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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AGONIA/Chaiten

차이텐,화산재 뒤덮힌 바다와 부활의 도시


Daum 블로거뉴스
 

파타고니아의 이색 투어
-화산재 뒤덮힌 바다와 부활의 도시-




눈 앞에 펼쳐진 기적같은 부활의 현장...
 


이곳은 원시림이 무성했던 지구반대편 남반구 칠레의 로스 라고스 주  북부 빠따고니아의 차이텐 화산(962m,Chaiten Volcano)이 위치한 곳. 한 때 차이텐 마을은 1만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빠따고니아에서는 중부 지역의 꼬자이께(Coyhayque)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 이곳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을 터전으로 삼고 어업과 관광업 등으로 의존해 살던 곳이었다.





차이텐 외곽을 빙둘러 흐르는 리오 블랑꼬 강이 칠로에만(灣)으로 조용히 흘러들던 아름다운 도시는, 지난 2008년 5월 1일, 마을에서 가까운 차이텐 화산 폭발로 칠레 정부가 주민 1500여 명을 10km 밖으로 긴급대피 시킨 일이있었다. 그 현장을 먼저 포스팅(화산재로 초토화된 차이텐 마을에 가다)해 드린 바 있다. 필자가 차이텐 마을에 도착한 직후 뿔마린 국립공원(Parque Pumalin)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재해 혹은 재앙이 어떠한지 둘러본 것이다. 




화산 폭발 이후 그곳은 화산재로 덮여 생명이 살 수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42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차이텐 화산 골짜기에는 부활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참 신기했다. 그와 더불어 화산이 토해낸 각종 흔적들과 흑요석(黑曜石,규산이 풍부한 유리의 화산암)이 지천에 널려있기도 했다. 참 희한한 풍경이었다. 지구별이 탄생한 지 대략 46억년 후에 폭발한 화산이 남긴 흔적이었다. 

 
화산재 뒤덮힌 바다와 부활의 도시
 

 



여행노트 차이텐 도착 첫 날부터 무리하게 둘러본 화산 기슭과 뿔마린 국립공원 투어 때문에 아내와 나는 녹초가 돼 숙소에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차이텐 마을 외곽에 위치한 숙소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아내는 여전히 잠에 취해 있었는 데 창 밖으로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자꾸드는 것이다. 그래서 빼꼼히 열린 창틈을 커튼으로 마저 막아버리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가뜩에나 텅빈 도시에서 겨우 구한 숙소는 도시 외곽의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숙소는 우리를 뿔마린 국립공원으로 안내한 가이드가 소개해 준 곳으로 가정집의 남아도는 빈 방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 집에는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 데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와 아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잠시 여행을 떠났고 아주머니 한 분이 관공서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집은 우리가 독차지 하는 집이나 다름없었다. 
 


구글어스(Google Earth)로 본 차이텐 화산과 숙소 위치
 





** 구글어스를 펼쳐놓고 차이텐 화산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차이텐 화산 옆에는 '미찐마우이다 화산(Volcán Michinmahuida)'이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작은 오름처럼 옆에 있던 차이텐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 대부분이 이 도시 외곽을 흐르는 리오 블랑꼬 강으로 쏟아져 내린 것이다. 필자가 머문 숙소는 다행히도 작은 언덕 위 산기슭에 위치해 화산재 피해를 묘면했던 곳이다. 참고로 화산이 폭발하기 전 리오 블랑꼬 강 풍경을 담아 봤다. 강 상류 뒤로 보이는 가운데 산이 차이텐 화산이다. 링크된 
(화산재로 초토화된 차이텐 마을에 가다)와 비교해 보시면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지만 초행길의 낮선 마을 외곽에 자리잡은 이 집은 왠지 으스스한 느낌이 들곤했다. 집 뜰에는 온갖 풀꽃들과 사과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는(?) 텅빈 도시는 마치 딴 별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가 하면,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지구가 멸망한 이후 머나먼 별에서 다시 돌아온 느낌이랄까. 재앙이 스쳐간 차이텐 마을 전체가 흉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첫날 밤, 커튼이 조금 열린 틈으로 수 많은 눈들이 침실을 들여다 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 겨우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 데 다시 깨어보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더 누워있을 수 없어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 성냥으로 렌지에 불을 붙였다.(자동렌지가 흔치않은 곳이다) 커피 한 잔을 훌적거리며 이틀 전에 봤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곳에는 낮익은 풀꽃들이 화산재 위에서 앙증맞은 꽃을 내놓고 있던 부활의 현장이었다.
 

부활의 아침을 깨운 풀꽃들
 



아내에게 나직히 외출을 고한 후 숙소를 나서자 하늘에 반쪽자리 달이 걸려있었다. 지구반대편에서 보는 달도 생김새는 마찬가지. 구름낀 하늘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숙소에서 나서면 작은 언덕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우리가 맨 처음 이 낮선 도시에 발을 디뎠던 버스터미널과 휑한 풍경의 도시가 나타날 것이다. 북부 빠따고니아 어디를 가나 노란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곳. 

