴 어때..."

"싫거든..."

"왜?..."

"왜냐고 묻지를 마라. 조물주..."




금단의 열매 직경을 재보니 대략 4.5cm정도 자랐다. 그동안 지켜본 바 녀석은 더 이상 크게 자라지 못하고 잎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곳에만 가을이 온 것일까.  조물주님으로부터 카톡이 날아오지 않았다면 기분좋게 바라봤을 금단의 열매가 조물주 때문에 약간은 식상한 듯. 조물주는 당신이 늘 지켜보고 있었을 이단아를 굳이 내 잎으로부터 듣고 싶었다. 


문제는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눈이 밝아지는 것 보다, 하나님의 뜻을 내세워 서울시를 봉헌하고 4대강을 말아억는 따위의 생각을 들게 만드는 행복을 앗아가는 일. 뿐만 아니다 비슷한 생각들을 가진 인간들이 새머리당을 만들어 짝퉁녀 하나와 놀아나는 꼬라지를 보도있자니 해까닥~돌아버릴 지경.


"(까톡!...) 나 조물주..."

"시방 어딧냐?..."

"니 바로 앞에...보이냐?..."

"그렇군, 전지전능하므로..."

"니 한테 줄 선물 있다?!..."

"그게 먼 데..."

"며칠 있다가 다시 와바바..."




2014년 7월 16일 



며칠 후, 해가 뉘엿거릴 시간에 다시 찾아간 사과나무 아래에 다가서자 발길에 툭 차이는 게 있었다. 내려다 보니 금단의 열매 한 알. 녀석은 발갛게 익지못하고 풀숲에 툭 떨어져 있는 것. 아직 7월의 아파트단지 한켠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단 말인가. 나흘 전 조물주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지.


"니 한테 줄 선물 있다?!..."




금단의 열매가 떨어진 곳을 올려다보니 아직 여러개의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게 눈에 띄었다. 대략 열흘동안 사과나무는 가을을 타고 있었는 지 잎사귀 곳곳에 반점이 생기며 한 해를 마감할 차비를 갖추고 있었다. 조물주님의 선물이란 금단의 열매를 획득한 행운을 말하는 것일까.




도시 한켠에서 탐스럽게 여물어가던 금단의 열매는 사람들의 배고픔을 채워주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먹을 게 넘치는 풍족한 세상. 키보드를 두드리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그 속에서 조물주님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목레기들은 금단의 열매를 가리치며 개독교를 만들고, 또 어떤 인간들은 '하느님의 뜻'을 빙자하여 뻔뻔스러울 정도가 아니라 차마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짓을 서슴치않고 저지르고 있었던 세상... 




그곳에서 발길에 툭 차인 금단의 열매 한 알...




조물주님의 선물일까...
사과 두 알을 획득하고 아파트입구에 올려두고 인증샷을 날렸다.
조물주가 인간에게 진심으로 원한 건 부끄러움을 아는 것.
도시 한켠에 숨겨둔 조물주의 선물은 이런 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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