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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나와 우리덜/나와 우리덜

별사탕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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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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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의 아침은
바다 까지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 채 긴 침묵 속에서 허우적이는듯 했다.

동해 저 먼곳에서 희뿌연 여명이 밝아올 무렵
나는 방파제 틈바구니에서 가는 파도소리에 맞추어
 두팔을 벌린 채 기지개를 켜는 녀석들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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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작지만 총기 넘치는 두 눈알에 나를 비추어 보며
내 걸음과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다가 서면 더 멀리 뒷걸음 치다가
그들로 부터 조금만 멀어져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오곤 했다.
그새 주문진은 이부자리를 걷고 속살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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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그만 녀석들의 움직임을 따라 동시에 시선을 옮기며
방파제 둑길 옆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마치 건빵 봉지속에 들어있는 별사탕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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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발을 가진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서로 엉겨붙어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닻의 구조를 하고 있었지만
바다물에 몸을 적신 별사탕들은 서서히 동해로 녹아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동해가 좋아하는 별사탕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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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짠물 투성이 바다지만 콘크리트 까지 좋아할 리 없을 것이지만
바다는 어느새 별사탕의 겉 표면에 묻어있는 콘크리트 가루를 씻어내고
야금 야금 별사탕을 핥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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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문진 앞 바다가 너무 핥아 속이 투명해진
 별사탕 너머로 비치는 주문진 항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몇점 있었던 것일까?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동해바다 저편에서 실어 온
 바다내음이 코를 살살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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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온갖 중상모략을 일삼는 도회지와 달리
동해의 아침이 버럭 이불을 걷는 무례를 범해도 아무 말이 없었고,
작은 게들이 겨드랑이를 간지럽혀도 몸을 비트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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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엄지 손가락만한 게들을 바라보며
별사탕이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 바다를 도둑처럼 서성 거렸다.
도망치듯 서울을 빠져 나온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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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앞바다는 세상 모든 것을 껴 안고
 다독거리는 어머니의 넉넉한 품 처럼 나를 편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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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머니가 울며 보채는
 세상 사람들의 입에 물려준 작은 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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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달콤함에 빠져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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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마음을 주문진은 알고 있었을 것이며
별사탕 곁을 서성이며 혀 끝을 적시고 싶어하는 나는
주문진 항구를 향하여 침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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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별사탕이 녹아든 이 바다에서
넉넉히 살아온 물고기들이 박제되어 있었고,
 
더러는 파닥이는 물고기들이
주문진 새벽을 깨우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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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끝자락을 붙들고 떠난 여행을 끝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면
나는 다시금 별사탕을 핥고있는 이 바다를 그리워 할 것 이어서,
 
바다 저편에서 떠 오른 태양도 못 본 채
한동안 별사탕 곁을 서성이며
가끔은 짠맛도 묻어나는 별사탕 맛에 혀를 온통 내 맡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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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진 바닷가를 서성거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연곡해수욕장이 있고
연곡천의 냄새를 맡으며 회귀한 연어들의 고향인
오대산 자락의 내음이 얼마간 녹아들었을 것 같은 바다가 주문진 앞바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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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천과 남대천을 다시 찾는 연어들은
이 바다에 녹아든 별사탕의 몇알 안되는 단 맛을 쫏아 고향을 찾았고
나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 오대산 자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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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늘 아래서 코와 혀를 훔치고 적신 우리 산하의 냄새가
 젖비린내 나는 어머니의 옷고름 냄새와 닮았을 것이며,
 
바람이 거의 불지않는 이른 아침
주문진 앞바다에 코를 들이밀면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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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지에서 콘크리트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꾀죄죄한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면서도
별사탕을 떠 올리게 만드는 주문진 앞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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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사탕 녹아드는 주문진 새벽의 바다를 다시금 그리워 하며
 한동안 도회지의 콘크리트 내음을 잊을 수 있어서 너무도 행복하다.

베스트 블로거기자
Boram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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