 




언덕을 내려서자 붉은 양철지붕 너머로 안개가 피어오른다. 양철지붕을 머리에 인 이 집은 지금쯤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올라야 했지만, 허리까지 회색빛 화산재로 가득한 채 텅비어있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추억들을 버려둔 채 사람들은 보다 안전한 곳으로 멀리 이주한 것이다. 그곳에...생명이 자랄 것 같지않은 화산재 위로 부활의 아침을 깨우는 풍경이 기적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들이 지구별에 태어나기 전부터 이 땅의 주인이었다. 




나는 이 풀꽃들에게 요정이라고 이름 붙이고 무시로 그들과 눈을 맞추었다.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동안 늘 곁에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




개똥이 엄니도 알 것이며 개똥이가 사랑했던 소녀의 얼굴까지 다 기억해 내고 있을 것. 




어쩌면 간밤에 이들 요정들이 낮선 이방인이 보고 싶어 창가를 기웃거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참 예쁘기도 하지...




세상에 태어나 긴 시간을 풀꽃들과 함께 한 적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빠따고니아가 우리에게 준 귀하디 귀한 선물이었던 것. 어릴 때 산골짜기에서 봤던 작고 앙증맞은 꽃들에 비하면 이곳은 풀꽃들의 천국이었다. 




또레스 델 빠이네 투어를 하던 중에 만난 한 버스의 출입문에는 '꽃들의 영혼(Las almas de las flores)'이라 쓰여진 스티커를 발견한 적도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빠따고니아 투어에 나선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풀꽃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  풀꽃 세상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던 곳이 오르노삐렌과 차이텐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칠레의 7번국도 까르레데라 오스뜨랄을 따라 차이텐에 도착한 버스터미널은 초라한 모습이었다. 화산 폭발 이후 뭐 하나 성한 게 없을 정도로 도시는 그야말로 초토화 돼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한 삽 두 삽 떠낸 화산재 틈바구니로 샛노란 풀꽃들이 빼곡하게 피어나 이방인을 맞이해 주고 있었던 곳.
 



"얘들아 안녕~^^"




뷰파인더 속에서 녀석들은 어쩔 줄 몰랐다.




영롱한 이슬이 내린 텅빈 도시...이 도시에서 아침을 깨우고 있는 자들은 풀꽃 요정들과 나 하나 뿐...




가로등 불빛이 점점 더 희미해 지면서 도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화산재로 뒤덮힌 도시의 아침이 밝아오는 것. 필자가 선정한 뷰포인트에 서자마자 멀리 꼬르꼬바도 화산(Volcán Corcovado)이 장엄한 모습으로 여행자와 눈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 아래로 차이텐 앞 바다가 화산재에 뒤덮힌 모습이 안타깝게 한다.
 



그러나 그건 한 인간의 생각일 뿐, 누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닌 자연의 현상이자 자연의 모습. 그 곁에서 엄청난 크기의 양치식물이 원시를 일깨운다. 사람이 헤아릴 수 없는 억만겁의 세월속에서 낮과 밤을 지새운 이 땅의 진정한 주인들...
 



그 곁에서 태고적부터 행해온 대자연의 습성을 조용히 지켜보는 아침이다. 해변은 화산재로 뒤덮여 거대한 매립지로 바뀌고 있었다.




참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빠따고니아를 향해 떠나오던 날,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났다. 만약 그와 천재들이 남긴 과학적 산물이 없었드라면 이렇게 황홀한 풍경 조차 공유하지 못하고 가슴에만 묻고 살았을 게 아닌가. 잡스는 세상을 무지무지 사랑했고 시간을 아꼈다. 그게 애플의 신화를 남긴 세상을 사랑하는 법. 그는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500만 명의 사용자가 컴퓨터 부팅 시간을 10초 줄인다고 생각하면, 5천만 초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1년이면 수 많은 사람들의 일생과 같은 시간인 것. 부팅 시간을 10초 줄인다는 건 여러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매킨토시 운영체계를 개발중이던 한 엔지니어에게 잡스가 해 준 말이다. 개발자는 몇 주 후 부팅시간을 28초나 줄였다고 한다. 잡스는 생명과 시간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어쩌면 잡스를 포함한 '세상을 사랑하게 만든 모든 음모(?)' 속에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영혼이 깃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이른 아침에 텅빈 도시를 혼자 기웃 거리며 풀꽃들과 눈을 마주치는일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간밤에 느꼈던 창가의 수 많은 눈들은 꽃들의 영혼이었는지도 몰라. 그들이 나를 이끌어 낸 곳은 한적한 바닷가 언덕 위의 아담한 포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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