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iago,벼룩시장에서 만난 짝퉁 스필버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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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에서 만난 자칭 스필버그 감독  

-여행자의 발길 붙들어 놓는 진정한 명소-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어 놓는 진정한 명소가 이런 곳일까.

유독 벼룩의 존재만 확인할 수 없는 산티아고의 벼룩시장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흥미로운 물건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었다. 시장의 물건들을 살펴보니 최신 어플이 장착된 모바일 제품은 물론이고, 스티브 잡스가 다시 환생해도 재미있어 할 오래된 진공관식 라디오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 어떤 물건들은 진품이었지만, 소비자들의 눈을 교묘하게 속일 수 있는 짝퉁도 동시에 발견되고 있었다. 시장의 규모는 옛날 서울의 동대문 운동장 규모의 열 배는 더 되어 보이는 맘모스급 매장이었다. 
 

그곳에서 맨 먼저 눈에 띈 게 진공관식 라디오였는데, 이 물건을 보자마자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만한 매력적인 장소가 산티아고의 벼룩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우리 교민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산티아고의 명물인 셈이다. 산티아고에 잠시 머무는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게된다면 남미의 또다른 풍물을 접하고 놀라게 될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벼룩시장에 널려있는 어떤 물건들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이야기 보따리가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 영감을 주는 것들이어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행지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산티아고의 벼룩시장 속으로 

사흘전 산티아고 현지의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다녀오면서 재밌는 장면 몇가지를 담아오게 됐다. 벼룩시장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방대해서 일부만 돌아보게 됐는데, 규모를 보니 대략 아침 일찍 부터 저녁 늦게 까지 돌아봐야 대충 둘러볼 수 있을 정도였다. 산티아고의 벼룩시장은 산티아고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산타루시아 언덕 근처 바께다노 지하철 역에서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지만, 리오 마포초 강변에서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소였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이 산티아고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되돌린 듯한 풍경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벼룩시장을 잘 살펴보면 보물을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산티아고는 페드로 데 발디비아에 의해 지금으로 부터 약 450년 전에 건설된 도시이지만, 요즘 산티아고 시내 곳곳에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특히 라스 꼰데스나 쁘로비덴시아 등 신도시 중심에는 대형 빌딩들이 날마나 층수를 드높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산티아고의 구시가지를 이루고 있던 오래된 건물 속의 가구나 집기들 다수는 이곳 벼룩시장에서 만날 수 있게되는 것이다.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정말 귀한 물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손 때 묻은 오래된 가구나 장식품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 물건들은 용도에 따라 값비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될 법 한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별로 거들떠 보지않았다. 그대신 사람들은 신제품 내지 중고품에 열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70~80년대를 거치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던 생필품들이 주를 이루는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줄 물건들을 주로 찾고 있었다. 

벼룩시장과 관련하여 현지 교민들로 부터 듣게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대도시에 무시로 출현한다고 하는 좀도둑 이야기다. 자동차를 주차해 둔 한 교민이 볼 일을 마치고 주차장소에 돌아와 보니 사이드 미러가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사이드 미러가 벼록시장에 진열되어 있었다는 차마 웃지못할 씁쓸한 일화였다. 그러고 보니 이 시장에 나와있는 물건들 중에는 유명 브랜드의 아웃도어에서 부터 고급 트래킹 신발 까지 전문 산악인에게 필요한 물건 외 없는 게 없었다. 중고물품이 아니라 신제품이었고 당당히 브랜드를 달고 있었다. 아무리 뜯어봐도 짝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에 들여온 물건들 다수는 장물?...ㅜ)


추천은 네티즌 고유의 권리!! ^^*

벼룩시장에서 만난 자칭 스필버그 감독

글쓴이의 호기심을 자극한 오래된 켐코더가 눈에 띄었다. 비록 조금 낡기는 했지만 테이프만 갈아 끼우면 촬영이 가능하단다. 그래서 카메라 케이스를 열어 인증샷을 날리는데, 바로 옆 가게에서 요염한 차림의 마릴린 먼로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산티아고 벼룩시장은 물건을 아무렇게나 진열해 두지않았다. 건물동 마다 물건을 종류에 따라 구별해 두었는데, 그곳에는 영화 씨디나 테이프 등 영화와 관련된 소품 등이 팔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 건물에서 자칭 스필버그 감독이라는 상점주인을 만나게 됐다. 그래서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스티븐 알랜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에 대해 조금만 살펴보기로 하자.

스티븐 알랜 스필버그는 글쓴이에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최후의 성전을 통해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한편, 영화팬들로 하여금 해리슨 포드가 스필버그인지 스필버그가 해리슨 포드인지 구별하기 쉽지않을 정도였다. 그는 영화감독이면서도 프로듀서이자 각본가였으므로 영화제작에 관한한 그가 관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최후의 성전을 통해서 본 그의 작품은 유대인의 존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한편, 미국 사회의 주류가 유대인임을 만방에 과시하고 있었던 얄미운 존재이기도 했다. 영화산업을 통해 세계인의 뇌리 깊숙히 유대인을 각인시킨 것이다. 아울러 유대인과 관련도 없는(?) 바이블을 등장 시킨 최후의 성전을 통해, 유대인과 아메리카 합중국을 한데 묷어내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정인이나 특정 국가가 특정 국가 내지 민족의 정체성을 이렇듯 잘 표현해 낸 사례가 또 있을까. 
 

그는 영화 속 줄거리를 통해 사람들을 겸손하게 만들며 지혜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모험심을 기르게 만들고 도전정신을 고취시키는 등, 사람들이 영화 속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만든 재주를 지닌 사람이었다.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뿐만 아니라 <쉰들러 리스트>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바 있고, 타임지는 그를 가리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에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산티아고의 벼룩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한 여행자 앞에 등장한 영화제작 관련 소품은 당장 발길을 붙들어 놓았다.

어떤 영화제작자가 내 놓은 소품들은 누구인가 당장 메가폰을 잡고 레이디~ 액션!!을 외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낡은 영사기에 칭칭 감긴 필름들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매력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때였다. 낡은 영사기 등 영화제작과 관련된 소품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이 내게 제안을 해 왔다.

"세뇰,...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 

그는 중절모를 쓰고 가죽 점퍼를 입은 채 냉큼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었다. 순간적으로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뷰파인더 앞에 등장한 사람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해리슨 포드가 즐겨 쓰던 중절모 차림이었던 것이다. 이 분이 가죽으로 만든 채찍만 들고 있었다면 영락없는 해리슨 포드였다. 그래서 한마디 거들었다.

"흠...누구시더라..."

"나...스필버그 감독이요."

우린 둘 다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그는 최후의 성전에 등장하는 영락없는 스필버그이자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였다. 그가 진품(?)이 아니란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산티아고 벼룩시장에는 짝퉁 스필버그도 존재하는 것이다. 짝퉁의 진가는 이런 것일까. 그는 산티아고 벼룩시장에서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 진정한 보물이었다. 무치시마 그라시아스~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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